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그리운 할아버지
전 아픈몸으로 태어났습니다
50년전 경상도 시골마을 종갓집에서 장녀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으니ᆢ지나온 시간이 참 재미있었네요 ㅎ
그시절 드물게 깨이신 할아버지가 계셔서
끝까지 치료한 덕분에 지금 정상인으로 살고있습니다
중간에 공부를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몸만 건강하다면 언제든 꿈은 이루어지더라구요
집안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전 늘 혼자였어요
어릴때 가끔 혼자 문밖을 나서면ᆢ
저 병신 동네 마실 나왔네~
저집은 이제 망했네ᆢ등등 제가 잘 들리게 뒤에서 수군댔어요
저희가 종가집이라 늘 동네사람들 친척들이
드나들었는데ᆢ어른들이 계실땐 저를 공주대하듯 했어요
저는 자존심이 아주 세서 부모님들껜 어떤말도 하지않았어요
낮엔 주로 대청마루에 누워서 지냈는데ᆢ늘 생각한게 있었어요
이렇게 살다 죽진! 않을꺼야 ᆢᆢ
5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초등학교들어갈때쯤엔
겉으론 전혀 이상없이 입학했어요
물론 그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더 치료 했어요
전 축복받은 인생이었어요
주위사람들이 제 앞에선 늘 측은지심으로 대해줬어요
진심이든아니든 상관없이 ᆢ전 좋은것만 보려고 결심했어요
저희 엄마는
첫딸인 저를낳고 인생이 똥통에 빠진것 같았다고 하셨어요
이해가 되었어요ㆍ엄마는 지금도 철이 없으셔요ㅎㅎ
아주 어렸을때부터
수십개의 조명이있는 서늘하고 차가운 수술실침대에
혼자 누워 달달떨던 기억도
울고있는 엄마등에 엎혀서 병원밖 야경을 밤새 내려다보던 기억도
매일 엄마가 나를 버리고 사라지는 꿈을꾸던 기억도
감히 입 밖에 낼수없어 봉인된 기억으로 40년 넘게 살았어요
할아버지께서
손녀 못고치면 내가 죽는다~ 반드시 고쳐놓을꺼니 걱정말라고 ᆢ
새벽마다 저를 데리고 집앞 못에서 스케이트
태워주셨고
그후 대도시로 이사한 후에 방학때마다
큰 배낭을 매고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혼자 내려가곤 했는데 ᆢ언덕위에서 저를 기다리시다가
제가 버스에서 내리면 멀리서 뛰어오시곤 하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평생 일기를 쓰셨는데ᆢ
어느날 몰래 훔쳐보니 죄다 한자로 되어있어
내용은 몰랐지만 제 이름이 한장에 네다섯번정도씩
씌어있었어요
전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항상 청바지 입으시고 마당 한가운데 멋진의자를 놓고
음악을 켜놓고 커피를 마시셨는데
제가 성장한 후에도 ᆢ
전 커피잔을 깨끗이 씻어놓고 할아버지옆에서 그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ㅎㅎ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ᆢ
지금도 오전에 그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그때마다 가끔 할아버지생각을 합니다
전 꾀 괜찮은 남자와 결혼했고
아이들도 반듯하게 잘 컸어요
결혼후 먼 타지에서 20년이상 살다보니
제가 아팠던건 아무도 모릅니다
더이상 측은지심의 해택도 사라지고 없지만
가끔 혼자있을땐 제 어린시절을 온통 지배했던 봉인된기억들이
생각이 나면 먹먹해져요
최근 갱년기가 되었는지 잠못드는 날이 많아져서
더더욱 할아버지생각이 간절하네요
아무도 저를 모를 이곳에서 묻어둔 제 얘기 잠깐 드렸어요 ^^
1. ...
'19.5.30 4:05 AM (117.123.xxx.177) - 삭제된댓글감히 말씀드리는데 원글님 진심으로 본인삶에 만족하고 행븍해하시는 것이 글에서 느껴져요.
