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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국

닭국 조회수 : 1,134
작성일 : 2019-07-14 00:11:58

국 이야기


어제는 마늘을 잔뜩 넣고 닭 한 마리 하얗게 삶았어요.


오늘은 남긴 살을 잘 발라 미역을 넣고 국을 끓였지요.

바다의 누이 같은

부드러운 미역, 수런거리는 미역이 품었던 해수를 마저

내놓아

국물은 심심하니 좋았어요.


그런데 왜 국그릇이 울먹이는 걸까, 한 수저 한 수저 앳된 누군가의

눈물을 덜어 목구멍에 흘리는 기분일까.


한 수저 한 수저 침묵을 계량하는 이 이상한 기분. 생략된 인칭들이

양육하는 우리들의 뚱뚱한 안녕.


국 한 그릇의 창백한 침묵 속엔 피 묻는 깃털무덤. 오늘 하루 도축된

그이들 눈물이 감당하는 인간의 식탁에서


그림자 한 장 꽂힐 수 없이 촘촘치 재배되시어 절두절족 피의 예절을 거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매끄럽고 명랑한 누드로 다시 태어나시어

바코드가 생성된


뼈가 빠지고 항문이 빠지고 눈 코 입 다 지워져 뭉치로 탕진되시는


구구구, 발바닥도 없이


저기, 주검이 생활인 눈먼 신 몰려오시네. 냄비 속에 들끓는


눈보라의 형식으로.


...



금요일에 초복이라 삼계탕을 끓이려고 생각하고 식탁에 앉아


최근에 시집이 나온 조정인의 책을 뒤적였어요.


국 이야기라는 시에 눈이 갔어요.


시를 읽고... 결국 삼계탕은 패스했습니다. ㅋ


뭐 조만간 다시 닭은 먹겠지만 고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IP : 122.34.xxx.4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9.7.14 12:26 AM (122.34.xxx.45)

    사과 얼마예요 라는 신간인데 너무 좋네요. ㅠㅠ 시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2. ..
    '19.7.14 12:46 AM (59.6.xxx.219) - 삭제된댓글

    ㅜㅜ

  • 3. 다이어트용이네요
    '19.7.14 1:12 AM (1.237.xxx.156)

    밥맛뚝...

  • 4. 시인이
    '19.7.14 2:02 AM (202.14.xxx.177) - 삭제된댓글

    배가 불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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