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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방금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서초동아짐 조회수 : 3,615
작성일 : 2019-09-28 21:31:10
집회에 두시간 정도 참여하다 좀 전에 들어왔습니다. 
흔하디 흔한 기레기 한마리 안 보이더군요. 
기자가 한 명도 안 보이던데 도대체 취재는 하기나 한 걸까요? 

교대역부터 교통을 통제했고 서초역, 교대역 출구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많은 인파들이 교대역에서 서초역까지 모든 도로를 점령했어요. 
검찰청 앞까지 가보려 했지만 그 이면도로 까지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인파에 휩쓸려 이리 저리 이동해 다녔습니다. 
먼저온 분들은 도로에 꽉 차게 앉아계셨구요. 
인근 카페와 카페앞 거리도 만석.
커피 마시며 구호도 가끔씩 외치고 사진찍고 전화하고 다들 축제에 온 분위기. 
아이들도 많았구요 의외로 나이드신 분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서초역과 교대역 인근 지역은 법원, 검찰청, 변호사사무실이 밀집된 권력의 공간이죠. 
이번 기회에 이들이, 국민 그 누구에게도 선출되지 않은 그들이 
장막 뒤에서 대한민국 권력을 만들어내고 
자기들끼리 이너써클을 계승하며 
이 나라 최고 권력자 노릇을 해 왔다는 걸 국민들이 깨닫게 된 셈입니다. 

이 근엄한 권력의 공간이, 금수저와 부동산투자를 상징하는 욕망의 땅이
오늘 시민들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 마치 파리 코뮌처럼요. 
교대역 사거리 한 가운데서 전동킥보드와 인라인을 타면서 
차가 통제된 거리를 누리는 젊은이들이 이번 집회의 성격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이 나라 백성들은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축제를 즐기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들입니다.
모든 언론이 합심하여 왜곡뉴스를 쏟아내는 가운데
자신만의 필터로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해독하는 기술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촛불집회라는 21세기 정치혁명을 고안해 낸 이들을 상대하기에
정치검찰을 포함한 수구기득권은 앙시엥레짐처럼 유효기한이 다 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노무현정권이 이루지 못했던 마지막 정치개혁인 검찰개혁을 
이번 기회에 이루어 보라고 
자기 희생을 마다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정치인들이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오늘 집회는 그 누구도 주도하는 조직이 없는 가운데
참가한 시민들이 즉석에서 구호를 만들고 
한쪽에서 외치면 옆에서 댓구처럼 이어나가는 희귀한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앞에서는 일부 행사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긴 거리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서 도대체 어디까지 사람이 차 있고
어디에서 누가 무슨 발언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를 구경삼아 그 북새통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여유있게 구호를 외쳤습니다. 

다음 주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간다면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볼거리, 들을거리를 만들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아무 볼거리도 없었던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보면 
검찰개혁과 정치개혁에 대한 깨시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알만합니다.  
이쯤되면 시대적 소명이고 우리들은 그 사명을 나눠진 운명공동체입니다. 
IP : 49.174.xxx.117
3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합니다.
    '19.9.28 9:32 PM (14.45.xxx.220)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결기가 그대로 보이는 글입니다.

    우리는 소명을 같이 나눠진 운명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민주시민입니다.

  • 2. 정말
    '19.9.28 9:33 PM (121.154.xxx.40)

    옳은 말씀 입니다
    우리가 나서서 반드시 개혁해야지요

  • 3. 수고하셨어요
    '19.9.28 9:33 PM (223.62.xxx.6)

    그리고 고맙습니다.
    다음주는 남편과 꼭 같이 가겠습니다

  • 4. ㅇㅇ
    '19.9.28 9:33 PM (116.121.xxx.18)

    맞아요.
    대단한 국민입니다.
    미국인 친구가 3년전 촛불집회랑 방탄 이후부터 한국을 엄청 부러워하더라고요.

