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보다 단순히 걷는거 좋아하여 걸었습니다.
(뉴질랜드 트래킹이나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도 몇번씩 걸었습니다. 추자도까지 가서도 걸었구요 ㅎㅎ)
1.좋았던 점
우선 언어도 생김새도 문화도 다른 수 많은 세계의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같은 장소에 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페인,프랑스,독일,네덜란드,미국,일본 그 다음 한국 순으로 순례자들이 많이 오는데,
정말 다 다르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시끄럽긴 해도 요리를 정말 잘하고 맘 따뜻하여 항상 먹을것을 나누어 주셨던 스페인 아저씨들,
남의 땅 와서도 자기나라말 고집하여 멀게 느껴지다가 봉쥬르라고 인사하면 씨익 웃으면서 좋아하시던 프랑스할아버지들
분위기 띄우려고 안 웃긴 개그를 하지만 그래도 참 건실하고 잘 겄던 '콤파스가 긴' 독일 청년들
테이블에 앉으면 매번 3~4개국어를 통역해야 했던 네덜란드 청년들
시끄럽지만 유쾌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던 각종 미국인들
조용히 혼자 걷다가도 가끔씩 합류해 이야기 나누던 일본인들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한다며 제일 늦게 나와서는 밥심으로 씩씩하게 잘 걷던 우리 청장년들
공립알베르게위주로 자다보니, 매번 비슷한 사람들 만나게 되고 손짓 발짓 해가면서 와인에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것도 나눠먹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주고..
오늘은 안보여서 아쉬웠는데 잊혀질 쯤 속도가 맞아서 또 만나게 되면 괜히 반갑고ㅎㅎ
게다가 일반 관광객들보다는 선하여(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좋은 일도 한 번씩 겪습니다.
숙소예약 길찾기나 판초우의 씌워주기같은건 기본이고
무릎을 다쳐 절뚝거리는 절 보고는 무사히 여행할 수 있도록 기도해줘도 되냐고 하며 무릎 꿇고 기도하던 아저씨도
있었고, 폰세바돈에서 내려오면서 굴렀을 때 발목이 다 나가서 더이상 걷는게 무리라고 느껴졌을때
평생을 간호사로 일하시다가 알베르게에서 의료봉사를 하시는 분에게 마사지를 받고 낫게 되어 무사히 완주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골 경치를 좋아하는 지라 산에 핀 들꽃이 너무나도 좋았고요~ 양이나 소들도 반가웠습니다. 들개는 좀
무서웠습니다. 이런류 여행이 그렇듯이 스마트폰과는 좀 거리를 두고 조용히 자연을 즐기기에 좋지요.
종교적인 것을 꼭 찾지 않아도. 잠시 쉬어가는 것도 참 의미있다 생각해요. 걷기전까지 진짜 바쁘게 살았었거든요.
물론 단점도 많습니다.
많게는 200명 가까이 한 방에서 자보기도 했고요. 코골이며 이빨갈이 냄새들 그리고 상업화 되어가는 모습들에 대한
약간의 실망들.....사람들과 지내면서 생길 수 있는 마찰들...
그렇지만 그 모든 단점을 상쇄 할 정도로 좋냐고 물어보면 '예 그렇습니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 그 길을 못 걸은지 벌써 5년 가까이 되었습니다만
되돌아보면 정말 아련하고, 다시 잡아보고 싶은 기억입니다.
여유가 생기고, 한국에서의 유행이 좀 지난후에
다시 가보고 싶네요.
봄 풍경을 즐겼으니 이제 가을의 그 길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