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190605162729272
◇황교안이 소환한 ‘3김시대’ 영수회담
영수회담은 다소 유통 기한이 지난 정치언어다. 여야의 거대 양당 만이 존재했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과 야당 총재(지금의 당 대표)가 만나 여러 정치 현안의 담판을 짓는 자리였다.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여권의 수장 정도로 격하하는 성격도 있다. 반면, 대통령과 마주하는 이는 지위가 격상되는 효과를 누린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가 4일 황 대표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여야 5당 대표들과 집단 회동을 한 뒤 1대1 회담을 하자고 했지만, 황 대표는 다시 거부했다. 집단 회동에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빼자는 것이다.
때문에 황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는 판을 깨자는 저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된다.
◇협상 포기하면 무얼 할 건가
황 대표의 이런 행보를 두고 한국당 사정에 밝은 정치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 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때로는 불리한 제안이라도 받아들여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정치이고 당 대표의 역할“이라며 “황 대표가 아직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더구나 청와대는 황 대표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그것마저 걷어찼다.
문 대통령을 향해 ‘좌파독재’를 부르짖어온 황 대표가, 청와대의 한발 물러선 제안에도 변화하는 기색을 비치지 않는다면 ‘국정운영의 발목만 잡는 대안 없는 야당’ 프레임을 뒤집어 쓸 우려도 있다.
정치는 대화와 협상으로 이상과 실리 사이에 적절한 선을 찾는 과정이다. 대화도, 협상도 않겠다는 건 정치를 포기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