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잠을 자는데
남편에 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는 거에요
결혼 15년차고 40대 중반 부부인데
제 기억으론 결혼하고 남편이 이렇게 머리를 쓰담쓰담
해준 기억은 없어요
아마 한번쯤 그냥 쓱 머리를 훑고 지나는 정도의 손길은 있었던 거 같은데
잠자고 있는 아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담쓰담 해준 건 처음이지 싶어요
잠결에도 그 손길이 참 좋더라고요
오늘 문득 그 기분좋던 손길의 느낌이 언제 있었나 싶다가
아주 오래전
제가 중학교 여름방학때
작은 방에서 실컷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일하고 오신 아버지가
제 머리맡에 앉으시더니
제 머리를 이렇게 쓰담쓰담 해주셨던 적이 있어요.
아버지는 표현을 잘 못하시는 분이었던 터라
그 속마음이 어떻든 겉으로 마음에 대한 행동을
내보이지 않던 분이셨고
그래서 다정다감한 말이나 행동을 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그런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던 그때 그 느낌이 생각 나더라고요
누군가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는 일은
참 기분좋은 일인 것 같아요
비도오고 마음도 그렇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