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님 가시는 길에
할머님!
살아 있는 5천만이 할머님 앞에 산 죄인입니다.
왜구 쫓겨 간지 100년이 가까워 오건만 가슴 벅찬 청춘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밤마다 왜구의 군홧발에 짓밟히며 왜구의 노리개가 되어야 했던 그 태산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넓은 한, 한 오라기 풀지 못하신 채로 이 죄 많은 5천만은 할머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립니다.
그 한 많은 발걸음으로 어찌 하늘나라로 옮기시렵니까?
하지만 할머님!
하늘나라에는 왜구도 한 마리 없고, 왜구의 개와 말 노릇을 했던 친왜 매국노도 한 놈도 없나이다.
할머님이시여!
먼저 가신 할머님들이 마중을 나오실 것입니다.
그 할머님들과 같이 하늘나라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시며 이생에서 못 다 푼 한을 남김없이 푸시옵소서!
올 봄 나비를 보면 할머님을 다시 만나 뵈는 것 같이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깊숙이 숙이겠나이다.
아- 할머니!
손이 떨리고 억장이 막혀 더 이상 쓸 수가 없습니다.
헉!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