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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치매는 드라마와 다르다는 것을

조회수 : 7,305
작성일 : 2019-03-12 23:37:04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표현한 치매보다 현실은 더욱 비참하고 가혹합니다.
치매 엄마와 4년쯤 투병 과정을 함께 했고, 
지금은 폐렴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 산소 주입으로 숨만 쉬고 계신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82 게시판을 보다가 눈이 부시게의 치매설 글을 읽다보니 
많은 분들이 치매에대해 잘못된 환상(?)을 갖게 될까 걱정됩니다.
단순히 기억과 인지의 문제라면 치매 간병이 이토록 힘들진 않았을 것입니다.

엄마는 치매가 잠꼬대와 소화불량으로 시작 되었고,
전신 통증과 환시, 우울 등 복합적인 증상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여러 병원, 여러 진료과를 돌아야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식구는 저와 단 둘이지만 엄마의 눈에는 집에 사람도 여러명이 있고, 동물들도 많았습니다.
제 옆엔 전 안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잠자리 엄마 옆에는 제가 모르는 누군가가 누워있었습니다.

온 몸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몸이 굳어가고, 
운동기능도 떨어지고, 몸도 떨리고, 결국엔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눈동자 뿐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이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괴로워하셨고, 자식들 이름도 기억 못하게 되셨습니다.

밤에 잠을 못자고, 화장실도 20~30분마다 가야 하는데, 거동을 못하시니
밤에 수도 없이 엄마를 안아 일으켜 이동식 변기에 앉히고 눕혀드리고를 반복하다가 
아침이 밝아오는 생활이 정말 끔찍했습니다.

일부러 최고급 요양원을 갔는데, 감당이 안된다며 눈치주니 나와야했고,
집에 모신 입주 요양 보호사도 하루 이틀 지나면 힘들다며 그만 두었고
밤에는 제가 모시고 잔다고 사정해서 며칠 붙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제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 고생이 또 시작되었습니다.
나빠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1년 전에는 부축해드리면 걸으셨는데, 지금은 숨만 쉬고 계시네요.

매일 요양병원에 다니며 엄마 식사 수발을 했는데,
일 때문에 지방 내려간 날, 폐렴으로 위독하다는 병원 전화를 받고 급히 올라와보니
주치의는 엄마가 며칠 못 사실 것 같다고 했습니다.

요양병원 응급실에서 힘들어 소리내며 누워계신 엄마를 보며 울다가 
결국 앰뷸런스를 타고 가족이 있는 병원으로 왔습니다. 
주치의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엄마는 열심히 병과 싸우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폐렴이 낫는다고 엄마가 예전처럼 건강해 지진 않을 것입니다.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콧줄을 꼽고, 기저귀를 차고 계셔야겠죠.

이 딸은 또 출근길에 엄마보러 달려가 한 두 시간 엄마 얼굴 쳐다보다가 일하러 가겠죠.

 
  
IP : 218.238.xxx.179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총이엄마
    '19.3.12 11:47 PM (1.228.xxx.103)

    힘 내세요

  • 2. 먼길
    '19.3.12 11:47 PM (1.225.xxx.214)

    맞아요.
    치매 환자를 가까이서 돌보는 사람만 알 수 있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치매는 어쩌면 환상이고 때로는 낭만적이기까지 하죠.
    하지만 현실의 치매는 끝을 알 수 없는 지옥이죠.
    고칠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는...

  • 3. 아...
    '19.3.12 11:52 PM (39.118.xxx.104)

    원글님..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힘드시죠. 담담하게 글 쓰셔서 오히려 더 미음이 아픕니다.힘내세요....

  • 4. ..
    '19.3.12 11:52 PM (124.111.xxx.54)

    님, 손이라도 잡아 드리고 싶네요..
    그동안 너무 애쓰셨고
    앞으로도 기운 잃지 마시길..

    저두 그렇게 아빠 보내드렸는데
    긴 고통 끝내고 가신지라
    울음도 짧더라구요..

    어떻게 해야 최선일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애쓰고 계시니까..
    더 힘든일이 생겨도
    마음 다치지 않기를 바래요..

  • 5. 얼마나 힘드실까
    '19.3.12 11:55 PM (211.36.xxx.48) - 삭제된댓글

    여러분, 치매는 무조건 조기검진 조기진단 꾸준한복약만이 최고의 지름길입니다
    심리테스트 받듯 조기검진 받으세요 꼭

  • 6. 오일리
    '19.3.12 11:57 PM (220.122.xxx.23)

    원글님 힘내세요 토닥토닥........

