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의 사랑 고양이...(원래 동물 안좋아함.)

집사뉘 조회수 : 2,483
작성일 : 2019-11-17 16:21:52
저는 동물 안 좋아했어요.
돈 벌고 애들 키우고 나 꾸미고 잘 먹고 사는 것도 바쁜데
나에게 애완 동물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 였어요.

그러던 작년 그 언젠가.
남편 친구가 페르시안 친칠라를 키우는데 우리집 사내들이 그 아이를 보고 와서는
초딩, 중딩, 남편 이 세 남자가 합세하여 고양이, 고양이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그래서 한 생명 거두고 키울 자신은 없다, 돈도 엄청 든다더라, 냉정히 잘랐어요.
우리 초딩 둘째가 똥도 치우고 오줌도 다 치우겠다 하고
큰 아들이 용돈을 줄이겠다 하고
남편이 당신 신경쓸일 절대 없게 하겠다 하고
셋이서 돌아가며 애걸복걸, 사진 보여주며 꼬시고, 온갖 회유를 하는데...
저는 그래도 꼿꼿하게 No고양이 를 외쳤습니다.

그러던 와중,
이 페르시안 암컷이 새끼를 낳았네요. 
그 사이 수컷 한마리를 합사하여 2세를 본거에요.
남편이 친구에게 받은 아깽이 5마리 꼬물거리는 동영상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우리 큰 아들은 0순위가 롯데자이언츠 인데 그걸 내리고 저 아깽이 사진을 프사로 올리고
우리 둘째는 그냥 울어요. 엄마 매정한 사람이라고.

두달이 흐르고, 남편이 아깽이 프로필을 좌라라락 보내는겁니다.
한마리 골라보라고요. 내가 절대 싫다고 했더니.
애들이 저리 원하는데 너는 너무 한 엄마라고, 자기는 마음이 이미 섰다고.
당시 제가 백화점에서 사고 싶은 뭔가가 있어서 
좀 치사하지만 그걸로 딜을 하여 사진 중 고양이 한 마리를 선택했어요.
눈꼬리가 살짝 쳐지고 가장 순딩하게 생긴 애였는데......

저는 아이가 온 첫날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요.
너무, 너무 귀엽고 예쁘고
오줌똥 변소에 가리는거 보고 저 감동 받고
저 한테 부비부비하고 앵기는데
사람 새끼보다 낫다며(사내 놈만 둘을 키워서 애교 없어요.)!!!

남편도 자식도 밀려서 우리 고양이가 0순위가 되어
똥을 싸도 이쁘고 저를 긁어도 이쁘고 하품을 해도 이쁘고
오줌 지린내를 느끼며 변소를 치우는데 
우구구, 많이 먹고 많이 쌌어욤. 
진짜 제가 일평생 써본적 없는 어투로 저리 말하고 있는 겁니다.

제 침대에 같이 누워서 온갖 사진을 다 찍고
지금 살이 쪄서 뚱해졌는데 주변에서 다 뚱냥되냐고 고만 먹이라는데
저는 저 먹는 모습도 오지게 사랑스럽고
이 예쁜 생명체를 왜 여태 내가 거부하고 부정했는지 ㅠ.ㅠ

요즘은 일 마치고 우리 고양이 보러 일찍 퇴근하고요.
현관 중문 열자마자 냐아옹, 하고 반겨주거든요.
우리 아들들은 휴대폰 보면서 '엄마 왔어요.' 하고 끝.
새끼보다 낫다 네가.
이러면서 가족이며 지인이며 고양이 키우라고 홍보하는 중이구요.

내 고양이 생기니 바깥 길고양이 신경쓰이기 시작해서
얼마전부터 작은 쇼핑백 들고 다니며 외출할때마다 길애들 챙겨줘요.
꾸준히는 못해주지만 그래도 만나면 반갑고 애들도 점점 경계심을 없애는 느낌도 들고요.
추운 겨울인데 마음 같아서는 다 거두어 우리집에 뫼시고 싶지만
그건 남편이 거부하네요.

