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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더 글로리 리뷰! 넝~담~

쑥과마눌 조회수 : 6,594
작성일 : 2023-01-07 06:51:51

작가가 이 드라마를 청불로 등급을 받은 이유를 

사적인 복수를 담고 있어서라고 설명하는 걸 들었다. 


이제야 배우삘이 나는 거 같은 송혜교도,

물 만난 역할에 노난 임지연도,

나이스한 개새끼 같은 임지연남편 배우의 섹시함도..

잘 짜인 각본, 매 끼니 먹는 삼각김밥처럼 바삭하니 건조한 인물들,

시종일관 무채색인 화면들 중에, 무심하게 아름답던 사계를 담던 공원의 바둑판 정경들도..

다 뛰어넘어, 내 마음에 남는 멘트는 새삼스런 '사적인 복수'라는 단어였다. 


맞았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사적인 복수는 안 권하고, 금하고, 터부시되고, 

아무리 그래도 그라믄 안 돼.. 였던 그런 것이었다.

법률이 '최소한'을 보장하고,

법원이 딱히 정의는 아니라도, 그 비슷한 코스프레라도 할 때,

법과 원칙을 운영하는 엘리트가 그 대상이 되는 국민들을 살피고, 

민의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자 노력할 때,

아니 아니, 다 필요 없이 그 적용과 처벌에, 공정과 공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때, 

기득권은 기득권으로서 권위를 유지하며, 

사적인 복수는 그냥 미친 짓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전의 드라마를 보면,  

피해자 말고도 그 누군가가 사건들이 같이 파헤치고 있었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탐정이나, 사건뒤에 감춰진 억울한 사연에 공감하고,

그 억울한 사연의 주인공이, 가해자가 피해 간 법의 올가미에 대신 들어갈까 봐. 

막으려 애쓰며, 같이 뛰었다. 

그런 드라마의 플롯은 요새 없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다는 건, 공감력이 없다는 것이고,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는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힘 있는 대세, 기득권이 가진 곤고한 논리에 편승해서, 

힘없는 피해자를 능동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농락하기는 쉽다.

익숙함은 그것이 개소리일 때에도, 그렇게 귀에 진리스러웁게 들릴 수 없고,

주문처럼, 같은 말을 읊조리면서, 

저런 일은 절대로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우는 거 같거든. 


더 글로리는 능력 있는 작가가

'아무리 그래도... 피해자가 그러믄 쓰나'라는 클리쉐를,

사적인 복수는 잘해도, 결국 너 자신마저 파괴시킨다라는, 

기득권의 클리쉐를 허물어 뜨리는 새로운 서사를 선 보인 것이다. 


와신상담대신 김밥먹방으로 건조함을 유지하는 동은이가,

맞으면서도 여전히 웃을 줄 아는 현남이,

구원이자 파멸로 다가온 동은을 마주한 주여정이,

부디 사적이 복수에 성공하는 서사를 이뤄주길 김은숙 작가에게 바란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우리 집 막내아들로 등급을 강등시킨, 

용두사망의 대명사 재벌집 막내아들 작가처럼 망하지 말고 말이다.

(일개 사원은 회귀해서, 성공을 누리며, 

자신이 원하던 새로운 재벌로 살아가면 어디 덧나나.. 호접지몽이 뭔가)


개인적으로 바람은,

극 중 마지막은 다 잃은 연진에게,

감옥에서 골고루 먹어 화색이 돌고, 날마다 웃음꽃 피어 깔깔거리는 동은이,

매주 옥중서신을 보내는 장면을 보는 것이다.

연진아~자니~~ 연진아~눈이 오네~ 


또, 다른 바람은 이런 서사가 구축되어서,

앞으로 드라마마다 죄짓고 잘 살던 그들에게

자니~를 시전 하는, 너만 잊은 피해자의 서사가 가득 차길. 


법 말고, 법원 말고, 사법체계 말고, 사적인 복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

법도 먹고 살라믄, 간헐적이나마 제정신 들어 뭔 생각을 좀 하겠지.. 

하는 헛된 바람도 추가해 본다.

IP : 108.45.xxx.112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7 6:59 AM (223.56.xxx.194)

    나이스한 리뷰입니다!!!