  • 7. ,,
    '19.3.12 11:58 PM (180.66.xxx.23)

    저희 엄마도 노인 요양병원에 지금 1년 정도 계세요
    요양원에 모실려고 했는데 등급이 안나와서요
    근데 갈수록 안좋아지시네요
    지금은 등급이 나온다고 해도 요양원에 모실수
    있는 상태가 안됩니다
    요양 병원은 한 룸에 10명 정도 있는데 간병인 1명이
    케어 하는데 기저귀는 하루 서너번 갈아주는 시간이 있어서
    그때 갈아주는거 같더라고요
    간병인이 다들 중국인이에요
    기저귀 갈때는 옆호실 간병인하고 서로 윈윈해서 갈더라고요

    근데 저희 엄마도 열이 40도 이상 올라가고 폐렴이 와서
    지금 집중 치료실이라는 중환자실에 계세요
    산소 호흡기줄에 또 식사를 못하시는 코에 호수 껴서
    글루 드시고 욕창 생긴다고 해서 소변줄까지 끼운 상태입니다

    열 내리는 주사와 항생제 주사 그리고 링겔 꾸준히 맞으니
    지금은 호전 된 상태 입니다
    노인이라 폐렴 걸림 합병증까지 온다는데
    저희 엄니는 열도 내리고 폐렴도 나았지만
    거동 못하고 식사도 호수로 하고
    진짜 숨만 쉬고 있어요

    이 정도 되면 보호자가 포기 한다고 하네요
    노인들 안먹으면 바로 돌아가시니깐
    그렇게들 하는거 같더라고요
    저희 남편도 그러고 더 살면 뭐하냐고
    엄마 힘드시니깐 그냥 보내 드리라는데
    혹시라도 좀 나아질까 싶어서
    기적을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중이랍니다

  • 8. 콧줄은...
    '19.3.12 11:58 PM (58.126.xxx.95)

    꼭 심사숙고하세요..... ㅠㅠ 위로의 말씀을 드려요...

  • 9. ...
    '19.3.13 12:04 AM (68.98.xxx.152) - 삭제된댓글

    미국에서 치매환자 시설에서 일한적있습니다. 원글 말씀이 맞아요
    저는 거기서 일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가슴이 답답해서 치고 다녔어요.

    어느 분은, 첫날 가족과 떨어지면서
    오 노우 노우 하면서 울부짖었고, 어느 분은 매일 저의 손을 빨았고
    어느 분은 무조건 먹이는 죽을 의식없이 먹었어요.

    그 당시 경험을 더 밝히기 싫어요.
    원글을 잘 읽어보시면 본인의 , 주변인의 고통을 아실겁니다.
    마음대로 싸고 좋겠다 라고 지지난 어느 글 을 봤는데
    마음대로가 아니라 본인이 조절을 못해서입니다.
    저는
    6개월 경험이었고
    지금은 치매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입니다.

  • 10. ,,
    '19.3.13 12:08 AM (218.232.xxx.141)

    콧줄 ..심사숙고하라는데
    보호자가 안하겠다고하면 안해도 되나요?
    오년전 엄마가 이주정도 콧줄하고 입원해
    계셨는데요
    그후부터 얼마전까지 정말 힘들었거든요

  • 11. 콧줄 끼우면
    '19.3.13 12:13 AM (223.62.xxx.6)

    그로부터 10년이더라구요 ㅠ 환자는 말도 못하고 가족들은 보기괴롭고.. 산건지 죽은건지 이젠 다들 외면들하고 ㅠ 산소호흡기는 안끼운다고 서류작성했더니 주변서는 살인자 취급하는데 정말 ㅠ

  • 12. ㅇㅇ
    '19.3.13 12:34 AM (211.117.xxx.86)

    가족중 치매환자가 있어 십수년을 같이 살았습니다. 정말 삶이 피폐해졌었고 가족 모두에게 고통의 시간이었기때문에 원글님 쓰신글 한줄한줄 감정이입하게 되네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13. 토닥토닥
    '19.3.13 12:39 AM (175.223.xxx.42) - 삭제된댓글

    원글님, 댓글 중 간병하시는 분 얼마나 힘드실까요.
    제 친정아버지 하늘나라 가시기 전에 몇년간 투병하신 끝에 치매증상이 왔어요. 신체가 이미 쇠약해지실 대로 약해지신 후라 오래 못 버티셨는데 가족들에게 몸의 병보다 더 큰 충격을 주는 게 마음의 병이었어요. 저도 그때 얘긴 아직 잘 할 수가 없네요. 힘내세요.

  • 14. ...
    '19.3.13 9:41 AM (210.106.xxx.168)

    시어머니도 5년째 치매로 당신은 물론 온 가족이 우울이 가득 드리운채 또 습관처럼 그렇게 세월을 살아 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도 못 알아 보시고 기저귀는 상시 골절까지. 말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모습대로만이어도 좋을텐데. 그 때는 억지 소리 이기적 행동 하는 탓에 미운 마음과 원망이 나를 힘들게 했고 지금은 닥쳐올 미래가 두렵습니다
    그저 이제는 서로 고통 받지 않고 예쁜 모습으로 어머니 자존심 지키며 이별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물론 제 자신을 위해서 하는 기도라는 것도 압니다.
    참 무서운 병입니다.
    부모님들 조기 진단 꼭 하세요. 마음의 병 있으신 중년분들 꼭 약이든 심리치료든 운동하세요.

  • 15. ..
    '19.3.13 5:37 PM (121.131.xxx.45)

    글만 읽어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네요..
    지난주에 치매 진단 받은 아빠 ㅠㅠㅠㅠ
    울 아빠 불쌍해서 어쩌나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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