길냥이 겨울집 주문 해놨는데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저 동물 실어하던 여자였는데
우리 고양이 때문에 세상 모든 동물에게 너그러운 여자가 되었습니다.




IP : 175.214.xxx.8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
    '19.11.17 4:24 PM (73.83.xxx.104) - 삭제된댓글

    사진! 줌인아웃에 올려 주세요.
    이렇게 자세히 쓰시면 너무 보고 싶잖아요.

  • 2. ㅇㅇ
    '19.11.17 4:26 PM (49.142.xxx.116)

    저는 원래 고양이는 별로였고 강아지를 무척 사랑한 여자였는데, 유기견이였던 강아지 10년 키우고 저세상 보내고 3일을 울고 불고 하다가
    다신 강아지 안키운다 결심을 했었죠.
    그랬다가 6년이 지난 얼마전 다시 강아지 강아지 하는 딸의 꼬임에 넘어가 강아지를 한마리 분양받았는데
    너무 이뻐서 지금 세상이 온통 하트빛............. 울 강아지빛 ㅎㅎㅎ

  • 3. ...
    '19.11.17 4:37 PM (73.97.xxx.51)

    저도 그렇게 두 냥이를 뫼시고 살고 있습니다. 배고프실까 집에 뛰어가고 외로우실까 뛰어가고 똥치워드려야 해서 뛰어가고 늘 뛰어갑니다. 그렇게 뛰어가서 문을 열면, 자고 있다가도 우다다당 뛰어나오면서 오애애앵 하고 울어요. 왜 이제와뗘어 하는 거 같아서 늘 집에 갈때마다 행복.

  • 4. ㄴㄷ느
    '19.11.17 4:40 PM (58.230.xxx.177)

    우리집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만 했는데 우연찮게 아깽이 들였거든요얘가 똥을 잘 못 싸니 우리 신랑 애미처럼 똥꼬를 핥아줘야 하나 그지경까지 가고 온식구들이 마루바닥에 누워 고양이 보고 눈맞추고 그래요 . 일년넘었는데 요녀석이 언니오빠방에가서 애옹 하고 울어요 열어달라고. 좋아하는 오빠 오면 발라당 배까고 제가 화장실 가면 따라와서 문앞에 있어요
    고양이는 사랑 입니다

  • 5. 아예뻐♡♡♡
    '19.11.17 4:42 PM (110.70.xxx.1)

    정말 너무 행복한 글이네요.
    고양이 진짜 너무너무 예뻐요♡♡♡
    전 고양이 정말 좋아하는데
    만지지는 못해요.
    어릴때 할큄당한적이 있어서
    넘 무서워서요.
    냥이 한번 안아보고싶어요ㅠㅠ

  • 6.
    '19.11.17 4:44 PM (1.245.xxx.107) - 삭제된댓글

    여행가서도 애들보다 냥이가 보고싶더라구요
    일행들에게도 냥자랑~~
    밤마다 꾹꾹이 하다가 팔에 폭 쓰러져 자는 우리냥이
    이뻐이뻐

  • 7. 요물
    '19.11.17 5:09 PM (223.62.xxx.103)

    털 무자게 빠집니다. 울애도 단모종인데 엄청나요.
    고장나면 병원비 엄청 나가고 까칠한게, 개처럼 달겨들어 붙지도
    않아요. 도도하게 쌀쌀맞을 때도 있어요.
    근데....
    이뻐서요, 저희도 쩔쩔매고 살아요 ㅠ
    이쁜게 최곱니다. 그게 그렇더라구요.
    무심하게 슥 와서 박치기 한번함 귀여워 죽네요.

  • 8. 그쵸
    '19.11.17 5:17 PM (14.52.xxx.157)

    저도 우연히 길냥이 두마리 키우게 됐는데
    집에 들어가기전 현관물 열기전엔 늘 설레요

  • 9. 흐흐흐
    '19.11.17 5:32 PM (165.132.xxx.144)

    아버지는 고양이가 싫다고 하셨어...가 생각나네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ihae1262&logNo=220590628705&prox...
    고양이 털도 날리고, 나이들면 병원비도 들지만...고양이한테 준거보다 받는게 100배는 많아요 진짜.

