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대문에 언니한테 손절 당했다는 글....

초연 조회수 : 5,047
작성일 : 2020-09-17 13:58:42
저는 한때 인생에 친구가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아주 크고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을 다 버리진 못했구요.
친구가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또 남자들 못지 않게 의리 찾아가면서 연연하기도 했는데
나이 먹으니까 
인간관계라는 게 내가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 아둥바둥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된다는 걸 느꼈어요.
다른 사람 인생에 신경쓸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고, 나 역시 간섭 받고 싶지도 않고,
너는 너 대로, 나는 나 대로 각자 사는 인생. 

친구라는 존재 역시
인생을 기나긴 여정의 대서사시로 봤을때 그 과정에서 만나기도하고 헤어지게도 되는,
그저 각자의 상황과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길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그떄그때 맺어지는 한시적인 인연일 뿐,
그 또한 언젠가는 각자의 길을 위해 스쳐 지나갈 존재들.

제가 최근에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철칙이 바로
애쓰지 않는다. 인데,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억지부리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까워요.
이런 생각이 드니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굳이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새로 맺으면서 확장시키려는 욕심도 들지 않더라고요.
동시에 뭔가 아니다 싶은 인간관계를 굳이 고통 받아가면서까지 유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어느날 문득 돌이켜보니
제가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됐을 많은 관계들에서 고통받고 상처받고 있더라구요.
그때부터 일종의 비우기를 시작했고 지금은 너무 홀가분합니다.

'친구 없으면 어떻게 살지?'란 생각도 어릴 땐 했었는데,
예전에 책 어디선가
"나 혼자서 오롯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란 말을 봤거든요.
이게 선결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친구를 아무리 많이 사귀어도 결국 본질적인 나는 외로울 뿐이며, 
그 공허함은 나 스스로 행복하고, 나 스스로 채우지 않는 이상은 그 어떤 존재로도 채워질 수 없다고.

이 말에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나이가 되면서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에너지 낭비하기 보다는
나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지금은 친구라는 존재 없어도 내 인생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삶의 질은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그간 사귀어온 친구들 싹 다 단절한 건 아니구요 ㅋㅋ 친구들아 사랑해 ㅋㅋㅋ)
그리고 이젠 무엇보다도
하늘, 바람, 비, 꽃, 나무, 바위, 동물들이 사람보다 더 좋아집니다.

더 나아가서
친구가 있어야, 또는 그밖에 다른 뭔가가 있어야만
외롭지 않고, 즐거운 인생이라는 식의 조건부 행복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많이 미숙한 결과라고 보여져요.
저 역시 아직 그 길을 가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천천히 찾아가보려 합니다.

IP : 125.143.xxx.14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매니
    '20.9.17 2:12 PM (221.153.xxx.100)

    너무공감합니다. 지도 겪어봤기에 적어주신글이 침 와 닿네요.

  • 2. .........
    '20.9.17 2:13 PM (112.221.xxx.67)

    저도 공감공감^^

  • 3. ...
    '20.9.17 2:15 PM (49.175.xxx.17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4. 동감해요
    '20.9.17 2:18 PM (221.140.xxx.230) - 삭제된댓글

    저도 친생친사 하던 사람이에요
    고마운 친구도 많았고 사랑했던 친구도 많았고요
    돌아보니 늘 제가 더 목을 메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늘 외로울까봐, 외로워서, 전전긍긍

    평생 친구라 여겼던 사람한테 뒷통수 된통 맞고 깨지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어요.
    (그러고도 몇 년이 더 걸렸죠)
    지금은 저도 글쓴님과 같아요
    혼자서도 잘 지내고,
    여러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의지하던때 보다 더 평안하고 충만합니다
    저도 친구에게 쏟던 인생의 70%의 열정을
    가족/ 일/ 취미/ 자연/ 동물에 쏟다보니 더 풍성해 지고요.

