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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라딘'을 봤습니다

... 조회수 : 4,883
작성일 : 2019-05-28 10:48:14
제가 대학생, 대학을 막 졸업했던 그즈음에 디즈니가 명작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줄줄이 냈었고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었습니다.
물론 디즈니야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30년대부터 백설공주, 덤보, 밤비 등등 명작을 줄줄이 만들어내긴 했지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디즈니 르네상스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포카 혼타스 같은 새로운 명작이 줄줄이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애니메이션이 성인에게도 인정받았던 이유는 명작동화의 새로운 해석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 공주'의 주인공 인어공주는 고구마 백만개를 박스째 먹이는 결말로 어린 시절 제게 슬프긴 한데 뭔가 뒤가 찜찜한 느낌을 남겨 주었었는데, 디즈니의 '인어공주' 아리엘은 안데르센의 벽을 깨고 통쾌함을 선사해서 열광했던 것 같습니다.
물경 30 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입에서 슬렁슬렁 띄엄띄엄 흘러나오는 주제가들도 인상적이었구요.

그러나 '겨울왕국'이 나오기 전까지 임팩트가 별로 없는 고만고만한 작품들만 선보였죠.
디즈니만 늙은게 아니라 저도 점점 늙어가니, 제게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그저 유치원 초등생들 가방과 공주 코스프레 용품에나 나오는 캐릭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왕국' 엘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략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이들이 디즈니 공주 업계를 주름잡고 있더군요.

그런 디즈니가 창작의 원동력을 잃었는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이 회사 저 회사를 집어삼키고 올해는 드디어 폭스까지 집어 삼켰지만 이렇다할 작품이 아직까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디즈니를 있게했던 애니메이션의 실사 프로젝트를 꾸준히 내고는 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심지어 팀 버튼까지 모셔와서 초기 디즈니의 히트작 '덤보'로 망작의 정점을 찍고 나니 기대가 싹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알라딘'을 보러갔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제 손가락이 제멋대로 예매를 했나 봅니다. ㅠㅠ

기대하지 않아서일까요?
디즈니가 드디어 살아나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실사화했다기 보다, 고전 '알라딘'을 새로 만든 영화라고 봐야하겠죠.
볼거리가 상당합니다. 쇼나 춤이 매우 현대적입니다.
팀 버튼, 보고 있나?

그러나 제가 제대로 디즈니가 돌아왔다고 느낀 건, 우리의 '자스민' 공주입니다.
술탄을 꿈꾸는 공주...
우리가 디즈니에게 뭐 얼마나 대단한 걸 기대하겠습니까?
술탄을 꿈꾸는 공주야 말로 디즈니만이 할 수 있는 상상, 디즈니만이 깰 수 있는 금기, 오로지 디즈니만이 공격당하지 않고 욕먹지 않고 꾸어보는 꿈이 아니겠습니까?
2019년의 자스민 공주는 인어공주 아리엘, 미녀와 야수의 벨, 포카 혼타스, 뮬란, 겨울 왕국의 엘사로 이어지는 디즈니 공주 가문 계보에 등극해 마땅한 뉴 페이스입니다.

