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글한줄에 위안받고. 기억하고.

고구마 조회수 : 1,179
작성일 : 2021-11-09 21:36:09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시가 있어요.

그 시가 언제쯤 머릿속에서 생각나느냐면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의자에 혼자 앉아있을때.
일요일날, 남편과 함께 외곽지의 한적한 강가에서
햇살에 무수히 반짝이는 물살을 바라볼때.

가끔 내 속이야기를 하고싶은데
마땅히 생각나는 그 누군가가 없을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시가 생각나요.

시외곽지가 아니더라도,
9살 아이와 함께 근처 시골길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면 그 버스는 덜컹대면서 비포장도로를 달려요.
넓은 창밖너머로, 푸른 저수지가 은빛으로 빛나고
물오리가 날고.
산그늘이 조용히 그 푸른 물가에 비쳐요.
그 버스는 그렇게 한참을 저수지를 돌고,
또 멀리 비좁은 산비탈을 돌고.
말간 유리창너머 세상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러는동안,
제 마음이 가라앉고

흐르는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버린다.
라는 시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그것으로 위로가 되요.

그래서인지
강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슬픔을 퍼내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종종,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맞은편 사람에겐
그 어떤것도 물어보지않는 사람을
오랫동안 만날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속에서
저도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았어요.

나는 빨랫줄에 앉아있다.
그는, 내가 한마리 새처럼
빨랫줄인 자신의 몸에 잠시 앉아있는것을
허락한다.
나는 더이상 바랄것도 없이
일방적인 그의 말을
바람처럼, 햇빛처럼 느끼면 되는거다.
그러다가 나는 어느때고 일어나서 포로르 날아가면 되는거다.

그는 빨랫줄.
나는 한마리 새.
그의 언어는 끝이없고 늘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만
애써서 들으려하지말고 너무 이해하려 들지않으면
그또한 새털구름처럼 저혼자 그의 말은 흘러갈것이 아닌가.
그또한 외로워서 그런것임을.
나는 또 외로우면 저 시를 떠올리며 위안받으면 되는것이지요.
IP : 1.245.xxx.1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희승의
    '21.11.9 9:51 PM (121.154.xxx.40)

    저문강에 삽을 씻고 아닌가요
    저도 그 시 좋아해요

  • 2. 원글
    '21.11.9 9:52 PM (1.245.xxx.138)

    네, 맞아요^^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라는 대목처럼
    언젠가 저도 진짜 모종삽을 들고 가서 한번 씻어봤어요^^

  • 3. 리메이크
    '21.11.9 10:10 PM (211.36.xxx.62)

    저도 이 시 좋아해요ㅎ

  • 4. 쓸개코
    '21.11.9 10:14 PM (14.53.xxx.3)

    원글님 글 읽고 참 좋다 싶어서 시를 찾아보았어요.
    -----------------------------------------------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원글님 좋은시 고마워요.
    참 그리고 저는 원글님 글에서 참 맑음을 느낌니다. 가끔 읽고 있어요~

  • 5. .....
    '21.11.9 10:22 PM (211.186.xxx.229)

    예전엔 시집도 사모으고 열심히 시를 읽었는데...
    원글님 덕분에 다시 읽어봅니다.
    감사해요~

  • 6.
    '21.11.9 10:33 PM (211.49.xxx.143)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감상하네요
    사는게 팍팍하네요
    그 좋아하던 시 한편이 넘 오랜만

  • 7.
    '21.11.10 4:11 AM (124.216.xxx.58) - 삭제된댓글

    간만에 시
    감사합니다

  • 8. 원글
    '21.11.10 7:21 AM (1.245.xxx.138)

    시한줄만 남기면
    전문이 꼭 나와요^^쓸개코님이 이번엔 찾아주셨네요^^
    복효근시도 좋아요^^너무 어려운 시는 힘들고 어려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8692 어제 방송 보니 촉 좋은 현숙이 도망간 거 같네요 ㅎㅎ .. 07:08:39 126
1808691 오늘이 삼전 최고가일것 같아요 .ㅠㅠ 3 오늘이 06:42:44 1,576
1808690 홍대 vs 명동? 추천 06:42:38 108
1808689 산소에 벌이 나타난건? 2 05:53:10 813
1808688 오피스텔명의 바꾸려는데 법무사끼면 수수료 나가나요? 5 오피스텔명의.. 04:36:37 764
1808687 막말하는 부모님. 어버이날 챙기지 말까요? 11 ..... 04:36:13 1,732
1808686 자기딸 장례식에 와서 돈돈 거리는 친정 엄마 8 ㅇㅇ 04:34:32 3,117
1808685 "코인하던 친구들 이제 코스피 간다"…외국인 .. ㅇㅇ 03:43:31 2,219
1808684 ‘성비위 정직’에도 주임신부로 복직…항의하자 “그동안 참회” ㅇㅇ 02:50:41 867
1808683 "일본 비켜"…반도체 슈퍼 호황에 韓 수출 '.. 3 ㅇㅇ 01:24:52 2,031
1808682 나솔 순자도 비호감인건 마찬가지 22 . 01:19:06 2,350
1808681 왕꿈틀이 맛있네요 4 ㅎㅎ 01:15:19 995
1808680 상가 월세 30만원 받는데 종소세 ..... 00:50:34 1,177
1808679 집값올라 좋을게 없는데 11 ㅗㅗㅎㅎㄹ 00:48:05 1,650
1808678 판교 ic 에서 서울여대 도착 5시쯤 안밀릴까요 8 서울 퇴근길.. 00:30:37 535
1808677 나솔 이번기수 옥순 너무 싫네요;;;; 19 .... 00:14:33 3,638
1808676 나스닥 시작부터 폭등 2 ... 00:13:38 3,303
1808675 교사 노조가 고발하고 싶은 학부모 8 유리지 00:08:32 2,324
1808674 주식 언제 팔죠 2 ㅇㅇ 00:07:25 2,371
1808673 이제 앞으로 지방이 뜨지 않을까요 9 ㅗㅗㅎㄹ 00:03:23 2,739
1808672 다이소 옷 8 아이디 00:00:05 2,289
1808671 아들 육군입소식 다녀왔어요 13 훈련병 2026/05/06 1,393
1808670 '미국개미' 국장 진입 시작‥K-주식 직구 '삼전·닉스' 사들인.. 5 ㅇㅇ 2026/05/06 3,697
1808669 방송인은 이미지가 생명이긴 하네요 8 이미지 2026/05/06 4,090
1808668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 없다”…이재명 대통령, 자살 예방 대.. 13 ..... 2026/05/06 4,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