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작가들 단편이나 읽어야겠다고 집어들었는데...
강화길이란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음복'이란 단편 읽고 깜놀했네요.
내가 결혼하고 남편에게서 느꼈던, 뭐라 묘사하기 힘든, 그 알쏭달쏭한 느낌을 이 소설에서 다 알게 되었어요.
분명 나랑 동시대인인데 내가 아는 걸, 이 남자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거 같이, 어디 딴 별에서 왔나 싶은
사회생활 빡세게 하는, 자기 표현대로라면 '자갈밭'출신 개천용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나보다 훨씬 더 '온실의 화초'같은 느낌이 어디서 오는 걸까..
이 단편소설을 읽으니 아주 선명하게 알겠네요.
가부장제라는 묵직한 시스템을 지탱해준 모종의 음모(!) 들.. 은폐되어있는 각 집안의 내력들,
약자인 여자들은 특유의 관찰과 어쩔 수 없는 체험으로 터득한 일들을
이 남자는 다 모르고 지나간거 였구나..
그래서 시어머니의 진짜 밑바닥 성정과 욕망을 모르는 거구나.
판도라의 상자는 열린 적이 없고 열려서도 안되는 거였구나.
남자들의 그 '모름'은 다 그 어머니들과 아내들의 밀약과 거래의 산물인거였구나.
'모르는 체'로 해맑음을 보장받은 그들.. 모르니까 당연한 것처럼, 좋은게 좋은거지 그럼서 문제들을 덮고 덮고 살아갔던 거구나..
이 젊은 작가의 탐구 탁월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