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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딸에게 드디어 엄마가 되었습니다 (펌글)

ㅇㅇ 조회수 : 3,506
작성일 : 2020-09-16 22:01:15
2017년 글이네요 근데 요즘 다시 여기저기서 회자가 되나봐요.
아 코가 찡하네요....
 https://pann.nate.com/talk/335055310


결혼한지 2년만에 남편에게 아이가 있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아이가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죠. 친엄마가 키우다가 저희 결혼한 걸 알고는 시댁으로 보내버렸어요 자신도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며..

처음엔 이혼을 하네마네 사기결혼이다 뭐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시댁에 가게 되었는데 아이가 시부모님에게 눈칫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저희가 오니 방으로 들어가 안절부절 못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녁식사 시간에도 아이를 부르지 않는 시부모님의 인성을 보며 학을 떼고 그 날로 아이를 제집으로 데려왔어요.

참 멍청하다 지무덤 지가 판다 별소릴 다 들었지만 어렸을 적 모든 식구가 뿔뿔히 흩어져 작은 집에서 숙식제공받으며 먹었던 눈칫밥때문이었는지 아이에게 제가 보였습니다.

살림을 합치고 벌써 7년이나 흘렀네요.

그동안 세식구에서 네식구로 늘었고 이제 제 아들은 20개월되었네요.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어제까지 아니 불과 오늘까지도 제게 아줌마라고 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라고 불러줄 수 없냐는 물음에 아이가 대답을 하지 못해 그래 기다릴께 엄만 항상 여기서 기다릴께. 라고 했는데..

그 기다림의 끝이 드디어 오늘이네요.

방학이라 요즘 아이가 동생과 많이 놀아주고 저도 덕분에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그로인해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실력발휘해서 스테이크에 스파게티를 해주니 아이가 잘 먹고는 엄마 설거지는 내가 할께요. 라네요.

너무 놀라고 크게 반응하면 아이가 놀랄까 싶어
고맙다고 말하고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어디든 자랑하고 싶어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그 소릴 밖에서 들었나봐요.. 제가 그만큼 흥분했단 소리겠죠.

밖으로 나와 막내 목욕물 받는데 뒤로 와서는
엄마 고마워요. 앞으론 정말 잘할게요. 라고 말하곤 황급히 방으로 가네요.

물 받는 소리로 가리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일은 아이가 곁을 내주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제야 그 곁을 내어주네요.

다른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다 뭐다 반항할 시기에 이렇게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저 어린 것의 지난 날이 마음이 아프기도 하도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어디든 자랑을 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와 제 아이들.. 앞으로 더 현명하게 장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IP : 1.221.xxx.14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9.16 10:04 PM (116.88.xxx.163)

    천사같은 엄마와 천사같은 딸이네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2. 크리스티나7
    '20.9.16 10:06 PM (121.165.xxx.46)

    그 아이도 불쌍한 영혼이니
    잘 거두시고 많이 베푸시고
    그럼 행복해집니다.

    불쌍한 아이도 행복해야하고
    엄마도 더 행복해지시길요.

  • 3. 두모녀
    '20.9.16 10:09 PM (116.125.xxx.199)

    서로 진심을 알아주네요
    행복하세요

  • 4. ...
    '20.9.16 10:12 PM (218.237.xxx.60)

    남의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 했는데
    그 어려운걸 기어이 해내고 말았군요
    축하하고 쭈우욱 행복하세요

  • 5. 세상에
    '20.9.16 10:24 PM (124.5.xxx.148)

    세상에 이런 새엄마도 있네요.
    박복자나 팥쥐엄마 스타일은 봤어도 이런 새엄마는 듣던 중 처음...

  • 6. 애고
    '20.9.16 10:50 PM (49.166.xxx.136)

    애쓰셨어요.
    딸이고 아들이라 잘되었네요.
    그딸도 평생 엄마은혜 안고 갈거예요.
    일평생 동반자가 되셔서
    일가족 행복하시길 빕니다~~
    고생 하셨어요.

  • 7.
    '20.9.16 10:53 PM (27.120.xxx.190)

    이글 한 세번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찡해요

  • 8. 눈물난다
    '20.9.16 10:57 PM (115.143.xxx.140)

    세상에는 이렇게 따듯한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걸 가끔 잊습니다.

  • 9. 아줌마
    '20.9.16 11:51 PM (223.39.xxx.218)

    나도 모르게 눈물이....ㅠ.ㅠ

  • 10. ㅠㅠ
    '20.9.17 12:19 AM (123.248.xxx.53)

    감동입니다. 행복하세요..지금처럼

  • 11. 축하합니다
    '20.9.17 12:40 AM (114.203.xxx.61)

    이쁜딸 새로얻으신거~!^^
    잘키웠네요 그녀석
    딸이 좋죠ㅜ전 아들만 셋이라
    원글님 새삼부럽;;;

  • 12. ...
    '20.9.17 4:20 PM (14.52.xxx.69)

    세상에나..
    사무실에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네요.
    글쓴분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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