  • 5. 저기
    '19.9.28 9:34 PM (174.195.xxx.206)

    수고하셨습니다
    외국이라 저는 못가지만
    촛불시민들 응원하고 감사합니다

  • 6. 저도
    '19.9.28 9:34 PM (218.154.xxx.188)

    집에 오면서 보니 서초역4거리부터 교대역까지 햄버거집
    카페,음식점에 사람 많이 찼고 가면서도 구호외치며
    홀로아리랑 부르며 가시더라구요.
    우리 민족 훌륭하고 대단한 민족이예요.

  • 7. 우리나라에서
    '19.9.28 9:34 PM (174.53.xxx.5)

    제일 세련된 사람들은 바로 국민들입니다

  • 8. 맞아요
    '19.9.28 9:35 PM (125.177.xxx.105)

    주최측이 어디서 뭘하는지 몰랐지만 주변에 있던 분들이 구호 외치면 따라하는 수준이었죠 그래도 좋던데요
    같이 막 함성지르고 구호 외치고
    이렇게 많이 올줄 몰랐나봐요
    다음번엔 준비 철저히 하실것 같아요

  • 9. ....
    '19.9.28 9:35 PM (1.227.xxx.251) - 삭제된댓글

    저는 고터에서 걸어와서
    누에다리(불들어오는 육교) 근처에 있었어요
    이쪽엔 sbs, ytn 중계차 있었구요

    성모병원 사거리엔 극우유투버 많더라구요. 성모병원이 그들의 성지가 된듯.
    검찰개혁 집회참가자들을 어찌나 노려보는지 시비도 붙구요

  • 10. 원글님
    '19.9.28 9:35 PM (121.112.xxx.67)

    글 너무 잘쓰세요
    저도 같은 생각...정말 제대로된 민주시민이 이끄는 세상으로 가고있다고 생각합니다

  • 11. 방배동 주민
    '19.9.28 9:36 PM (116.32.xxx.97)

    저도 지금 걸어서 집에 돌아왔는데요, 6시 좀 전부터 성모병원 앞 길부터 서초역 사거리까지 인파 꽉 차 있어서 놀라면서도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6시 40분쯤 되니 예술의 전당까지 사람들 꽉 차고 교대역이랑 서리풀 터널 가는 길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으니 오늘 정말 대단한 날이었다고 생각해요.
    시민 항쟁의 중심이 그간 대학가, 광화문, 시청 앞이었는데 서초역 사거리 일명 법조타운 쪽으로 옮겨왔다고나 할까요.

  • 12. 수수엄마
    '19.9.28 9:36 PM (125.186.xxx.161)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13. ...
    '19.9.28 9:37 PM (218.236.xxx.162)

    자발적인 시민들 눈물납니다 ...

  • 14. 멋진국민
    '19.9.28 9:39 PM (222.97.xxx.205)

    원글님 말씀 모두 동의하면서 특히

    "이 나라 백성들은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축제를 즐기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들입니다."

    이 말 너무 공감갑니다.
    우리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 15. ...
    '19.9.28 9:39 PM (110.13.xxx.131) - 삭제된댓글

    멋지고,대단한 국민들입니다~~~

  • 16. 감사합니다.
    '19.9.28 9:41 PM (124.53.xxx.131) - 삭제된댓글

    쉬우면서도 마치 현장을 보는듯이 글 잘 쓰시네요.
    글이 한마디 한마디가 콕콕 가슴에 와서 박힙니다.
    전 오늘 집안 대사가 있어 함께 못했지만
    다음엔 꼭 올라가 그자리에 함께하고 싶네요.
    오늘이 있게한 수많을 님,님,님,... 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17. 멋진 글
    '19.9.28 9:41 PM (119.200.xxx.39)

    제 마음 그대롭니다.
    아 미치도록 가슴 벅찹니다.