너무 부러워요. 원글님의 그 삶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요!!2. ...
'19.5.30 4:15 AM (59.15.xxx.61)님의 인생을 앞으로도 쭉 응원할게요.
참으로 장하십니다.
앞날에 행복한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3. 와~
'19.5.30 4:20 AM (210.183.xxx.241)너무 멋진 글.
할아버지도 원글님도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고마워요.
이런 좋은 글을 읽게 해줘서^^4. Soulful Strut
'19.5.30 4:29 AM (47.19.xxx.200)원글님이 너무 멋지셔서 이 음악이 생각나네요~
soulful strut~~
누군가에게 사랑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의 시선에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가 있는 것이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yX1XSOzDPik5. 눈물이납니다
'19.5.30 4:42 AM (107.77.xxx.8)할마버지의 사랑이 원글님 세상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어 주셨군요.
단 한 명의 진실한 사랑이 고난을 이기게 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네요.6. 00
'19.5.30 4:52 AM (211.186.xxx.68)전 장애아로 태어났습니다
50년전 경상도 시골마을 종갓집에서 장녀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으니ᆢ지나온 시간이 참 재미있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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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시간이 참 재미있었네요 ㅎ ------ 여기에 방점이 찍혔네요.
이런 여유와 미소를 지을수 있는 원글님의
두둑한 배포는 할아버지라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든든한 뒷배덕분이네요.
아름다운 강함을 주고 가신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 두분다 저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자랐는데
눈물나게 부럽고 아름다운 이야기에요 ^^7. ..
'19.5.30 5:29 AM (180.66.xxx.23)어떤 장애였는데
치료받고 정상이 된건지요8. ㅇ
'19.5.30 6:23 AM (115.137.xxx.41)언덕 위에서 기다리신 할아버지
참 정겹고 그립네요9. 눈물
'19.5.30 6:49 AM (123.111.xxx.75)아침부터 눈물 줄줄..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10. 사랑
'19.5.30 7:22 AM (14.5.xxx.180)반드시 부모가 아니더라도 한사람의 믿음과 따뜻함이
일샹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는걸 알게해주네요.
할아버지는 아셨고 믿으셨을거에요.
님이 반드시 낫게되고 행복하게 살게 되리란걸요.
그 사랑이 님의 뼛속 깊은곳에 자리하게 되었고
그 힘으로 사신것 같네요.
사람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나고
또 사랑을 주기위해 태어나는것 같아요.11. 둥둥
'19.5.30 7:43 AM (39.7.xxx.144)아이한테 잘 해줘야할텐데
참 안되네요. 매일 화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때면 .12. ........
'19.5.30 8:02 AM (58.146.xxx.250)외람되지만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될 정도의 장애였는데 초등입학전에 외관상으로라도
정상인처럼 치료가 되었다니 어떤 장애셨는지 여쭤보고싶어요.
그리고 그 시대에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분을 할아버지로 가질 수 있었던 원글님이 눈물나게
부럽습니다. 저도 그런 엄마라고 되어야 할텐데 ..13. ..
'19.5.30 8:10 AM (175.223.xxx.110)고맙습니다
아침에 이렇게 따뜻한 글 읽고 시작하게 해주셔서요14. ㅇㅇ
'19.5.30 8:14 AM (121.152.xxx.203)너무 멋진 글이라 이게 실환가? 싶어질
정도네요.
멋진 할아버지 원글님도 멋지신분15. ㅅㄷᆞ
'19.5.30 9:44 AM (106.102.xxx.15)너무너무 감동적인 글입니다.. 아침부터 울컥..
16. ᆢ
'19.5.30 9:48 AM (117.111.xxx.232)언청이 일거깉음 멋진 할아버지시네요
17. 잘 읽었습니다
'19.5.30 10:05 AM (110.5.xxx.184)보통의 손주들은 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많은 편인데 간만에 할아버지의 쿨하고 통큰 사람을 받은 할아버지를 닮은 손녀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재미있었고 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네요.
