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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보다도 더 새파란 하늘을 어디 가서 다시 본단 말인가?

꺾은붓 조회수 : 1,071
작성일 : 2019-04-24 10:58:49

강낭콩보다도 더 새파란 하늘을 어디 가서 다시 본단 말인가?


2층집과 잠자리비행기를 직접 볼 수 있다니!

1950년대 후반 고향인 충남 당진군 송악면 기지시리에 있는 기지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물론 지금은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이다.

그 기지시리가 우리전통문화유산(유네스코문화유산)인“기지시리줄다리기”가 열리는 곳이고, 서너 살 때 할머니 등에 업혀 줄다리기를 처음보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또 한 번 보아 딱 두 번을 보았다.

지금은 해마다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당시는 음력으로 윤년이 드는 해에 열렸고,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서울 왕십리로 올라왔음으로 딱 두 번 보았을 뿐이다.

언제고 기지시리 줄다리기가 열릴 때 아내와 같이 한 번 가본다고 벼르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아직까지 가 보지를 못 하고 있다.

 

1학년 때 줄다리기가 끝나고 난 뒤 초여름 송악면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기지시리에서 한진항을 가는 길 좌측 팔아산(‘파래산’으로 불렀음) 동녘기슭에 송악중고등학교가 있는 팔아산 꼭대기에 잠자리비행기(헬리콥터)가 내리니 팔아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잠자리비행기가 내린 것을 볼 수 있고, 인천이 바라다 보여 2-3층집도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송악면 소재지인 기지시리 어디도 몽땅 초가집뿐이었고 장터 시장거리의 상점들도 대부분 초가였고 어쩌다 양철지붕을 한 상점이 더러 석여 있었다.

그러니 태어나서 2층집이라고는 본 적이 없으니 2층집이 상상이 안 되었다.

도대체 초가집 위에 어떻게 초가집을 하나 더 올려 2층집이 되고, 둘을 더 올려 3층집을 짓는 단 말인가?

어린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도 상상이 안 되었다.

 

당진읍에서 출발한 트럭을 개조해서 앞배가 불룩 튀어나온 서울행 버스가 어쩌다 노랑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하루에 한두 번 지나갔고, 가끔 트럭이 지나다니는 것은 볼 수 있었지만, 현재의 승용차 모양을 한 키 작은 차는 고향에서는 본 기억이 없다.

그런 촌뜨기에게 하늘을 나는 잠자리비행기를 직접 볼 수 있다니!

 

팔아산에 잠자리비행기가 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 그날이 되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보자기 내 팽개치고, 주린 배 움켜쥐고 구불구불 논뚝 밭뚝 길을 지나 숨을 헐떡거리며 팔아산을 올랐다.

거의 다 올라갔을 무렵 웬 노랑대가리에 푸른 눈을 한 사람과 깃발을 흔드는 검은 머리의 어른이 더 이상 올라가지 말고 조금 있으면 헤리??(“헬리콥터”라고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 말이라 제대로 알아 들을 수가 없었음)가 내리니 날아가지 앉게 큰 나무를 껴 앉고 있으라고 했다.

주변을 보니 소나무가지 부러트린 것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어른들도 모두 다 큰 나무를 껴안고 있었다.

어른들 말이 잠자리비행기의 바람이 너무 세서 소나무가지가 다 부러졌단다.

 

어린 나도 두 팔로 껴 앉을 만한 작은 나무를 껴안고 한진 쪽 북녘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나며 상상이 안 되게 커다란 잠자리가 위 날개를 빙빙 돌리며 산 정상을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내 눈 앞에 잠자리비행기가 나타나다니!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잠자리가 팔아산 정상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노랑대가리가 유리창으로 머리통을 내밀고 무슨 손짓을 하고 날아 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순간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올라 올 때 나무를 껴 앉고 있으라고 한 검은머리 어른이 비행기가 내릴 정상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내릴 수가 없으니 빨리 내려오라고 깃발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한참 뒤에 다시 돌아온 잠자리가 드디어 산꼭대기 평평한 곳에 내렸다.

바퀴가 땅에 닺았어도 잠자리는 계속해서 날개를 돌리고 있었고, 그 바람으로 산자락에 깔린 낙엽과 흙먼지들이 어지럽게 날리며 땅에 있던 노랑대가리가 머리털이 곤두선 채로 잠자리 뱃속에 올라타자 잠자리는 다시 날아올라 한진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게 끝이었다.

 

어른들이 현장 토론하는 것을 귀 동냥하니!

소나무 가지는 잠자리 날개바람에 부러진 게 아니고 노랑대가리가 마을에 내려와서 어렵게라도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을 물색해서 인부 몇 명에게 일당을 지불하고 산 정상부근에 헬리콥터가 내릴 때 방해가 되는 소나무가지들을 잘라 낸 것이고, 산 정상을 평평하게 다듬었단다.

 

그럼 왜 헬리콥터는 평지를 놔두고 산 정상에 내렸는가?

