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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박상인 교수의 지역화폐 연구에 대한 평입니다.

조회수 : 952
작성일 : 2020-09-22 08:41:14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가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맹비난을 받으면서, 그 여파가 아직 여전하다. 지난 금요일 오전에 오마이뉴스 기자가 이 보고서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해 왔는데,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내 답변에 보고서를 보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치적 논란에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잠시 주저했으나, 회피해서 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 보고서를 먼저 읽고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요일에 오마이뉴스의 관련 기사에 내 인터뷰 내용의 일부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 해 아쉬운 기사였다. 여당과 이 지사의 조세연 보고서에 대한 비난이 건설적인 정책 토론을 조장하기 보다는 연구자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학자들의 자기검열과 기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대한 연구의 위축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전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이글을 쓰기로 했다.

먼저 조세연 보고서가 실증적으로 분석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는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조세연 보고서는 시군구 지자체별 지역화폐 (지역경제규모 대비) 판매량이 지자체 소상공인의 총매출액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나, 수퍼마켓과 종합소매업에서는 지역화폐 판매량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매출액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실증 분석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용한 자료와 연구방법론은 여타 국책연구원의 보고서와 비교해도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더구나 한국지방행정연구원(2017) 보고서나 경기연구원 (2018) 보고서와는 자료의 질이나 방법론의 엄밀성에서 비교할 수 없이 우월한 연구이다. (보고서를 읽어보면 전문가들은 다들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조세연 보고서가 2019년의 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단 2019년 자료가 가용하지 않으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면 지역화폐 판매가 급증한 2019년 자료가 가용한 이후에 연구를 했어야 했을까? 지역화폐 초기 자료를 사용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2017) 보고서나 경기연구원 (2018) 보고서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는데, 이들 보고서가 지역화폐 확산에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조세연이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특정 정책이 전국적으로 대규모로 확산되고 국가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유관 국책연구원인 조세연이 기획과제로 이 주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만약 2019년 자료를 사용하지 않은 연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한국지방행정연구원(2017) 보고서나 경기연구원 (2018) 보고서도 문제이고 이런 보고서에 기초한 정책 집행도 문제라고 해야 적어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주장이 된다.

코로나19 1차 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되어 화폐로 지급했을 경우보다 경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되었으므로, 지역화폐의 유용성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설혹 재난지원금으로서 지역화폐의 유용성이 입증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런 주장과 조세연 보고서의 결과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세연 보고서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지역화폐의 효과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연 보고서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지역화폐 판매량의 지자체 소상공인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0’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2010년 GRDP기준으로 1%의 지역화폐를 추가적으로 발행한 경우 지역화폐에 영향을 받는 산업군의 총매출액을 오히려 -1.9% 감소시킴을 의미”한다는 서술을 함으로써 (보고서 55쪽), 오해를 살 해석을 사족처럼 추가했다. 추정치의 계량적 크기를 설명하면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치를 유의한 것처럼 서술한 연구자들의 실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추정치의 통계적 유의성이 없음을 보고서가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실증 결과에 대한 해석을 너무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가능성에 대해 보고서는 화폐나 온누리상품권을 대체하는 효과나 인근 지자체 매출액에 대한 부정적 외부성을 주고 받는 문제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 자체를 보고서에서 가설 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전체 보고서의 구성이나 서술이 마치 이런 이유에 대한 가설 검증을 한 것처럼 오해를 줄 수 있다. 실증 결과에 대한 합리적 설명으로 이런 가설들을 제시함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간 후에 연구자 중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글에 쓴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설명을 해줬는데,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이 보고서가 원내외 최종 리뷰를 마치지 않은 상태로 국회의원실을 통해 유출되었다는 점이다. 연구를 수행한 박사들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나 부연구위원인 점으로 보아 비교적 젊은 박사들이라고 생각된다. 민감한 정책 주제를 다룰 때는 사실과 해석에 대한 좀 더 분명한 구분 등을 포함한 객관적 표현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원내외 리뷰 과정에서 그런 점들이 바로 잡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따라서 최종 리뷰가 끝나지 않은 보고서라는 점을 고려해 건설적인 비판과 코멘트를 줄 필요는 있으나, 이런 미숙함을 공격의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보고서의 결과를 수긍할 수 없었더라면, 경기연구원이나 다른 전문가가 나서서 비판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했다. 보고서의 방법론이나 결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할 능력이 없는 정치인들 나서서 연구 보고서를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모든 연구에는 한계도 있고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한계와 문제점만 보고 연구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학문은 발전할 수 없다. 정치적 이해득실로 학문적 연구를 재단하기 시작한다면 학문의 자유는 질식할 수밖에 없다. 조세연 보고서의 실증 결과를 받아들이더라도 지역화폐의 유용성을 여전히 주장할 수 있는 방법도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런 가능성을 가설로 삼아 이론과 자료에 기초해 정책 토론을 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정책이 정치를 올바로 인도하는 꿈 같은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IP : 117.111.xxx.18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경영
    '20.9.22 8:45 AM (86.151.xxx.150)

    이미 허경영과 전두환 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지사.


    연구원의 보고서로 문책하라는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 아니란 소리.
    게다가 이재명 입맛에 맞게 보고서 작성을 했을 경기연조차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들 보고서에 썼음.

  • 2.
    '20.9.22 8:54 AM (117.111.xxx.183)

    너무 포퓰리즘적이죠

  • 3. .............
    '20.9.22 10:48 AM (175.123.xxx.77)

    박상인 교수는 문재인 욕한 사람인데 그 사람 말을 이렇게 신주 모시듯이 떠 오나요?

  • 4. .............
    '20.9.22 10:49 AM (175.123.xxx.77)

    그리고 행정대학원 교수가 왜 경제 정책에 입을 대나요? 경제 정책에 대해서 뭘 좀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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