  • 10. 저 주위에
    '19.11.17 5:44 PM (223.39.xxx.104)

    원글님같은 사람 몇 있어요.
    강아지고 고양이고 한번 빠지니까 더해요. 원래 동물 좋아했던 사람보다 ㅎ
    울집도 온식구 원해서 길냥이 둘 데려왔는데
    세상 먼지 싫어해서 자다가 이불한번 들썩이는것도 짜증내던 남편이
    국그릇위에 고양이털 둥둥 떠다니는데 무심히 홱 잡아서 버리곤 다시 밥먹어요.
    세상깔끔 지똥냄새도 못참는 중딩딸이
    하루몇번씩 고양이화장실 청소하고요.
    전 뭐... 십여년후 얘들 없는 상상만 해도 바로 눈물이 또르르합니다 ㅜㅜ
    귀가하는 식구들 모두 고양이들 부르면서 들어와요 ㅎㅎ

  • 11. ㄴㄷ
    '19.11.17 9:19 PM (219.248.xxx.134)

    저랑 같으시네요.
    저는 동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만지지도 못했는데..
    정말 우연히..딱해서..어리버리. ..고양이를 키우게 됐지 뭡니까.
    제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준 내 고양이..4살때 제게 와서 벌써 11살이 됐어요.
    진짜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고,현관문 열때 설레는 맘..저 알아요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9717 요즘 병장 월급이 200만원이 넘나요? 3 ... 10:50:11 66
1589716 82쿡에서 칭찬하는 여자는 누구에요? 5 .. 10:48:54 124
1589715 국민의힘 "학도병이 양민 학살?…MBC 또 왜곡 시비&.. 또또 10:48:02 75
1589714 이상한 증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 1 이런 거 10:46:48 121
1589713 대학입시에 대해 문의드려요 2 문의 10:46:40 70
1589712 하이브 주식 살까요 3 ........ 10:45:04 264
1589711 컴활2급 실기 먼저 공부해야 필기가 더 이해가 될까요? 해설집과.. ㅅㄴㄱ필기책.. 10:44:25 41
1589710 김수현 어릴 때 속옷 광고예요, 양**는 무슨... 2 광고 10:43:11 358
1589709 눈 안따가운 썬크림........... 2 .. 10:42:35 131
1589708 음식물 처리기 어떤거 쓰시나요 10:42:09 30
1589707 연금보험료 안낼수도 있나요 1 Ffff 10:41:40 92
1589706 영양과 혈당관리 중 식사인데 한끼로 어때보이세요? 5 .... 10:41:30 121
1589705 마스크 다시 꺼내세요...!! 2 조심 10:39:05 871
1589704 요 몇년간 물이 목까지 차올라온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가슴으로 .. 1 지금도 좋아.. 10:38:51 159
1589703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부끄러워 했다 10:38:29 86
1589702 빅5병원 희망퇴직 늘어나는 게 아닌가요? 2 월급감봉 10:37:01 237
1589701 이제 외국인도 시위를 하네요 8 10:35:54 435
1589700 일산에 고양이 잘 보는 병원 야옹 10:35:50 33
1589699 주택 연금으로만 살려면 4 .. 10:32:36 394
1589698 화장을 잘 안하다가....나이들어서 5 -- 10:26:57 695
1589697 운동하면 성격도 유해지나요? 9 10:23:35 383
1589696 베르베린 드실 때 1 베르베린 10:21:56 192
1589695 70대 엄마 셀프 염색약. 1 .. 10:21:45 346
1589694 남의편에 대한 응징. 보상 방법 1 고민 10:21:06 359
1589693 베란다에서 음악틀면 다른집에 잘들리지 않나요? 1 ㅇㅇ 10:14:26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