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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 복

... 조회수 : 2,413
작성일 : 2021-01-02 12:01:33
어린 시절 가정 불화가 심했어요.
가장 큰 원인은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 명문고, 명문대 출신으로 교사 생활하시다가 일본 파견 교사 신청을 했고 통과되었다는 통지받고 배 타기 직전 아버지 외가 쪽 친척이 북한 고위층이라 신원조회에서 걸렸다는 통지를 받으셨대요. 이미 학교는 사직했고 갑자기 멘붕 상태가 되어 방황하다 자영업을 시작하셨는데 태생적으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기질이 못되셔서 늘 수입은 마이너스거나 제로였어요. 가정 경제는 공무원인 엄마가 꾸리셨는데 그 와중에 할머니도 모셨고 미혼 고모들도 결혼전까지 같이 사셨으니 엄마가 힘드셨을거에요. 아버지는 좌절된 꿈(일본 가서 일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하셨어요)과 울화, 열등감 등을 불시에 표출하셨고 술은 못하시니 도박으로 젊은 시절 한 때를 말아먹었어요. 제가 불안지수가 높은데 그 시절 여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언제 들어오실지 들어와서 엄마랑 싸울지 불안해서 잠을 잘 못잤어요. 자존심 강한 엄마는 그 고통을 제게 호소하며 사셨죠. 화풀이는 안하셨지만 내가 너 보고 산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하셨어요. 집이 지옥 같았고 가출을 해도 백번도 넘게 할 상황이었으나 공부했어요. 합법적으로 집을 나가기 위해서요. 그나마 공부머리는 물려주셔서 공부를 아주 잘했고 원하는 대학 가면서 집을 나올 수 있었어요. 그러나 착한딸 컴플렉스는 극복하지 못해 집에 전화해서 엄마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안좋으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쉬기가 힝들고 그랬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도 노력 많이 했어요. 부모지만 내 삶을 너무 힘들게 하면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내가 산다고요. 두 분은 이혼도 안하고 엄마가 지금까지 아버지를 부양하다시피 하고 사시는데 나이 드시니 그래도 서로 의지하고 사셔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는 진작에 이민을 가서 남남처럼 사니 저는 사실상 외동이에요.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자주는 못보지만 그래도 아이 초등 때까지 부모님 생신이나 명절 때 자주 여행 모시고 다녔고(남편이 여행 좋아해서 시부모님과는 더 자주 다녔어요) 매달 용돈 드리고 하느라고 하고 살아요.

올해 아이 입시가 폭망이라 지금 기분도 기운도 바닥인데 어제 새해 인사 전화드리니 아버지는 마침 화장실 가셔서 통화 못했어요. 다음주에 아버지 생신이라 그 때 다시 전화할 생각으로 어제 다시 전화 안했는데 엄마가 아침에 아버지 크게 화나셨다고 빨리 전화하라고 카톡이 왔네요. 전화드리니 전화 안받겠다고 하셔서 엄마랑 실랑이하셔서 그냥 끊었어요. 엄마는 평생 가정 경제 꾸려오시고 제게도 넉넉하진 않았으나 결혼 전까지 지원 다 해주셨지만 아버지는 내 유년기를 암흑기로 만든 장본인인데 그 영향을 아직 극복 못한 부분도 큰데(싸움, 갈등 상황에 대한 내성이 극도로 약해서 경미하지만 공황상태가 돼요)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것 자체가 뻔뻔스럽게 느껴지네요.
IP : 223.38.xxx.9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2 12:12 PM (180.69.xxx.35)

    헉. 아버지 사연 기구하네요 세상에..

  • 2. ㅇㅇ
    '21.1.2 12:15 PM (117.111.xxx.219)

    질문입니다 교사면 공무윈인데 재취업 가능하지 않나요?

  • 3.
    '21.1.2 12:15 PM (116.32.xxx.73)

    일단 위로 드려요
    원글님 자신을 먼저 생각하세요
    내가 뭐든지 먼저고 내감정이 가장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부모님들이 저런 문제로 원글님 정서를
    해치시면 아빠가 돼서 그런거 하나 이해못하고
    자식을 괴롭히냐고 한말씀하세요
    그리고 마음이 괴로우면 연락하지 마세요
    원글님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되었던 거리두기 하세요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정서적 학대는 사람들은
    부모자격 없어요