  • 5. 맞아요
    '20.9.17 2:21 PM (221.140.xxx.230)

    저도 친생친사 하던 사람이에요
    돌아보니 늘 제가 더 목을 메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늘 외로울까봐, 또 외로워서, 전전긍긍

    평생 친구라 여겼던 사람한테 뒷통수 된통 맞고 깨지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어요.
    안보이던게 보이고, 내가 맺었던 관계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저도 글쓴님과 같아요
    혼자서도 잘 지내고,
    어울리는데 의지하던때 보다 더 충만합니다

  • 6. ..
    '20.9.17 2:24 PM (112.151.xxx.59) - 삭제된댓글

    거의 혼자인데 너무 행복해요
    시절인연으로 생각하니 자책도 후회도 미련도 다 날려버렸어요
    인간관계로 고통 받는게 없으니 홀가분해요

  • 7. ...
    '20.9.17 2:29 PM (222.239.xxx.231)

    인간관계 좋은 글이네요
    부모님이나 가족과 잘 지내는게 중요할듯해요

  • 8. 친구자산
    '20.9.17 2:34 PM (122.42.xxx.155)

    82에 자주나오는 손절 이라는 말은 참 폭력적으로들립니다.

    친구나 지인과 인연 끊는것을 유행처럼 또는 남의 조언의지해
    쉽게 하는것은 집값 하락보다 더큰 자산 손실이라고 생각해요.

    사람 참 안 변하지만 그건 나에게도 해당되죠.
    내가 손절하려는 독한 마음을 먹는다는건
    나에게도 독이 품어지는것같고 자칫 경솔한 실수 되기도 쉽네요.
    모두가 좋은 사람 나한테 마냥 잘해주는 사람 원하지만
    그런 사람 존재할까요. 나는 과연 그에게 그런 사람 되나요.
    다들 상처받은 사람만 있는데 상처를 줬다는 사람은 없네요.

    아롱이 다롱이 모여서 사는데
    개차반 제외하고는 여럿이 어울려 사는 삶이 풍요롭다고 생각해요.
    쉽게 손절해라. 감정쓰레기통 노릇 그만해라. 너를 더 사랑해라.
    가족이 더 중요하다 너에게 도움 안된다 라고 조언하는것
    인생을 단편적으로만 가치 판단하는것같아보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중심 잘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친구관계는 인생을 엄청 풍요롭게 하는 귀한 가치라 생각하고
    여러 해프닝과 마찰 속에 마치 내가 관계의 칼자루를 든 사람인양
    휘둘러버리는것은 그칼이 나를 찌르기도 합니다.
    내 필요나 계산으로 사람 사귀지 않고
    타인을 길고 깊게 사랑하는 법
    어렵지만
    숭고한 인생 만드는 관계법이라고 생각해요.

  • 9. ...
    '20.9.17 3:07 PM (121.144.xxx.238)

    공감해요^^ 글 안 지우셨으면

  • 10. 원글님에
    '20.9.17 3:11 PM (222.120.xxx.44)

    공감해요.
    회자정리 거자필반

  • 11. 인간관계
    '20.9.17 3:26 PM (125.177.xxx.106)

    가고 오고 그러더라구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할 뿐.

  • 12. ???
    '20.9.17 4:05 PM (203.142.xxx.11)

    동네 아는 사람이야 몇명 있지만 거의 혼잔데 너무 편해요
    이것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지
    이삼십때일때 친분 관계에 연연 하고 상처받고 상처주고 ~~
    다지난 지금 저절로 정리되고 집 에 혼자 있으면서
    음악듣고 컴퓨터로 82 하고 뭐먹고 휴식하고 너무 편해요
    하루가 지겹단 생각 없어요
    사람한테 연연할필요가 없단걸 젊을땐 잘모르죠
    그 모든걸 겪고 지난 나이듬이 전 편안하고 좋습니다

  • 13. 저도
    '20.9.17 4:53 PM (118.46.xxx.195)

    너무 공감합니다.이 글 캡처합니다.

