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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혁님 글.

ㄱㄴㄷ 조회수 : 1,019
작성일 : 2020-04-08 09:40:11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이며 비록 작지만 노무현 재단의 후원인의 한 명으로서 민주당에 이렇게 한마디를 하려 한다.

내가 원하는 민주당은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설 줄 아는 정치세력이다.
비록 불리하다 해도 올바른 것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세력이며 당리와 당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당이다.



힘없는 국민의 위에 올라타서 잇권을 편취하고 특권을 누리는 걸 당연시해 온 한국의 구태 정치를, 비로소 국민을 섬기는 정치로 바꾸는 그 숙원을 이룩해주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민주당의 모습이며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이유이다. 그게 바로 내가 아는 '진보'의 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이낙연 후보는 서울 종로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완화할 수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종부세법 개정안 (12.16)이 폐기될 것은 자명하다.


12.16 대책은 이낙연 후보가 총리였던 시절에 발표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총선이 다가오자 수도권 험지 몇몇 의석때문에 법안을 '재고하겠다'고 이낙연 후보 스스로의 입으로 번복 발표된다. 동아 일보 등 보수 언론에서는 앞장서서 이 발언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나는 민주당이 지금 착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법을 위시해 민주당에 대한 공격 여론은 어차피 반민주당 스피커들의 입에서만 인용되고 떠돌 뿐, 그게 민주당의 지지 여론을 약화시키는 것도 선거를 불리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장기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살을 베어 먹는 것이 아닐른지?

심지어 더불어 시민당의 '낙점' 과정에서는 민주당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더니, "이념문제나 성소수자 문제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정당과의 연합이 싫다"며 녹색당, 미래당을 배제하였던 바 있다. 나는 해당 기사를 두 번 읽었다. 민주당에서 나온 말이 맞는가 다시 확인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비례 연합정당을 추진한 이유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그걸 위해 4 1을 만들고 몇 달을 그 난리를 친 것이 아닌가? 그래 놓고 이제는 참여 정당을 민주당이 낙점하는 입장에 서서 "쟤는 안 돼, 쟤는 소수자라 안 돼, 그래 너, 니가 와서 붙어" 이렇게 하는 게 그게 민주당의 모습이 진정 맞단 말인가?


아마도 민주당의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굽어 보는 입장에 선 분들은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점쟎게 이렇게 운을 떼며 한 마디 할 것같다. "정치라는 게 그런 게 아니야, 정치란 말이지...."

정치란, 내가 아는 정치란 국민 앞에서 한 말이 아침과 저녁에 달라지는 것. 내가 아는 정치란 맨날 말이 바뀌고 이쪽 저쪽에 어지러이 줄을 서는 것, 정치란 힘을 얻기 위해선 무슨 협잡 짓이라도 하는 것. 정치란 어제 했던 말을 뒤집는 거짓말을 오늘 하고 오늘 아침에 한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저녁때 또 거짓말을 하는, 그런 것이었다. 몇 십년동안 반복돼 온 그 꼴을 보기가 싫어서,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응원해 왔다.


선거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수치와 통계와 조사와 모든 데이터가 틀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지역구에선 민주당의 승리가 될 것이며 그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압승으로 끝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들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리고 선거가 승리로 끝나는 그 시점부터가 정확히 민주당의 진정한 위기의 시작일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대체 무엇이 민주당인가? 아무도 거기에 답하기 힘들어하는 채로, 의석만을 많이 가진 정치세력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이며 무엇을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선거 이후에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될 것같다.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의 초심이 이미 무력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소수 정당들과의 관계, 변칙과 탈법의 구멍을 열어 놓은 선거법, 심화된 분열과 갈등, 4 1 공조 후 사라진 협치. 돌고 돌아 또다시 양대 거대당의 대결 구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반드시 해답을 제시하고 움직여야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에 출마해 지역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추구하겠다는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또다시 낙선한 그는 쓰라린 마음을 다독이며 잠들었다. 그날 밤부터 홈페이지가 마비될 만큼 수많은 시민들이 소나기처럼 글을 올리기 시작하였다.언론사에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어떤 당선자도 낙선자 노무현만한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게 과연 패배였을까?
그는 이들 앞에서 소탈하고 소박하게, 이렇게 말했었다. "또 털고 일어나야지요.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바보 노무현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볼 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 되지 않겠느냐고. .


민주당이 좀 더 바보같아지면 좋겠다. 좀 더 노무현같아지면 좋겠다. 그게 내가 원하는 민주당의 모습이다.
IP : 175.214.xxx.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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