대부분의 평들이 알라딘이 매력없다 시시하다, 제목을 자스민으로 바꾸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이 난무하지만, 알라딘은 지금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남녀관계의 시작을 슬쩍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몇달 전, 소리소문없이 살짝 개봉했다 물러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라는 다큐 영화를 보셨나 모르겠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 연방 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된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미국 여성 평등사에 유명한 많은 평결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다큐에 따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미국 젊은 여성들에게 거의 아이돌급으로 인정받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감명 받은 것은 그녀와 그의 남편의 관계였습니다.
아직도 고전적인 부부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우리나라의 많은 맞벌이 부인들에게는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부부관계가 등장합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미국 여성계의 아이돌이 되는데는 그 남편 마틴 긴즈버그의 공이 매우 컸습니다.
이 영화에서 저는 그 두 부부의 관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펠리시티 존스와 아미 해머 주연의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라는 영화로 여름 이전에 다시 우리 영화관에 소개될 겁니다.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남편 마틴이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건강한 관계일 수 있다는 암시를 어린이들에게 심어 주는데 충분해 보입니다.
이제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만나서 고생 끝에 온달 장군을 만드는 시대에서 알라딘이 술탄 자스민을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디즈니만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는 점, 칭찬하고 싶습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이 '어벤져스'급의 기세로 극장가를 점령할 분위기라 알라딘이 얼마나 극장에 걸려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빨리 봐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큰 스포하나 터트리겠습니다.
이번 '알라딘'에서는 지니가 연애합니다. ㅋㅋㅋ
튀자 =3=3=3
IP : 14.38.xxx.81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isdomH
    '19.5.28 10:50 AM (211.114.xxx.78)

    제일 큰 스포는
    지니가 나중에 OO 이 되지요.
    ..
    시대에 맞게 변한 이야기도 좋았고 결말도 신선했습니다.
    기대없이 갔다가 나이 50된 우리 부부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색채가 아름다웠고 색감에 힐링되는 기분이었습니다.

  • 2. ..
    '19.5.28 10:51 AM (115.40.xxx.94)

    저는 애니메이션 원작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들어요

  • 3. 와,
    '19.5.28 10:53 AM (222.237.xxx.63) - 삭제된댓글

    와, 긴 글을 어찌 이렇게 읽기 좋게 쓰신데요?
    알라딘도 그렇고 중간에 얘기 해주신 '세상을 바꾼 변호인'도
    꼭 보고싶네요.
    원글님, 영화 소개 감사해요~~^^

  • 4. 크리스틴
    '19.5.28 11:02 AM (27.164.xxx.206)

    원글님과 비슷한 나이인 것 같은데 글 잘 읽었습니다.
    전 겨울왕국 개봉하던날 조조로 봤고 지난 주말 알라딘도 봤어요. ^^
    알라딘보면서 (저도 에니메이션 실사판이라 해서) 스토리보다는 의상과 무대 등등이 인상깊었는데 미술상(?)은 받겠구나 이런 생각하면서 봤어요. ㅎ

  • 5. 감사해요
    '19.5.28 11:03 AM (211.104.xxx.198)

    안젤리나 졸리가 애들한테 디즈니 만화를 안보여준다고 하더군요
    여자가 백마탄 왕자 스토리가 악영향을 미친다나요?
    저는 그 소리에 헛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환타지도 필요하고 성장해가면서
    사리분별을 배우게되는데 그런이유로 막는것도 우습다고 생각해요
    원글님 평을 보니 아마도 디즈니도 이런 세간의 비난을 의식하고 반영했나봅니다

  • 6. 감동
    '19.5.28 11:04 AM (14.43.xxx.66)

    저도 알라딘의 자스민이 엘사만큼이나 맘에 들어요..
    초등학생인 제 아들, 딸이 함께 당당하게 멋진 세상을 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 7. 감사해요
    '19.5.28 11:04 AM (211.104.xxx.198)

    마지막 스포는 정말 귀여우세요 ㅎㅎ

  • 8. 저도
    '19.5.28 11:14 AM (124.5.xxx.250)

    52세 남편이 보자고 졸라서?ㅎㅎ 같이 봤어요.
    중간에 화려한 장면들에선 롯데월드 퍼레이드가 떠올랐어요.
    별 기대없이 봤는데 보기 잘했다 생각이 들만큼 좋았어요^^

  • 9.
    '19.5.28 11:56 AM (119.70.xxx.90)

    어제 고딩딸아이가 ost를 들려줘서 호기심이 쬐금 생겼었는데
    불을 지피셨습니다 땡큐요
    예매ㄱㄱ

  • 10.
    '19.5.28 12:03 PM (118.222.xxx.21)

    영화 평론가 아닌가요? 와우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나요?
    감사해요. 애들이랑 꼭 볼께요.

