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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님 페북들

... 조회수 : 758
작성일 : 2019-08-16 12:46:00
1.
"정부 관계 냉각돼도 민간교류 이어져야"(아베)
민간인의 소송을 이유로 정부를 공격한 게 누군지 모르나봅니다.
"정부간 협정이 있었어도 민간의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걸 인정해야, 저런 말도 할 수 있는 겁니다.

2.
옛날에는 “염병할”이 아주 심한 욕이었습니다. 염병(장티푸스)은 흔한 질병이었던 데다가 이 병에 걸리면 대개 참혹한 죽음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정도로까지 떨어지고 치료법이 발달한 덕에 이제 이 말은 ‘욕도 아닌’ 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단어의 어감과 어의(語義)가 달라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단어를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는 일파” 정도로 이해합니다. 친(親)이라는 글자에서 바로 ‘친구’를 연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에서 ‘친일파’라는 말이 비난의 뜻으로 쓰이는 건 한국인들이 과거에 연연하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실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는 건 비난 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개항 이후 조선의 국제관계와 관련해 친(親)이라는 글자를 처음 쓴 건 중국인 황준헌입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그는 에서 조선 생존을 위한 외교 전략으로 ‘친(親) 중국, 결(結) 일본, 연(連) 미국’을 제시했습니다. 연(連)은 연합, 결(結)은 동맹으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그렇다면 당시 조선의 종주국 행세를 했던 중국에 대한 친(親)은 무슨 의미였을까요? 당연히 동맹보다 더 강력한 관계였습니다. 그 시대에 친(親)은 선친(先親), 양친(兩親), 엄친(嚴親) 등에서 보듯 대개 아버지 또는 어버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 제시한 ‘친중국’은 ‘중국을 어버이로 섬기며’ 또는 ‘중국의 품 안에서’라는 뜻이었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할 겁니다.

‘친일파’라는 말은 갑신정변 전후 일본 언론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조선 정치 세력을 ‘친청당’과 ‘친일당’으로 구분하면서 마치 조선 내에 ‘일본을 새 종주국으로 받들려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호도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친일파’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건 을사늑약 이후입니다. 이때의 ‘친일파’도 같은 의미였습니다. 조선은 일본의 ‘보호’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에게 ‘일본을 부모로 섬기는 자’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아주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토왜(土倭)와 친일파 모두 ‘한국인이면서 일본을 부모로 섬기는 자’라는 의미였습니다.

한국의 불매운동 구호인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에 대응해 일본 우파들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가르쳐주지 않습니다”라는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부모이거나 스승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저들의 의식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일본 우파의 저런 오만방자함을 뒷받침해 준 건 예나 지금이나 일본을 ‘경외(敬畏)’해 온 한국 내 ‘친일파’입니다.

친(親)이라는 글자의 뜻이 변했기 때문에, 이제 ‘친일파’라는 말로는 일본을 부모처럼 숭배하는 자들의 본질을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일본 군국주의가 낳은 정신적 사생아라는 의미에서 ‘토왜’나 ‘토착왜구’라는 말을 쓰는 게 낫다고 보지만, 이 말이 불편해서 '친일파’란 말을 계속 쓰려면 본디 ‘일본을 부모처럼 섬기는 일파’라는 뜻이었다는 건 알아야 할 겁니다.

3.
카톡에서 유포되는 글인지는 몰라도 어떤 이가 “일본의 저력과 한국의 국난들”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보내줬습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로 개조하고 혁신했던 나라다. 반면 우리는 근대사의 변곡점마다 스스로 이룬 것이 없을 만큼 자정 능력이 없는 나라였다. 박정희 정권에 의한 산업화 성공이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

이런 주장에 현혹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지만, 이거야말로 사람의 역사관이 아니라 ‘돈벌레’의 역사관입니다. 윗글을 똑같은 방식으로 바꿔 써 보겠습니다.