누군가의 조건없고 언제든 퍼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랑은 사람에게 참으로 큰 힘이 되죠.
트라우마나 힘들었던 기억도 큰 상처와 흔적을 남기지만 사랑은 좀 더 큰 추억과 힘을 샘솟게 하나 봅니다.
사랑이 승자예요.
원글님도 승자시고요^^18. 와우.
'19.5.30 10:49 AM (124.50.xxx.39)할아버지의 멋 최고네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는 청바지 입은 할아버지.그 곁에 손녀.무슨 영화같아요^^
큰 나무의 버팀목 같은 사랑을 받으셔서 추억할 수 있는 원글님 부럽네요.단단한 원글님이 승자 맞으시네요~~19. 뼈관련 문제
'19.5.30 1:02 PM (211.227.xxx.165) - 삭제된댓글뼈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엔 희귀한 경우라서 아버지가 저를엎고
전국 유명한 병원은 다 다니셨다고 합니다
정형부분 최고권위자는 ᆢ 앉은뱅이로 살거나
큰수술을 몇차례해서 나을수는 있는데
완벽히 정상적으로 살긴 힘들고ᆢ
직접 치료경험은 없지만 15년쯤 성장하는동안
뼈를 물리적으로
움직이게해서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는걸로 안다ᆢ
대신 커서는 정상인처럼
살수있을것 같다 ~의사의 제의에 저희부모님은
마지막방법을 택했어요
그래서 6살때까지 온몸에 큰 기계장치를 하고
있었어요
입학전 그 장치를 떼내고 혼자걷는정도만 가능한단계로
입학했어요
학교오고가는것 외엔 체육ㆍ소풍등다른활동은
일체 못했어요
중3때까지 병원을 다녔고
주 3회정도는 극심한통증으로 잠을 못자는경우도 많았어요
치료가 끝나던날 의사선생님께서
전국에서 제 소문을 듣고 비슷한 환자가 몇명 왔는데
대부분 중간에 치료를 포기해서 장애를 가진채
살아간다고 하셨어요
할머니는 엄마와함께 굿도 해보시고ㅎㅎ
종가집이다보니 늘 많은 제사와 손님맞이로 바빴어요
기독교집안에서 자라서 시집온 엄만 무거운 제기를
닦을때마다
~개뿔~!조상 제사 정성껏 지내는데 고작 요따위로 산다~
며 늘 불평하셨는데
지금은 조상덕 분명히 있다며 제사찬양론자가 되셨어요
어젯밤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적은글에 좋은말씀 해주시니
민망합니다
댓글주신분들 늘 행복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20. 뼈관련문제
'19.5.30 1:57 PM (211.227.xxx.165) - 삭제된댓글뼈문제로 몸에 장치를 달고 15년을 치료했어요
할머니와 엄마는 굿도 해보고ㅎㅎ
자주있는 제사준비와 많은 손님들로 늘 바빴어요
무거운 제기를 닦으면서 엄만 늘 불평하셨어요
개뿔~!
제사 열심히 지내는데 요따위로 밖에 못산다는ㅠㅠ
하지만 지금은 조상덕 보셨는지 제사찬양론자가 되셨어요
어젯밤 두서없이 쓴글에 좋은말씀들 감사드립니다
댓글주신분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래요21. 뼈관련
'19.5.31 2:37 PM (211.227.xxx.165)뼈관련 문제로 15년 치료받았어요
할머니와 엄마는 굿도 하시고 ㅎㅎ
매달있을 제사준비와 많은 손님들로 늘 바빠셨어요
엄만 무거운 제기를 닦으면서 늘 불평했어요
~개뿔~제사 열심히 지내는데 사는꼴이 이따위야~
하지만 지금은 조상덕을 봤는지 제사찬양론자가
되셨어요
어젯밤 두서없이 쓴글에 멋진댓글주신분들 감사드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