  • 2. ..
    '23.1.7 7:06 AM (222.104.xxx.175)

    명치 끝이 아픈
    멋진 리뷰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3. dd
    '23.1.7 7:07 AM (119.70.xxx.47)

    이제까지 82에서 보았던 글들 중에서 가장 통찰력 있는 글을 본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얼른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 4. ...
    '23.1.7 7:24 AM (223.33.xxx.237) - 삭제된댓글

    원글님 직업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오랜 82쿡 생활 중 통탄할 글발을 보여주시는
    몇몇 분들, 다른 커뮤에서 보기 힘든 분들
    접할 때면 묘한 자부심 들어요 ㅎㅎㅎ

    글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 5. ...
    '23.1.7 7:24 AM (223.33.xxx.237)

    원글님 직업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오랜 82쿡 생활 중 감탄스런 글발을 보여주시는
    몇몇 분들, 다른 커뮤에서는 보기 힘든 급의 분들
    접할 때면 묘한 자부심 들어요 ㅎㅎㅎ

    자주자주 글 올려주세요

  • 6. ㅎㅎ
    '23.1.7 7:29 AM (122.44.xxx.149)

    기득권의 곤고를 무너뜨리는 결말 기대합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7. oo
    '23.1.7 7:31 AM (124.50.xxx.85)

    더 글로리에 몰입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바라던 핵심을 통찰력과 멋진 글발로 적어주셨습니다.
    복수가 성공하고 가해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불안해하기를 바라던 그 어떤 것에 대한
    생각만 하지 글로 옮기기 어려웠던 그것을 적었어요.
    정말 멋집니다.

    이런저런 질문들과 주연배우의 외모와 연기력에 관한 글로 다투는 와중에 한 줄기 빛 같은 글

  • 8. 쑥과마눌
    '23.1.7 7:55 AM (108.45.xxx.112)

    이 드라마가 두고두고 회자되길 바랍니다.
    가해자들이 죗값을 치루지 않고, 두 발 뻗고 자지 못하도록 말이죠.

    드라마 보는 내내 생각했지요.
    아예 악역인 연진이나, 재준, 이사라 말고, 나라는 군중은 누구일까? 하고요.
    나이스한 척하는 개새끼일까, 없으니 업드려 기생하는 혜정이나 명오일까,
    아니면, 피해자이긴 한데, 동은이처럼 심하게 당하지 않아서, 견딜만 해서 웃음을 안 잃은 현남일까..
    좋은 드라마라서, 많이 생각하게 하네요.
    김은숙 작가의 건필을 빕니다.
    미스터 션샤인 이후로 다시 보게 된 작가거든요.

  • 9. 제목만
    '23.1.7 8:10 AM (59.6.xxx.156)

    보고도 쑥과 마눌님이신 줄 알아보고 로긴부터 하고 읽었다지요. 저는 몰아보기 영상으로 봤는데도 후덜덜하더라고요. 생각할 거리 많은 통찰 감사드려요.

  • 10. 쑥과마눌
    '23.1.7 8:18 AM (108.45.xxx.112)

    ㄴ저는 제목이 젤 어려워서리 ㅠㅠ

    조연들이 후덜덜하고,
    대사들이 빛났지요.
    바둑에 대한 묘사도 좋았고..
    구석에서 중앙으로 가고, 침묵속에서 집을 빼앗으며...

    연진이 가족관계가 좋은 것, 지 자식 위하는 것도 현실적이고,
    동은의 엄마도 보편적이지 않지만, 왕왕 일어나는 일이고,
    중간중간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는 괴로워서 스킵했네요.
    그러신 분들 많을듯~

  • 11. ..
    '23.1.7 8:20 AM (58.140.xxx.242)

    드라마는 안봤지만
    쑥과마눌님, 넘 반가워서 로긴했어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 12. ...
    '23.1.7 8:24 AM (1.235.xxx.154)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되갚을지
    남의 손에 벌받는 세상임을 지켜볼지
    (인과응보라고 하니)
    고민이 되는 부분이네요

  • 13. ㅇㅇ
    '23.1.7 8:36 AM (223.62.xxx.84) - 삭제된댓글

    동은이 감옥 가는 거 싫은데!! ㅜㅜ
    동은이 인생은 망치지 않고 복수하는 방법은 없나요?
    꿈 많던 십대를 망친 걸로도 불쌍하고 불쌍한데
    그걸 딛고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도 판타진데
    남은 동은의 인생은 행복한 삶이란 판타지 앤딩이길 바라게 되네요.

  • 14. 쑥과마눌
    '23.1.7 8:47 AM (108.45.xxx.112)

    ㄴ 저도 반갑습니다.

    ㄴ 각자 자신에게 현실적이고, 유익하며 편안한 걸 하시면 될듯 합니다.

    ㄴ 동은이가 감옥이 편하면, 감옥을 갈 것이고,
    다 이루어 가는데, 중간에 팽개치면, 또 팽개쳐도 되어요.
    동은이가 생각하는 엔딩이 그 엔딩이길 빕니다.

