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 다녀왔는데 또 그립네요
지방 편도 3~4시간 거리라 자주 갈수가 없어요
휴가때나 명절때 생신때 그외 시간이 되어서
가능할때.
20대는 젊었을때라 친정 부모님도 그만큼
젊으셨고 그래서인지 시골집이 그립거나
자주가고 싶거나 그런 생각이 덜했던거 같아요
회사다니며 친구들 만나 놀기에 바쁜 날들이었죠
그랬는데 40대 중반이되고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 갈수록
친정이. 장확히는 내가 나이 들수록
더 연로해지시는 친정엄마가 그립고 걱정되고 그래요
노령인구만 가득한 시골마을.
휴가라고 가도 친정엄마는
한창 바쁜 시골에서 서로품앗이 하느라
같이 시간 보낼 여유도 없어요
그냥 좀 쉬시라해도 손 아쉬운 시골에서
서로 도와야하니 나만 가만히 앉아 쉴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도움 필요할때도 많으니
서로서로 도와야해서
딸이 내려와도 같이 여유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아침 저녁 같이 두런두런 얘기하고
장난치는 딸이 가고 나니까
집이 허전하다는 친정엄마 말이 계속 맴돌아요
가까이 살았으면
부담없이 자주 가서 일손도 돕고
엄마랑 같이 시간을 보낼텐데..
집으로 돌아오는날
친정집 마당에서 손 흔들며
- 추석에 또 만나자!~
아이처럼 해맑게 인사하던 엄마 모습이 생각나요
- 응~ 추석에 또 만나~~~
엄마도 저도 안녕~안녕~ 하면서 인사했거든요
엄마는 가끔 아이처럼 행동하실때가 있는데
그게 너무 귀여우면서도 자꾸 마음에 남아요
시간이 왜이리도 빨리 지나는 걸까요...
1. 저도
'22.8.17 5:54 PM (14.32.xxx.215)원글님같은 엄마가 시골집에서 손흔들고 계심 좋겠어요 ㅠ
2. 부럽네요
'22.8.17 5:55 PM (39.7.xxx.33)친정 그리워 하는게 부모님이 좋은분이라 그런듯
3. 많이부러워요
'22.8.17 5:56 PM (39.7.xxx.201)그리울 때 볼 수 있는 엄마가 계셔서……
4. 참
'22.8.17 5:57 PM (124.53.xxx.135)뭉클하고 따뜻한 글입니다.
어머님 아픈데 없이 건강하시길....5. ㅠㅠ
'22.8.17 5:57 PM (27.162.xxx.194)아 지하철인데 눈물이 ㅠㅠㅠㅠㅠㅠ
6. 인생사
'22.8.17 6:03 PM (211.52.xxx.84)눈물이 나네요.
친정있는 사람들이 갈수록 부러워요.
내나이 50..
엄마를 22에 보내드렸어요.
아무것도 몰랐어요.
나이들수록 친정엄마 빈자리가 참 크더라구요.
재작년 암수술하고 회복실에서 의식이 돌아왔을때 부모님이 너무 보고싶고,젤처음 생각났어요.
전 제 종교가있어서 안그럴줄 알았는데....
부모님이 간절히 간절히 보고팠어요.
원글님 마음도 이쁘고,어머니 마음도 이쁠것 같고,모녀사이도 좋아보이네요.7. ..
'22.8.17 6:09 PM (211.176.xxx.188)부럽네요ㅠㅠ
8. 원글
'22.8.17 6:10 PM (223.38.xxx.162)친정엄마는 시골에서 나고자라
평생 시부모님 모시고 살며 농사짓고
50대엔 남편 먼저 떠나 보내고도 혼자
농사일 다 하고 사셨어요
그때 일을 줄였어야 하는데 내 논밭이 아니라서
손 놓으면 농사 지어먹고 살기 힘드니 붙잡고
일흔 다섯인 지금껏 혼자 농사를 지으시면서
자식들 손주들 다 챙기고 사세요
몸이 너무 망가졌지요
다리가 아파 잠도 잘 못주무시는..
