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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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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오는 날이면.

소나기 조회수 : 1,569
작성일 : 2019-07-11 20:33:29

지방 변두리지만, 32평 아파트를 마련하는데 12년정도 걸렸어요,

12년전의 세월을 되돌려보자면 현재 중3인 딸아이가, 처음 살았던 10평남짓한 일층 전세집이었는데

이렇게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어둑신한 저녁이 가까워지는 오후 4시무렵부터 그 집이

생각나요.

머릿속에서 조용히 아주 오래된 기억의 저편 너머에서 마치 영사기가 돌아가듯이

슬며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그 스크린이 조금씩 밝아오고,

드디어 어둠이 흠뻑 묻어있는 그 을씨년스러운 집이 떠올라요.


일층이긴 했지만 필로티가 있는 일층이 아니고,

차 두대가 간신히 맞붙을 만큼의 주차공간을 남기고, 그 공간에 겨우 두사람정도만 살면

적당할 듯한 그런 투룸이었어요.

그집은 은근히 무서웠어요.

안방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5층짜리 빌라가 서있었고

부엌쪽창을 열면, 늘 차들이 서있는 주차장이 보였고

화장실창문은, 늘 옆의 빌라에 사는 사람들 머리가 보였어요.

창문을 닫아도, 비바람불고 컴컴한 밤에는 우리집주변을 앞뒤로 다니는 발자국소리랑

이미 걸쇠를 걸어버린 낡은 안방창문을 흔드는 그림자로 신경이 쓰여서 깊은잠을 못잤어요.

아무리 더운 여름철에도 밤에 그 어떤 창도 열수가 없었어요.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나왔다가, 철창을 단 부엌쪽창이 다 열려있고 그 컴컴한 밖에서

어떤 시커먼 남자얼굴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서있는 장면도 몇번 마주쳤거든요.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지르고, 뻣뻣하게 얼어버려서 그저 어,어..

어떤때는,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있는데 그 작은 문이 스르르 열리고, 주인아저씨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면서 불편한 거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일층이 그렇게 불편하고 사람들의 눈초리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을,

그집을 4년 살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꼭 이렇게 비가 으슬으슬 내리고, 컴컴해지고 인적이 뜸해질 무렵이면

이미 잠금장치해버린 현관문 도어가 덜컥덜컥 밖에서 열리는 소리도 들리고,

누구냐고 물어보면, 혹시 치킨시키셨냐고  한참 지나서 조심스레 물어보아서

실소하게 만들었어요.


애아빠가 지방의 관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주말에만 오는 사람이어서

더욱더 문단속을 단단히 했었는데, 여름철이면 벽에서 물이 줄줄 흘러대고

바퀴벌레천지에, 머리통이 반질거리는 큰 까만 거미출몰에, 정말 하루도 맘편히

살아본적이 없는 집이었어요.

창문이라도 열면 좀 시원했을 텐데, 이집은  그저 10살정도의 아이들이라도 충분히

부엌창문으로 다 10평정도 되는 집전체를 내다볼정도의 눈높이에 있는 집이라

밤중에 어떤 놈이 훌렁 들어올까 오히려 문을 잘 잠궜는지 확인을 몇차례식 하러

돌아다녔어요.

그 덕택에 그 더운 삼복더위에, 아직 15개월정도인 딸은 걸핏하면 땀을 연신 흘리면서

열이 펄펄 끓었고, 곰팡이 핀 벽도 줄줄 물이 흘러내리고, 선풍기도 더운 바람만 나고.

낮에도 창문을 여는곳마다 액자처럼 사람들 얼굴이 다 걸려있고,

여자든 남자든, 볼것도 없는 남의 가난한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타인들 눈초리에

진이 다 빠져버렸어요.


그렇게 사년을 살다가, 드디어 짓고있다는 신축빌라 3층 12평에 전세로 들어갈때

그 감동은 말로 못햇죠.

뒷산초입에 있는 빌라여서 그 3층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완전 천국이었어요.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하얀 반달이 뜨고 별이 총총하고 바람이 파도처럼 키를 높이면서

밀려들어오는데, 그처럼 홀가분한 기분 , 지금의 32평 아파트를 마련했던 때보다 더 넓고 컸어요.

아마 차가운 바람결이 내 콧등을 간지럽히고 급기야는 내 몸을 다 휘감고, 온 방안을 다 껴안은채

양탄자처럼 날아가려는 듯한 그 느낌, 지금도 생생해요.


그런데

그 홀가분한 기분도 얼마 못가서,

저는 계단을 쿵쿵 올라와서 우리집 문앞에 멈춰서서 벨을 누르는 사람들에게 시달렸어요.

그 사람들이 전에 그 낡고 우중충한 빌라에 살때 자주 창문에 얼씬대다가 제 인기척이 있으면

매일 아무때나 오던 사람들이었어요.

아침열시에도 오고, 아무때나 오고 가던 사람들이었어요.

