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침소리.

파란 물고기 조회수 : 2,290
작성일 : 2011-09-22 18:25:25

어제, 칼국수집에 친정엄마랑 같이 갔다가, 앞자리에 있는 사십대중반쯤 대머리 아저씨가 홀이 떠나가게 재채기를 다섯번정도 하는데 그소리가 어찌나 큰지, 홀이 쩌렁쩌렁 다 울리고 귀가 멍멍하게 울리더라구요.

그리고, 재채기를 하면서 먹고있던 칼국수면발이랑, 족발조각들이 코로 입으로,갑자기 다 튀어나와서 같이 동석했던 분들, 인상 찌푸리게 만들고..

그런데 저는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기침소리를 들으면, 그것도 창자가 끊어질세라 중간에 끊어내지못하고 괴롭게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슬퍼져요.

어릴때, 아빠가 매일 술만 드시고 사셨는데 늘 언제나 집은 불기없이 써늘한데다가 한번도 고구마나 옥수수를 쪄내는 그런 따뜻한 냄새가 난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다가, 지붕이 썩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듯이 바람만 불어도 휘청할듯한 암회색 우리집이 가까워지면, 바람벽사이로 들려오는, 술에 또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아빠의 애잔하고도, 숨가쁜 기침소리가 얄팍한 창호지방문을 넘어 툇마루를 지나와 황량한 좁은 마당에까지 데굴데굴 굴러다니면 그 어린마음에도 하늘이 내려앉을듯한 기분을 느꼈던지...

나중에 제가 성인이 되고 한참뒤에야 알았어요. 그게, 절망이라는 감정이었더군요.

지금은 아빠가 (역시 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췌장암과 당뇨와 중풍과 간경화및 온몸에 퍼진 동맥경화및 여러 잡다한 병으로 갔지만, 그 기침소리를 들으면, 아무도 구제해줄길 없는, 가난하고 암담한 벽 갈라진 집에서 내일을 또 살아가야했던 제 어린시절이 떠올라서 그렇게 슬플수가 없어요.

엄마도 그런 아빠때문에 여러번 짐보따리를 싸고 푸른 새벽녘 첫차를 타고 몇 계절을 돌고돈뒤에 집에 오곤 했었죠.

그런 엄마가, 지금은 좀 매운 냄새만 맡아도, 또 이야기를 좀 길게 해도 목이 매캐해지는지 밭은 기침을 쏟아냅니다.

그 기침소리는, 가슴에 맺힌 덩어리들이 속시원히 나와주지 않는 답답함이 섞여있어서 듣는 제가 너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쉼표없이 계속 되는 기침소리들이 암담해요.

기침소리는, 꼭 가난한 자들이, 가난이란 창살에 갇혀 아우성치는 소리같아요..

혹시 저같이 느끼시는 분, 없으세요?

IP : 124.195.xxx.10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27 발에 물집이 생겼을때 그냥 두는것이 맞죠? 3 물집 2011/09/22 14,685
    17726 “4대강 적자 메우려”…수돗물값 ‘7년간 4천억’ 올린다 1 국민들만 정.. 2011/09/22 2,347
    17725 저보다 상황이 훨~나으면서 저한테 징징대는 지인 27 징징이 2011/09/22 5,229
    17724 인천에서 아내가 남편 살해한 사건에 대해.. 1 겨리소리 2011/09/22 3,758
    17723 요샌 모든게 마음에 드시는지 잠잠? 미스타 쓴소.. 2011/09/22 2,392
    17722 아간이 뭔가요??? 3 .. 2011/09/22 3,468
    17721 유기에 음식보관 1 초보 2011/09/22 2,242
    17720 시험기간에 아이들체력관리 5 은서짱 2011/09/22 2,616
    17719 MB맨 잇단 비리 연루설… 與 ‘좌불안석’ 1 베리떼 2011/09/22 2,179
    17718 니콘P300이나 후지 F500EXR 쓰시는분 헬프미 프리즈~! 3 니콘이냐 후.. 2011/09/22 2,185
    17717 선물용 유기.. 죽그릇 어떤걸로 할까요? 2 선물용 2011/09/22 2,428
    17716 현미밥 끝끝내주게 잘되는 밥솥좀 자랑해주세요. 7 밥솥여왕 2011/09/22 3,393
    17715 순두부찌개 지존은 뭔가요?(노하우있음 알려주세요 9 .. 2011/09/22 4,388
    17714 창조론을 믿으시나요? 80 .. 2011/09/22 4,633
    17713 가락시장 가려고 하는데.. 라떼 2011/09/22 2,437
    17712 치아교정 마치신분, 저같은 분 안계신가요?? 11 휴~~ 2011/09/22 6,788
    17711 이마트 피자한판 초등학생 몇명이 먹을 수 있을까요? 2 ** 2011/09/22 2,970
    17710 40대이상 전업주부님들..하루를 잘 보내는 방법 있을까요? 23 긴 하루 2011/09/22 11,566
    17709 화제가된 신데렐라미용실 후기궁금해요 9 커트머리 2011/09/22 5,273
    17708 유기그릇 3 vada 2011/09/22 3,048
    17707 두반장은 마트에 쉽게 구할 수 있나요? 2 teresa.. 2011/09/22 2,823
    17706 의사선생님계세요?-혈뇨때문에. 6 걱정많은마누.. 2011/09/22 4,079
    17705 그냥 훈훈한 실화 ~ 4 asdf 2011/09/22 3,069
    17704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1 2011/09/22 2,425
    17703 보스를 지켜라 점점 재미없어져.. 3 요즘 볼게없.. 2011/09/22 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