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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각칼

문구점직원 조회수 : 754
작성일 : 2022-08-05 19:43:52



지지난주의 초등2학년 준비물은 집만들기 재료였다
한주 내내 수수깡과 띠골판지 스티커와 나무막대를
팔았다
엄마 혼자 오기도 하고 아이 혼자 오기도 하고
엄마와 아이가 같이 오기도 했다
수수깡과 띠골판지만 딱 사가는 사람도 있고
3층집 정도는 너끈하게 만들 수 있는 다량의
재료를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수수깡과 띠골판지는 그래도 누구라도 꼭 사갔다

지난주 중학생의 준비물은 조각도였다
조각도와 면장갑 먹지가 준비물이었는데
조각도는 4천원짜리부터 미술용 만팔천원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4천원. 5천원. 만이천원. 만사천원. 만육천원. 만팔천원
역시 학생 혼자 오거나 엄마와 같이 오거나
엄마 혼자 오거나 했는데
대부분 저렴한 걸 선택해서 저렴한 상품은
금방 동이 나고 만원대후반의 조각칼만 남았는데
일요일이 되자 동네의 조각칼은 다 팔린 모양인지
비싼 조각칼도 앞다투어 사갔다
그때쯤 알게 되었는데
조각칼은 중요했다
월요일에 조각칼로 작품을 만들고
그게 수행평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요일은 종일 조각칼있는지 문의전화와
금방 갈테니 하나만 꼭 킵해달라는 부탁이
빗발쳤다 엄마와 아버지가 급하게 뛰어와
고맙다며 조각칼을 사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며 비싼 조각칼을 사가셨다.
일주일 내내 팔았는데 일요일까지 조각칼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아이들이
꽤 많았던 것이다 부모님만 바빴다

마지막 손님은 여학생이었다
문닫는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태평한 성격이었으리라
비싼 것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집에 다시 다녀오겠다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걱정스러웠다
여학생이 다녀가고 나서도 조각칼을 파느라
바빴다 여학생이 살 게 남을 지 걱정스러웠다
마침내 조각칼 하나만 남고
문닫을 시간이 되었을 때 아이가 왔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꾸중들었니 하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일 수행인데 조각칼이 없어서...흑흑 흐느꼈다
그래도 하나 남아서 너무 다행이야
아이가 끄덕끄덕했다
엄마가 화날 만도 하셔
아이가 울면서 흑흑 흐느끼면서 끄덕끄덕했다
어서 집에 가자
아이가 눈물을 닦으며 폭우가 내리는 밤속으로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오늘 아침에 조각칼을 사러왔으나
조각칼이 없다고 하자 망연자실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차마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IP : 220.119.xxx.2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lfjs
    '22.8.5 7:48 PM (180.69.xxx.74)

    ㅎㅎ 애들이 미리 말을 안해요
    준비물 보낼때 두개씩 보내기도 했어요

  • 2. ..
    '22.8.5 8:07 PM (112.169.xxx.33)


    시나리오 쓰십니까?
    단편영화 보는 것 같네요.

  • 3. 으싸쌰
    '22.8.5 11:01 PM (218.55.xxx.109)

    문구점에 계시면 대충 아이들 맘은 다 아시나 봐요

  • 4. ㅇㅇ
    '22.8.29 9:13 PM (210.179.xxx.177)

    이분 분명 글쓰시는 분. 이건 보통 솜씨가 아님.

  • 5. ..
    '22.8.30 10:09 AM (110.70.xxx.168) - 삭제된댓글

    오늘 아침 오신 부모님들 표정,
    웃음 안되는데 빵! 터졌어요.
    아흑 넘나 뭔가 귀엽고 따뜻하고 재밌습니다.

  • 6. ㅎㅎ
    '22.8.30 12:40 PM (121.129.xxx.191)

    문구점 순례 중입니다.
    여학생의 눈물이 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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