  • 18. ...
    '19.9.28 9:42 PM (119.198.xxx.192)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 19.
    '19.9.28 9:43 PM (116.124.xxx.148) - 삭제된댓글

    모이겠지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많이 모일줄 몰랐어요.
    정말 놀랐어요.

  • 20. ditto
    '19.9.28 9:43 PM (220.122.xxx.147)

    "이 나라 백성들은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축제를 즐기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들입니다."

    ditto ditto ditto

  • 21.
    '19.9.28 9:43 PM (116.124.xxx.148)

    모이겠지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많이 모일줄 몰랐어요.
    정말 놀랐어요.
    뭔가 벅차오르네요.

  • 22. 도서관 방향
    '19.9.28 9:44 PM (183.101.xxx.159) - 삭제된댓글

    고갯마루에 ytn 취재챠량 2대 있었네요..

  • 23. 조국수호
    '19.9.28 9:44 PM (211.36.xxx.205)

    현장 분위기를 정말 잘 정리해주셨네요

    현시국에 관한 부분도 깊이 공감합니다

  • 24. 우리
    '19.9.28 9:44 PM (1.253.xxx.227)

    국민들 정말 멋지고 자랑스럽습니다.

  • 25. 동치ㅡㅁ
    '19.9.28 9:46 PM (223.38.xxx.207)

    진행자가 없어서
    저기저기서 구호가 돌림노래처럼
    제각각 구호 외쳤네요

  • 26. 쓸개코
    '19.9.28 9:49 PM (175.223.xxx.233)

    옆자리 분들과 간식 나눠먹었어요.
    그리고 가기전에 커피사가서 82깃발든분 드리고 ㅎ
    다들 너무 씩씩하ㅡ고 열정적으로^^

  • 27. 아...
    '19.9.28 9:51 PM (223.62.xxx.106)

    글로 읽으니 더 감동적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제가 감히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섬세하게 써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동감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 28. @-@
    '19.9.28 9:56 PM (175.223.xxx.177)

    고생 하셨습니다 !! 검찰 개혁 꼭 이룹시다

  • 29. ㅎㅎㅎㅎ
    '19.9.28 10:02 PM (161.142.xxx.45)

    외국이라 온라인으로 꼭 함께하려 했는데 아이 일정이 있어서 나갔다 왔어요.
    들어오자마자 82로 들어왔어요.
    후기 보고 싶어서요.
    후기 감사합니다.

  • 30. 점넷
    '19.9.28 10:09 PM (219.250.xxx.111)

    맞아요 저도 좀전에 귀가했는데
    나이많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정말 놀라고 맘이 뜨거웠습니다
    우리의 함성이 청와대에도 조장관님 댁에도 고스란히 전해졌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31. 애들엄마들
    '19.9.28 10:10 PM (175.223.xxx.234)

    ytn 중계차 근처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기레기라고 ㅋㅋㅋㅋ 소리지르고 진실보도라고 구호 외치고 완전 잼났어요. 오늘 다들 고생하셨어요.

  • 32. 큰엄마
    '19.9.28 10:19 PM (112.155.xxx.4)

    저도 이제 막 집에 들어왔어요.
    가슴벅차고 우리국민들 사랑해요
    장소가 너무 협소한건지 큰대로변에 못나가고 막힌 골목길에 있다가 나중에 교대큰길로 나와서 왔다갔다
    왕복하며 목청껏 외쳤어요
    저오늘 강아지 유모차에 태우고 갔는데 저 보신분? ㅎ
    봉하마을 바람개비 아저씨 우연히 만나서 노란 바람개비 만들어주셨어요

  • 33. ..
    '19.9.28 10:23 PM (59.10.xxx.17)

    82깃발 흔들어주신 분 감사해요.
    옆에도 82깃발, 저 앞에도 82깃발.. 반가웠습니다.

  • 34. 풀잎소리
    '19.9.28 10:23 PM (39.118.xxx.223)

    기레기보다 월등한 글솜씨네요
    검찰개혁 언론개혁
    시대적 소명과 우리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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