    ㄴ그 와중에 지는 노을이 눈에 들어와...뭔 놈의 노을이, 미쳤네..라고 말하는 현남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이리 죽지도, 저리 살지도 못하는 중년의 우리가 처한 현실같았습니다.
    우리 모두~ 다만 화이팅~

  • 15. 감사
    '23.1.7 8:53 AM (39.122.xxx.3)

    머릿속에 생각했던 감상평을 글재주 없어 못 썼는데 님글이 딱 제맘 너무 잘읽었어요

  • 16. 역시
    '23.1.7 9:02 AM (121.160.xxx.94)

    훌륭한 글입니다
    참 간만입니다
    반갑구요 종종 뵙게 되길 바랍니다

  • 17. 아놔~
    '23.1.7 9:04 AM (180.68.xxx.158)

    복수할일이 1도 없어서
    할일이 없긴한데,
    동은이는 해도 되요!
    격공.

  • 18. ...
    '23.1.7 9:07 AM (106.102.xxx.240)

    곤고 아니고 공고

  • 19. 좋은
    '23.1.7 9:14 AM (59.14.xxx.174)

    리뷰 감사합니다!!!

  • 20. ...
    '23.1.7 9:41 AM (211.186.xxx.27)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구원이자 파멸로 다가온 동은을 마주한 하도영이.ㅡㅡ 주여정이. 가 아닐런지요?

  • 21. ditto
    '23.1.7 9:48 AM (183.106.xxx.145) - 삭제된댓글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가 내 맘속에 들어왔다 나왔나 했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다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설거지 하다가, 세수 하다 문득 거울을 볼 때, 길 가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마음 속으로 누군가에 편지를 쓰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죠? 그때 너가 그랬지 나는 지금 이렇단다.. 그게 복수든 감사든 내 맘 속 문득문득 스쳐지나가는 편지를 저렇게 드라마로 밖으로 잘 끄집어내주는 건,, 역시 작가는 작가다..
    저는 작가가 어느 싯점에 이 작품을 생각해 냈을까 궁금해요 그 탄생의 순간, 작은 점에 불과하던 그 순간..

    제가 잘 읽은 어느 소설책의 작가는 아주 창이 넓은 집을 보면서 그 소설이 탄생했다고 하더라구요 마당이 훤히 보이는 아주 넓은 창..

    김은숙 작가의 그 순간은 뭘까.. 그 동안 파리의 연인 미스터 선샤인 정도만 봤었고 그 유명한 도깨비 조차도 심드렁하던 제게 김은숙 작가 송혜교 배우,, 아,, 극 중 문동은이 신발은 벗고 들어와야지 할 때 “신”에서 웃는 그 대사 톤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그런 작은 순간까지 다 알고 싶게 만드는, 오래간만에 몰입해서 두 번씩 보는 작품이예요 시즌2가 제발 모두의 브라보를 받을 수 있는 결말이기를.

  • 22. ..
    '23.1.7 9:55 AM (112.151.xxx.59) - 삭제된댓글

    쑥과 마늘님 반갑고 좋은글 감사해요

    이 대사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나도 언젠가는
    너의 이름을 잊고
    너의 얼굴을 잊고
    어디선가 널 다시 만났을때
    누구더라?
    제발 너를 기억조차 못하길 ...
    생각 해 보면 정말 끔찍하지 않니?
    이 세상이 온통 너라는게」

  • 23. ㅇㅇ
    '23.1.7 9:57 AM (218.158.xxx.101)

    쑥과 마눌님
    반가운 이름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사적복수, 찬성은 아니지만
    쑥님의 마지막 문장같은 결론을
    이끌어낼수만 있다면
    그것도 좋겠네요.
    저도 쑥과마눌님이
    무슨일을 하시는 분인지
    궁금해합니다. ㅎ

  • 24. ..
    '23.1.7 10:51 AM (211.36.xxx.68)

    완전 고퀄 리뷰네요. 잘 봤습니다

  • 25. ..
    '23.1.7 11:05 AM (112.140.xxx.115)

    동은이를 응원하며 이런 글은 킵

  • 26. ..
    '23.1.7 11:46 AM (222.104.xxx.175)

    이 작품은
    김은숙작가님이 딸과 대화하다
    쓰게 됐다고 봤어요

  • 27.
    '23.1.7 3:24 PM (122.37.xxx.12)

    제발 백마탄 왕자님 따위는 안 나오기를

  • 28.
    '23.1.8 8:10 AM (24.17.xxx.123)

    좋은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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