의사들이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아쉬워서 붙잡고 있던 걸
내년엔 드디어 내려 놓으시려고 맘 굳히셨어요
그렇게 말려도 붙잡으시더니 더이상은
힘드셔서 본인이 내려놓으시네요
늘 안타까웠거든요
자식들한테 손벌리고 부담주기 싫어
힘들지만 농사지어 자식들 챙기고
품앗이나 조금씩 생기는 돈으로 손주들
용돈 챙기고 할 수 있는게 본인의 행복과
자신감 이셨던듯 해요
그걸 못하면 괜히 자식들 부담주는게 될까봐
버틸때까진 버티려고 하신거죠
본인 몸 힘들고 일복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친정엄마도 그러신 거 같아요
본인 스스로가 편히 쉬는걸 잘 못하거든요9. 근데요
'22.8.17 6:44 PM (211.200.xxx.116)그렇게 하던 일을 진짜 다 내려놓고 쉬면 확 몸이 가요. 늙어버리고요
차라리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 계속 품앗이 하시고 일하시는게 건강유지일수도 있어요10. 원글
'22.8.17 7:12 PM (223.38.xxx.162)일을 놓는다고 아예 다 내려놓진 않으실거에요
밭농사는 다 내려놓고 마당한켠 공간이 되는곳에
자잘한 작물은 심으실 거고
논 한두마지기만 농사지을 거고요
밭이 내밭이 아니라서 손 놓으면 다시짓기 힘들어
지금껏 해오셨는데 밭농사가 참 힘든게 많아서요
힘에 많이 부치시니 그건 내려놓기로 결정 하셨네요
일이 많이 줄어도 동네 일 조금씩 하시기도 하고
그렇게 되겠죠
지금껏 밭농사 논농사 품앗이 일당벌이
다 하셨는데 가장 힘에 부치는 밭농사가 빠지면
훨 낫다 싶어요11. ...
'22.8.17 11:00 PM (106.102.xxx.112) - 삭제된댓글저는 돈 많은 부모보다 따뜻한 부모님 둔 원글님 같은 분들이 제일부러워요.
어쩔수 없이 일주일에 두세번 통화 하지만
할 때마다 인상쓰며 끊어요.
일년에 한두번 볼까말까...
안그러면 제가 죽을거 같아서 일부러 거리두네요.
나도 친정엄마랑 여행도 가고 싶고
맛집도 다니고 싶고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싶네요. ㅠ12. 최고다
'22.8.17 11:04 PM (61.254.xxx.88)최고의 엄마
삶으로 모든것을 보여주신분이네요
넋두리 하소연없이
긍정 성실..
해맑게 손흔드는.그 모습이.오래맘에 남을만하신거같아요13. 원글
'22.8.17 11:32 PM (223.38.xxx.162)사실 이런저런 고생 많으셨고
정말 편히 살아보지 못하셨어요
본인 편할 운은 없으시고 엄마가 주변을
챙기는 운만 많으셔서 75세에도
자꾸 일이 붙어요
손도 빠르시고 음식도 잘하셔서
옛날부터 자꾸 사람들이 꼬이는데
엄마의 타고난 운과 성격이 그렇게 만드는거 같아요
체구는 여리여리 하신데 행동은 빠르고
대장부같죠
좀더 젊으셨을땐 안그러셨는데
엄마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마음도 여려지시고
자식들 보고싶고 특히 딸 하나인 제가
다녀가면 며칠내내 허전하다 하시더라고요
아들들은 어렵고 챙겨줘야 하고
며느리도 어렵고
딸은 오면 엄마 도와줄거 찾고 이것저것 치우고
옆에서 친구처럼 수다떨고 장난쳐주니
그게 참 좋으신가 봐요
그래서 한번씩 아이같은 모습을 보이시는데
마당에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또와~ 추석에 만나자~! 애들이 인사하는것 처럼
그렇게 인사하셔서 얼마나 귀여웠는지...
어쩌다 한번씩 그런 모습을 발견하면
즐거우면서도 좀 슬퍼져요
이런시간이 많지 않다는걸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멀리 사는게 참 ..
가까이살면 자주 뵐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