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3세예요.
오늘도 이렇게 낮시간이 갔네요. 언제부터인가 일상이 무료하지만 사람만나는 걸 피하게 되요.
지금도 같이 라인댄스 배우자고 연락주는 사람도 있고
수영할 사람도 있고
멀리 한 시간만 가면 사무실차린 친구 놀러오라고 성화인데
그냥 다 귀찮아요.
간헐적으로 알바를 하다가 얼마전 1년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마친후로 일도 더 안들어오고
시간 여유가 많은 상태예요.
건강 생각해서 운동이라도 해볼까해도
거기서 사람들 알아가고 엮기는 게 싫고
또 한편으로는 낯선 사람들 속에 어색하게 있다가 오는 것도 싫고 그래요.
사람들 만나서 그저 애공부걱정(둘째가 늦둥이라 중2예요)
건강 걱정 옷 얘기 뭐 이런 저런 얘기하는 것도 뻔해서 별 기대감이 안들어요.
친구 같이 지내던 둘있는 여동생들이 다 지방에 사는데 동생들이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항상 걱정거리가 많아요. 동생들 전화하거나 하면 그 얘기 들어주고 다독여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 만나 힘든 얘긴 듣고 싶지도 않구요.
책읽기 좋아해서 독서모임에 가봤는데
여덟명 모인자리 다들 각자는 열의도 있고 좋은 사람들이고 독서 수준은 저보다도 높았는데
작가가 뭔 의미로 썼는지 모르고 단지 추측일 뿐인 것들을 등장인물 내면까지 쪼개고 쪼개가며 토론하는게 피곤하게 느껴져서 관뒀어요. 책얘기에 너무 열을 내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이게 이렇게 열을 내며 토론할 일인가? 이런 탁상공론이 뭔 대수라고 뭐 이런류의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은 그나마 한달에 한번 나가는 봉사활동이 유일한 낙이네요.
봉사 시간을 더 늘일 생각은 없지만 3년차인데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 돌보는 일을 해요. 한달에 3시간.
만나는 봉사자들과 친밀하지도 않고 그저 그런데
이젠 그 장애인 분들과 정이 들어 봉사하고 돌아올 땐 기분이 개운하고 좋아요. 보람도 있고.
무료하고 답답하지만 이걸 해소하려구 사람만나는 게 싫으니 큰일이예요.
작년까지는 일을 쉬고 있을 때는 짬짬히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역사강의,
인문학 강의도 듣고 간단한 자격증도 따곤했는데
그런 일을 했다고 해서 더 의욕적이었다거나 한 건 아니였어요.
그냥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그런거였지요.
지금은 왼쪽 발목이 좀 문제가 생겨서 일하는것도 여의치가 않아요. 물론 뭐 잠시 외출이 어렵거나 한건 절대 아니구요.
이러다 외롭고 괴팍한 노인이 되서 쓸쓸히 죽는건 아닌지.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네요.
젊을 때비해서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외모가 많이 망가져서 더 사람만나기가 싫은걸까도 생각해봤어요.
뭐 제가 미혼도 아니고 남편은 여전히 좋은 눈으로 봐주고는 있고
고도비만도 아니고 그저 퉁퉁통통한 아줌마 인데 처녀때 만나던 사람들이 보면 깜놀할 비주얼로 역변하긴했지요.
이런 것도 이유가 될까요?
외모도 가꾸고 다이어트도 하려면 나가고 싶고 뭐 의욕적으로 뭐든 해야할텐데
내 안에 의욕이란 어디간걸까요.
처음 글올린 제목이랑 내용이 삼천포로 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