  • 11. 감사
    '19.5.28 12:05 PM (211.186.xxx.68)

    글 좋아요!!!
    영화에 관한 수준있는 두런두런 이야기~
    게다가 끝에 귀여우시네요 ㅎㅎㅎㅎ
    이런 글 칭찬합니다!
    자주 보고싶어요.
    아니 만나서 커피마시며 영화 수다 떨고싶네요 ^^

  • 12. 아구구
    '19.5.28 12:51 PM (175.193.xxx.139)

    어제 초딩아이들과 봤어요~ 아이들 아주 어릴때 알라딘 애니메이션을 10번은 본거 같아요. 실사는 어떤가~ 윌스미스의 지니는 어떨까 기대하며 봤는데, 저와 아이들은 즐겁게 봤어요~ 자스민공주 너무 이쁘다! 알라딘은 좀 후진이미지라 실망했지만 ^^ 어쨌든 볼만했습니다.

  • 13. 반가와요영화글
    '19.5.28 1:10 PM (203.246.xxx.82)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지난 주말 군대간 아들 면회(외박 포함)갔다가 같이 본 영화가 알라딘입니다.

    제가 본 영화가 이렇게나 좋은 의미가 있는 영화였군요.
    저는 자스민이나 알라딘 두 배우 마스크가 다 좋았어요.

    하악이 발달한 알라딘 얼굴이 약간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 에디 레드메인을 닮아서 좋았어요.

    백성을 위하여 스스로 술탄이 되기를 소망하는 자스민은 나약한 아버지 아래에서 반면교사로 저리 자랐나 싶을만큼 잘 자랐구나 싶긴 한데..
    실사가 애니를 베낀 것 같은 느낌이였다고나 할까요...
    아마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솔로 장면을 겨울왕국 엘사에서 처음 봤기 때문일지도.

    암튼 즐겁게 봤어요.

    그런데 사람 판독? 못하는 저는 ㅎㅎㅎ
    원글님이 남긴 결말 스포..첫장면...연결을 못 했지 뭐예요. ㅎㅎㅎㅎㅎ

    아~~ 갸들이 갸들이였어? ㅎㅎㅎㅎ

  • 14. ...
    '19.5.28 1:40 PM (223.62.xxx.79)

    전 이미 그 변화마저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너무 뻔한.
    현란한 의상과 배경이 인상 깊었고,처음과 끝의 지니 모습이 가장 좋았어요.
    아마 젠더 이슈에 피로감이 드나봐요.
    같이 본 사춘기 딸에게는 의식 못할 정도로 당연한거고요.

  • 15. ...
    '19.5.28 1:42 PM (116.33.xxx.3)

    아, 그리고 영화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딸과 꼭 보고 싶어요~~

  • 16.
    '19.5.28 5:56 PM (223.38.xxx.11)

    영화 평론가 아닌가요? 와우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나요?
    감사해요. 애들이랑 꼭 볼께요. xxxx2222

    원글님이 쓰신 90년대 르네상스 작품을 다 본 팬으로써
    이미 5월초부터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미녀와 야수도 그랬지만 알라딩도 예고편 보니 그림인가 싶을 정도의 화려한 소품과 컴퓨터 그래픽이 돋보이더구요.

    특히 4DX에서 양탄자씬이 감동적이라기에 4DX로 볼 예정입니다.

  • 17.
    '19.5.28 5:58 PM (223.38.xxx.11)

    근데 전 알라딘 마스크에서는 1 점 감점이요.
    서양인들은 왜 자기들과 다른 인종을 주연삼을때는
    왜 약간 빈약한 인상의 배우를 쓰는지.

  • 18. 긴즈버그
    '19.5.29 4:26 PM (180.65.xxx.11)

    역사상 최초로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 임명된 여성은 샌드라 데이 오코너입니다.
    긴즈버그는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고 오코너 은퇴 전까지 두 여성 대법관이 함께 재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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