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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열혈운영자 강명규쌤입니다.
올해 대입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블라인드 평가에요. 교육부에서 올해 대입부터 학교 소개서 개념인 고교 프로파일의 대학 제출을 금지하고, 소속 학교를 알 수 있는 내용을 학생부에서 모두 가리라고 지시했거든요. 기존에도 면접 때는 학교명을 가리고 교복도 못 입도록 했지만, 서류평가 단계에서 학교명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걸러진다는 논란이 있었지요. 그래서 아예 서류평가 때부터 학교명을 알 수 없게 지워버리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올해 고3 학부모님들이 분통 터질 일이 생겼어요. 교육부에서 학생부 블라인드를 고3만 하고 재수생은 안 한다고 하거든요.
블라인드 평가를 하려면 학생부에서 학교가 드러날 수 있는 단어를 모두 찾아 지워야 해요. 예를 들어 학생부에서 학교 이름을 가려도 수상실적에 ‘스홀 영어 말하기 대회’라고 기록되어 있으면 그 학생이 ‘스홀고’ 학생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어요. 봉사활동에 ‘양재천 환경정화’라고 기록되어 있으면 강남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1학년 학생부부터 학교가 드러날 만한 단어를 일일이 찾아 수작업으로 지워야 해요. 그런데 졸업생은 그게 불가능해서 근본적으로 블라인드가 불가능하죠. 학교에서 졸업생 학생부까지 신경 써줄 여유가 없으니까요. 누가 재수를 하는지 모르니 미리 수정해놓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큰일 났어요. 올해는 고3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안 그래도 학생부가 부실한데 고3만 블라인드하고 재수생은 하지 않으면 고3이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시는 어차피 1년 더 공부한 재수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서 고3은 수시에 집중해야 하는데 올해는 이것조차 위험하게 된 거죠.
교육부에서 현장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특목고, 자사고, 강남 일반고 잡을 생각에 너무 즉흥적으로 만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네요. 그렇다고 이제와서 블라인드 안 한다고 하자니 체면이 안 서고요.
블라인드를 하려면 최소 3~4년 전에 발표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고등학교를 지원할 때 그 부분도 고려할 수 있겠죠. 그런데, 학종을 확대한다고 해서 내신을 손해 보더라도 학종 실적 좋은 학교에 지원했는데 완전히 뒷통수 맞았어요. 정책을 어설프게 소급적용하려다 애먼 사람만 잡는 거예요.
그런데, 고3 부모님 중에 이런 사실을 모르는 분이 많으세요. 교육부가 쉬쉬 하며 감추고 있어서요. 학생부 문구 한 줄에도 가슴 졸이며 고민하는 게 수험생 마음인데 누구는 블라인드하고 누구는 안 한다면 가만히 있을 부모가 있을까요? 도대체 이게 제대로 된 입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입시는 무엇보다도 공정성, 형평성, 일관성이 중요한데 이걸 다 무시하고 입시정책을 만들어내니 정말 답답합니다.
게다가 재수생을 블라인드 안 하면 고3 학생을 블라인드 해도 재수생 학생부와 비교해 해당 학교 학생들을 얼추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게 재수생에게는 호재일까요?
이것도 애매해요. 그냥 뒀다가는 고3 아이들이 대거 재수해서 내년 보궐선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요. 그래서 교육부가 대학에 무언의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커요. 정시는 수능 성적으로 줄 세워 뽑기에 재수생과 현역 비율을 조절할 수 없지만, 정성평가인 수시모집은 대학이 선발 비율을 얼마든지 조절가능하니까요.
올해 대입은 블라인드 첫 해여서 입시가 끝난 후 대학별로 합격자 졸업연도를 전수조사 할 가능성이 커요.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이런 자료를 교육부에 요구할 가능성도 크고요. 게다가 교육부가 지금 사립대학들을 종합감사하는 중이어서 대학이 알아서 몸을 낮출 가능성도 커요.
그래서 올해 대입은 어떻게 될지 예측도 안 되네요. 교육부 장관도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이게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예측이 안 될 거예요. 그걸 안다면 이렇게 안 할 테니까요.
요즘 교육부 정책을 보면 이런 말이 자꾸 떠오르네요.
'가만히 좀 있어. 넌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야.'
추신 1. 혹시 ‘고3과 재수생을 갈라치기 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들어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입 준비가 어려워져 고3 학생, 학부모의 불만이 큰데 그 불만을 재수생에게 돌리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너희가 대학 가기 힘든 이유는 너희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작년에 이미 갈 수 있었는데, 아니 심지어 작년에 이미 갔는데도 또 한 번 가려는 적폐들(재수생, 반수생) 때문이다’라는 식으로요. 반수생은 부동산으로 치면 정부가 그토록 미워하는 다주택자인 셈이니까요.
추신 2. 블라인드 평가해도 정작 잡으려고 했던 특목고나 전사고는 잡지 못할 거예요. 학교명이든 대회명이든 뭐든 다 가려도 교육과정은 가릴 수 없는데 특목고나 전사고는 교육과정이 달라서 아무리 가려도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블라인드 평가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종 실적 좋은 강북이나 지방 명문고가 될 수도 있어요. 어차피 강남 일반고는 학종보다 정시에 더 힘을 쏟으니까요.
※ 강명규쌤의 3줄 요약
1. 특목고, 자사고, 강남 잡기 위해 블라인드 평가하자!
2. 어라? 재수생은 어떻게 하지?
3. 에라, 모르겠다! 대학이 알아서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