  • 4. 이것도 훈련입니다
    '21.1.2 12:21 PM (59.15.xxx.38) - 삭제된댓글

    어머니가 카톡오면 말하세요 아버지께 다음주 전화드릴꺼라구요 그리고 하지 마세요
    끌려다니지 마세요 아쉬운건 원글님 부모님입니다

  • 5. 질문
    '21.1.2 12:43 PM (223.62.xxx.30)

    답을 하자면 사직서 내고 출국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와계실 때 불가 통보 받으셨고요. 사직서는 진작에 수리된 상태였는데 재취업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요즘 공무원 그만 두었다가 다시 하겠다고 돌아가면 받아주나요? 파견교사라는게 우리 정부에서 일본 정부로 보내는게 아니고 아버지가 개인 신분으로 알아보고 지원하신 걸로 들었어요. 그러니 원상 복귀는 불가능하고 설사 그게 가능했어도 아버지 자존심에, 사직서 쓰고 다 정리하고 왔는데 번복하는 일 절대 못하셨을거에요.

  • 6. 윗분들
    '21.1.2 12:45 PM (223.62.xxx.30)

    말씀 맞아요. 예전에는 내 잘못이 아니지만 두 분 싸울 조짐 보이면 불안하고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겠다, 싶어요.

  • 7. ..
    '21.1.2 3:52 PM (14.36.xxx.129)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저도 부모의 불화로 울음을 참으며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잠들던 어린 시절이 있었죠.
    하느님께 제 목숨을 가져가시고 대신 엄마 아빠가 웃으며 살게 해달라고 두손 모아 빌던 기억이 무수해요.

    80세 넘은 지금도 둘이 싸우면 전화해서 하소연하는데요,
    전화 안받습니다.
    아버지가 화나서 끼니를 굶는다고 어쪄냐는 문자가 와도
    집에서 안먹고 나가서 사드시겠지... 별 걱정 안돼요.
    딸이 되가지고 부모 걱정을 안한다고 원망하면
    부모가 되가지고 자식에게 이런 일로 연락하는게 부끄럽지도 않나?? 이렇게 말한 적도 있어요.
    남의 집 딸은 자주 찾아온다고 부러워하면
    그집 딸은 친정이 잘해줘서 좋은가보지~ 이러고 말대꾸해요.
    살 날이 얼마 안남아서 치매도 온거 같고 온몸이 아프다하면
    살 날은 아무도 모르고, 50 넘으니 나도 온몸이 아프다고 해버리구요.
    넌 엄마가 안보고싶니? 이러면
    엄마는 나 보고싶은 적 있었어? 그러면 아무 말 못하세요.
    한번은 제 옷을 사주겠다고 백화점에 같이 가재요.
    제가 미쳤다고 엄마랑 백화점에 가나요?
    가는 길 내내 아빠 욕, 신세 한탄, 친척 욕, 이웃 욕을 늘어놓을텐데
    제 귀와 제 시간이 소중한지라 거절했어요.
    그렇게 사무치게 좋아하는 본인 친구들이나 외가 친지들과 쇼핑 다녀오시라구요.
    아님 사랑하는 며느리를 불러서 쇼핑하라고 했죠.

    자식도 못고치는데 부모를 어떻게 고치나요?
    저도 40대 초반까지는 부모님 때문에 전전긍긍했는데요,
    40 중반 넘어서니
    부부싸움했다고 너희들이 수습해달라고 연락하는 친정부모가 진심으로 징그러워요.

    원글님 아빠도 이해안가지만
    아빠가 화났다고 빨리 전화하라고 카톡한
    원글님 어머니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왜 아무 잘못없는 자식에게 죄책감을 얹어주나요?
    자식이 전화 안한 걸로 남편이 삐져있으면 그러든지말든지 무시하면 될 것을.
    제 엄마도 그랬거든요.
    두 분이 싸우시고나면
    꼭 제 등을 밀어서 아빠에게 가서 화를 풀어보라고 했어요.
    큰 딸이 할 일이라나요?
    아빠에게 가서 식사하라 전했다가 안먹어!! 벼락소리나 듣고 전하면,
    큰딸이 애교도 없고 병신같아서 아빠 화를 못풀게 한대요.
    저 이런 말을 초등때부터 수 백 번 들었어요 ㅎㅎㅎ

    아빠 엄마를 안보고 사니 50살 넘은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재취업을 해서
    그 핑계로 전화도 안하고 주말엔 피곤하단 핑계로 안가요.

    원글님, 너무 전전긍긍해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두 분은 안변하고 자식 속 썪는거 몰라요.
    내 가정 나 자신에게나 충실하자구요.
    물론 자식도 대입 마치고 20살 넘으니 편하게 놓아주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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