평지가 있다고 해도 헬리콥터 한 대가 내릴 만큼 넓은 평지가 없었고, 학교운동장들이 있기는 하나 학교 옆으로는 초가지붕의 민가들이 있어 그 초가집들의 지붕이 날아가고 집이 무너질까봐 도저히 학교운동장에는 내릴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정상이 비교적 펀펀한 팔아산 꼭대기에 내렸단다.

 

그러면 왜 팔아산 꼭대기에 헬리콥터가 내렸는가?

바로 삽교천조제 때문이었다.

삽교천은 옛 청계천이나 현 안양천만한 큰 염천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굽이굽이 긴 하천 양 옆으로 드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왜정시대 왜놈들도 빼앗아 갈 쌀의 증산을 위해 삽교천 방조제를 막으려고 지랄발광을 했지만, 당시의 기술이나 장비로는 어림도 없어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 히로시마와 나가사카에서 버섯구름이 피어올라 버섯농사나 지으려고 물러갔단다.

트럭만한 돌덩이를 집어넣어도 썰물에 의해 돌덩이가 떠내려간다니 그 당시의 장비와 기술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때 왜놈들이 끝까지 삽교천방조제를 막으려고 들었으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 왜놈들이 끝까지 막으려고 들었으면 송악면이 아니라 당진군 나아가 전 충남의 조선백성들은 남녀를 불문코 삽교천으로 끌려와서 남자는 흙 퍼 나르고 돌 굴리다가 끝내는 삽교천물살에 뼈를 떠나보내야 했을 것이고, 여성들은 나물 뜯고 게 잡고 망둥이 건져 보리밥 해대다가 생과부가 되어 한 많은 세상을 살다 가셨을 것이다.

 

그리고 미군정을 지나 이승만 정권시절

양키들이 지구 반 바퀴를 돌며 태평양을 건너 강냉이가루를 실어 오는 것만으로는 한국 사람의 굶주림을 면할 수가 없었다.

이 땅에서의 식량증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양키가 왜가 하려다 못한 삽교천방조제를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달라붙었던 것이다.

그래서 삽교천과 가까운 팔아산 정상에 잠자리비행기가 내렸던 것입니다.

 

그 뒤 4.19혁명을 거쳐 자유당정권이 몰락하고, 짧은 민주당정권을 거쳐 5.16군사정부가 들어서는 혼돈의 세월 속에서 미군도 삽교천방조제 같은 대형공사를 밀어 붙일 찬스를 잡을 수가 없었고, 끝내는 박정희정권이 끝나는 날 삽교천방조제가 준공이 되었다.

평가는 각자가 알아서 하시라!

 

빠트린 게 있네요!

팔아산 정상에 내렸던 큰 잠자리가 날아가고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산꼭대기에 올랐다.

어른들이 북쪽멀리 울룩불룩 건물들이 늘어선 곳을 가리키며 저게 인천이라고 했다.

하지만 건물들은 보여도 너무 멀어서 2층인지 3층인지 구분이 안 되었고, 어린 눈에는 그저 큰 초가집들이 빽빽이 들어선 것 같이 보였다.

“집”하면 초가집뿐이 아는 게 없으니, 좀 높건 크건 모두다 초가집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푸른 바다 위에 거뭇거뭇한 것들이 많이 떠 있었고, 그게 인천항이고 거뭇거뭇 한 것들이 배라고 했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지만, 어린 내 눈에는 평생처음 보는 것들이어서 뭐가 뭔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 팔아산 ~ 인천!

지금도 그 때 같이 선명하게 보이려나?

강낭콩보다도 더 새파란 하늘을 어디 가서 다시 본단 말인가?

 

IP : 119.149.xxx.1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82에
    '19.4.24 11:05 AM (110.35.xxx.2) - 삭제된댓글

    두 사람이 있죠
    길고도 길게, 하염없이 길게 글을 쓰긴 쓰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읽지 않게 글을 쓰는 사람!

    그게 바로 원글과 길벗일겁니다.

    참 지겹습니다

  • 2. 제목만 읽고
    '19.4.24 11:43 AM (183.98.xxx.142)

    갸우뚱했네요
    강낭콩은 초록색인데
    바다라면 이해가 갈수도 ㅎㅎ

  • 3. ....
    '19.4.24 11:43 AM (223.38.xxx.84)

    길벗님 글은 정보성 글이라
    모르던사실 알게해줘서 고맙게 잘읽고 있는사람도 많죠.ㅎ

  • 4. ㅇㅇ
    '19.4.24 11:45 AM (107.77.xxx.231)

    완두콩이 초록(연두) 이고 강낭콩은 자주색 계열 아닌가요?

  • 5. 유명?
    '19.4.24 11:46 AM (183.98.xxx.142)

    하신 분인가보네요 ㅎㅎ전 첨이라 ㅋ
    요즘 나무1 글 안 밟혀서 넘 좋네요 전 ㅎㅎ

  • 6. ... .
    '19.4.24 1:29 PM (121.182.xxx.48) - 삭제된댓글

    강낭콩은 붉은색, 완두콩은 연두~초록색이라
    '하늘'의 색과 얼른 연결짓기 힘드네요.
    강낭콩을 보긴 하신 건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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