  • 14. ..
    '20.9.17 5:47 PM (223.62.xxx.102)

    지금제게 딱 이런글이 필요했어요
    인간관계도 결국 내가 중심인건데
    가끔은 배려받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서운할때가있거든요
    그것도 순간이라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데말이죠

    꼭필요한글 감사해요

  • 15.
    '20.9.17 5:55 PM (123.248.xxx.227)

    인간관계
    감사합니다

  • 16. ...
    '20.9.17 6:23 PM (118.38.xxx.29) - 삭제된댓글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미 라기 보다는 억지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글이 조으다

  • 17. ..
    '20.9.17 6:23 PM (1.234.xxx.84)

    내가 오롯이 설 수 있어야 가족관계 친구관계 모두 편안해요. 내가 먼저 행복할 필요까지도 없어요. 내가 홀로 가야하는 것을 깨닫는게 중요한 듯 합니다. 그러면 불행해도 그 불행을 잘 겪어 나갈 수가 있어요. 깨달음을 얻는다고 인생이 늘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 18. ...
    '20.9.17 6:24 PM (118.38.xxx.29)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미 라기 보다는 억지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그리고 이젠 무엇보다도 하늘, 바람, 비, 꽃, 나무, 바위, 동물들이
    >>사람보다 더 좋아집니다.

    글이 조으다

  • 19. 써니
    '20.9.17 9:08 PM (125.176.xxx.76)

    인간관계.
    참 덧없죠.

  • 20.
    '20.9.18 1:34 AM (118.44.xxx.16)

    제가 46세인데 어릴 때 친구를 대하는 마음이나 요즘 제가 느끼는 마음이 딱 원글님과 같네요.
    저랑 나이가 비슷하신가요?
    좋은 글 공감하며 잘 읽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0945 미니멀리스트인 제가 다둥이 엄마로 살고 있네요 ㅇㅇ 22:05:22 121
1740944 서민재 안됐어요 ㅜㅠ 1 Dd 22:03:18 525
1740943 최은순 최호 1 뭔가가 스멜.. 22:01:37 293
1740942 김혜자씨집이 어디인가요 1 준맘 22:00:37 329
1740941 송영길, "'알콜중독자' 윤석열, 몇 개월 구속 못참고.. 1 ... 21:58:16 614
1740940 SKT 내 정보 유출됐는지 오늘부터 조회된대요 4 21:54:17 464
1740939 시크릿 류의 책 보고 효과 보신 분 계신가요 2 시크릿 21:53:39 193
1740938 시스템 에어컨 몇 대 트시나요 2 ㅇㅇ 21:53:13 408
1740937 두부조림할 때 두부 기름에 굽나요? 5 두부 21:51:56 308
1740936 쿠팡 물류 알바 오늘자 체험담 11 쿠팡 21:49:42 918
1740935 자두가 참 위험한 과일이네요 2 ... 21:46:47 1,562
1740934 윤정권 상임감사 120명 초호화 관광다녀왔네요 1 세금충들 21:46:09 394
1740933 엄마의 근감소증 2 .... 21:44:53 776
1740932 선물 ㅇㅇ 21:43:05 113
1740931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1 .. 21:42:35 202
1740930 더위 먹고 야식 추천 바랍니다. 건강한 야식 3 de 21:42:14 348
1740929 “쌀수입 확대는 상수”… 美조선소 추가인수 검토 12 쌀개방 21:41:30 451
1740928 울 냥이 단어 최소 5개는 아는거 같은데 천재인가요? 11 팔불출 21:38:16 562
1740927 깻잎 1 깻잎 21:37:18 241
1740926 임미숙, 김학래 아들이요 M1 1 1.. 21:35:48 1,078
1740925 회식하고 택시비를 받았어요 8 ..... 21:33:09 945
1740924 인버터 사용중인데 설정온도보다 낮은거 맞아요? 2 인버터 21:32:45 501
1740923 채칼 사려는데, 채칼 21:32:15 140
1740922 큰일 당해보면 안다더니 6 ㅇ ㅇ 21:26:05 1,702
1740921 방금 퇴근 길에 회사 어떤 시설물을 만졌는데 5 ㅠㅠ 21:25:58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