집요하게 창문밖에서 우리집을 궁금해하고 제가 빨래를 개키거나 텔레비젼을 보는 모양새를

재미있는 눈요깃감처럼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지겹고 싫었어요.


그런 기분들, 너무 소름끼치고, 그 눈빛들이 너무 싫었어요.

밤에도 창문을 들썩거리면서 긴 그림자가 너울거려지던 그 깊은밤의 창문들.

날이 새면 그런적 없다는듯 주변은 조용하고,

밤만되면 특히나 비오고 적적한 그런 밤이면, 완전 집밖을 도는 발자국소리로 시끄러웠던 그집.


아무일 없이 나오길 잘했는데,

그집에서 4년을 살다보니, 기관지가 많이 안좋아져서 지금도 많이 고생합니다..



IP : 220.89.xxx.5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7.11 8:40 PM (39.7.xxx.36)

    글 쓰는 솜씨가 대단하세요.
    마치 그린 듯이 떠오르는 풍경이라니.
    마지막 두 줄 전까지 무슨 소설 도입부 읽듯이
    두근두근했습니다.

  • 2. 원글
    '19.7.11 8:51 PM (220.89.xxx.59)

    몇번 최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한 일들도 있었어요.
    꼭 이렇게 추적추적 비오고, 희끄무레한 밤늦게, 부엌창문에 철창을 달기전의 일이었어요.
    그일있고 철창 달았어요.
    새벽두시에, 갑자기 몸이 싸아아한게 시원한거에요.
    그곳에서 거의 두눈 편히 감고 자본적이 없고 늘 머릿속은 경계태세로 곤두서있었어요.
    왜 몸이 이렇게 시원해질까 세발짝만 디디면 닿는 거실겸 부엌인데, 너무 좁아서 200리터냉장고만
    한개 있는 자리 건너편으로 부엌창문이 있었어요. 작지만, 머리만 들어오면 몸을 구겨서 들어올수있는
    성인여자정도면 가능한 그런 창문이었어요.
    그 창문턱에 뚱뚱한 비계덩어리같은 남자가 중간에 배가 걸려서 창문밑 싱크대를 두손으로 꼭 잡고 있더라구요.
    놀라서 비명도 안나오고, 어어,,어.
    윗층에 살고있는 총각이었습니다..
    다음날, 주인에게 말해서 그 총각이 일하는 치킨집에 찾아가고 그 총각은 바로 떠났고요.
    철창은 한 3개월지나 설치되었는데,
    사람들 눈이 그렇게 집요하고 무섭다는것, 정말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런데, 그 일들이,이런날이면 생각나는데,
    32평 아파트 전체 리모델링하고 이제 마련해서 산다고 하면 그중에 꼭 한두명은,
    그렇게 많이 우리집을 찾아와서 갈생각도 안하고 놀았던 사람들이.
    "너, 그때 그 유*피아빌라 일층에 살았었잖아."
    라고 말해요,
    그 빌라이름은 유*피아 였어요.

  • 3.
    '19.7.11 9:10 PM (58.140.xxx.1) - 삭제된댓글

    정말 위험했는데 왜 4년이나 살았어요?
    이사가시지..

  • 4. 원글
    '19.7.11 9:11 PM (220.89.xxx.59)

    돈이 없어서요..
    늘 맘은 탈출하고 싶었지요..
    현관앞의 센서등도 고장나서 안되고, 화장실변기는 늘 말을안듣고,
    돈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여름과 겨울을 호되게 겪는 건 별로 좋은 추억이 그다지 되지못해요..

  • 5. ..
    '19.7.11 9:43 PM (125.178.xxx.90) - 삭제된댓글

    잘 읽었어요
    깊게 각인되어 있나봐요 그 시절이
    그런데 빌라 일층이어도 그렇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경우없고 집요하게 살피나요
    위층 총각은 미친놈이고, 그 집이 좀 이상하네요
    일층 빌라 아니라 반지하에 새댁이 살아도 그정돈 아닐것 같은데

  • 6. 저도
    '19.7.11 10:47 PM (1.241.xxx.109) - 삭제된댓글

    잘읽었어요. 약간 구슬픈 수필 한편 읽은 기분입니다.
    새집 입주 축하드려요.더이상 누군가 엿보지도 않을테고,쾌적할테니 삶의질도 좋아지셨을테니,가족들과 즐거운 일만 있을시길 바랄게요. 다음에는 즐거운 유년시절이나 행복햏던 기억도 한편 써주세요.^^

  • 7. 원글
    '19.7.11 10:48 PM (121.184.xxx.215)

    친정집부근에 와서 살려고했던게 우리엄마랑 골목을 마주보고 살아서 엄마도 그때를 잘알아요.
    불량쩡소년들 꼭 우리집 부근.주차장에서 욕하고 싸워대고
    담배피워대고 나쁜인간들 들끓고.
    그덕에 제기관지가 너무 나빠졌는데 이게 그전의상태로 안돌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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