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임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여권의 향후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이 팔순 노모부터 아내와 자녀들은 물론 동생의 부인까지 탈탈 털었지만 조 전 장관은 끝끝내 버텼다.
자업자득
그러자 인사청문회 당일 정 전 교수를 소환 조사 없이 기소했고 이후 구속까지 일사천리였다.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가 이어졌고, 검찰의 칼끝은 이듬해 총선을 의식한 듯 민정수석 조국을 고리로 청와대를 겨냥했다. 검찰 기자단과 보수 언론, 보수 야당을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권력보다 무서운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허나 '검찰의 시간'이 끝나면서 '법원의 시간'이 찾아왔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이어진 가운데 향후 재판 결과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일부 재판 결과가 실제 그랬다. 조 전 장관 5촌 조카 1심 재판에서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권력형 범죄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 전 장관 동생 조아무개씨 1심 역시 시종일관 본인이 혐의를 인정한 채용비리 관련 유죄 외에 애초 언론의 포화를 맞았던 웅동학원 관련 비리는 드러나지 않았고, 핵심 쟁점이던 배임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윤 총장이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지켜봐달라'던 조국 일가족 수사의 재판 결과는 이렇게 검찰의 무리수가 증명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오는 12월 23일로 예정된 정경심 교수(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등)의 판결이 또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무부의 감찰 결과 중 검찰의 판사 불법 사찰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든 울산 사건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윤석열 총장의 절박함 말이다. 대검 내 정보통으로 꼽히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왜 해당 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정보를 취합해야 했을까.
사필귀정
사필귀정이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탈탈 털었던 윤 총장은 이제 본인의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 역시 윤석열 검찰의 무소불위의 강제 수사를 목도한 일부 피해자나 관련자들이 묻혀있던 사건을 끄집어내고, 국민이 이를 소환하면서 가능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윤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의 과거 통장 위조 사건을 동양대 표창장 사건처럼 수사하라는 여론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은 또 어떠한가. 정 전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만으로 '조국은 자격 없다', '조국 가족은 범죄자 가족'으로 몰아갔던 윤 총장 본인 역시 동일한 법적, 사회적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요지부동
그럼에도 요지부동이다. 윤석열 총장만의 '법과 원칙' 말이다. 이번 법무부 감사 결과에 잘 드러난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최측근을 지키기 위해, 또 검사 비리를 지켜내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으며, 감찰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조국 일가족 강제 수사 이후 윤석열 검찰의 든든한 뒷배였던 일부 언론들도 요지부동이긴 마찬가지였다. '추미애 때리기'에 이어 '윤석열 대망론'으로 올 한 해 여론을 뒤흔들었다.
물론 요지부동인 이는 또 있다. 감찰 결과를 읽어내려가며 "본인 역시 충격을 받았다"던 추미애 장관 말이다.
결국 본인이 휘두른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무소불위의 칼에 본인이 베일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