“한국은 식민지 통치를 겪은 나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스스로 독재체제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나라다. 반면 일본은 패전 후에도 천황제 군국주의 의식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 시절과 비슷하게 사실상의 일당 독재체제를 지속할 만큼 자정 능력이 없는 나라다. 일본은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체제를 바꾼 역사를 갖지 못한 나라다.”

새로 발견한 ‘역사상(歷史像)’이라도 되는 양 써놓은 앞글은 일제가 만들어 식민지 노예들에게 주입한 식민사관의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을 ‘무식하게’ 단순화한 것일 뿐입니다. 앞의 글에 공감하는 건, 아직도 식민지 노예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돈벌레’의 습성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4.
YTN 방송 중 앵커가 대통령의 ‘흰 한복’에 대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해방 당시 서울에 있었던 러시아 여성 샤브쉬나는 8월 16일의 서울 거리 풍경을 “조선인 대부분이 하얀 명절옷을 입고 있어, 끝없는 흰 바다가 흔들리며 들끓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습니다. 한국인들이 해방 소식을 알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본 군국주의가 강요했던 ‘국민복’을 벗어던지고 ‘흰 한복’으로 갈아입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흰 한복은 옷 입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했던 군국주의 저질 생체권력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대통령의 흰 한복은 광복절의 의미에 아주 잘 부합하는 옷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옷이 아니라 정신이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가 강요했던 ‘국민복’은 벗어던지면 그만이었으나, 식민지 노예의식에서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는 한국인들을 정의감, 연대의식, 자존감이 없는 노예로 만들려 했고, 친일파들은 그 요구에 맞춰 사는 게 행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불의하게 행사되는 권력과 비윤리적으로 축적된 부(富)에 복종하고 그를 숭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들이 불의한 일제 권력에 강제동원되어 혹사당한 사람들더러 ‘자발적으로 돈 벌러 갔다’고 주장하는 건, ‘노예형 인간’을 표준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한국 산업화의 공적을 하루 14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박정희 개인에게 돌리는 것도, 노동자를 노예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친일파’들이 ‘이승만 박정희 찬양자’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그들에게는 인권이나 인도주의에 대한 ‘인간적 감수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권력을 불의하게 행사하고 부도덕하게 부를 축적하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런 자들이 이 시대의 ‘친일파’이고, 그런 자들이기에 일본 편에 서서 우리 정부와 대다수 시민을 비난합니다.

‘친일파’는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불의한 권력과 부도덕한 부(富)’를 욕망하고 숭배하는 자라고 하는 게 옳을 겁니다. 이완용이 '친일파'가 된 것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불의한 권력'에 굴복하고 '더러운 돈'을 탐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운동 과정에서 체득한 건, 바로 이런 불의와 부도덕, 반인륜적 사상과 작태를 척결하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백범 선생은 ‘문화 강국’을 소망했고,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는 구절이 들어갔습니다.

오늘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저는 군국주의 시대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제 강국’ 일본에 대한 비판의 의미도 있다고 봤습니다. 더불어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만들려면 권려과 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져야 할 겁니다. 부귀영화 자체보다 그것이 정의와 인도주의에 기초하고 있느냐를 먼저 따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식민지 잔재를 일소하고 진정한 광복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고들 생각하지만, 개같이 벌면 개같이 쓰게 됩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01868961823/posts/2935331153205821/
IP : 112.187.xxx.18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선친
    '19.8.16 1:01 PM (203.247.xxx.210)

    처음 알았습니다

    어제 문대통령님의 책임있는이 그런 뜻이군요!

  • 2. ...
    '19.8.16 1:04 PM (211.226.xxx.65)

    No abe's japan?

  • 3. 예전에
    '19.8.16 2:23 PM (125.139.xxx.167)

    친일파라는 말을 쓰면서도 뜻이 그러한게 아니라 찜찜 했는데 오늘 명확히 알겠네요. 토착왜구라는 딱 맞게 정의한 단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4. 친이
    '19.8.16 4:32 PM (211.108.xxx.228)

    그런 뜻들이 있었군요.
    일본을 부모로 섬기는것들이니 한국땅에 사는 왜구 족속들 토착왜구가 딱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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