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살던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부모가 일하고 할머니가 키우던 아이였어요.
얼굴이 남달리 하얗고
배가 많이 나오고 이목구비가 묻힌 전형적인 비만체형으로
곱슬머리에 까만 안경을 쓰고 다녔어요.
애가 착해서 만날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해서 예뻐했었어요.
생활 시간반경이 달라서 몇 번 보지도 못하고
저희는 살던 집을 세주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오래 살다가 원래 집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어느날 에레베타에서 모르는 청년이 인사를 하길래 무심코 받고는
왜 내게 인사를?했더니 우리 층에서 내리는 거에요.
세상에 그 청년이 그 소년이었던거에요.
이건 변한 정도가 아니라 눈을 의심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어요.
키가 185정도는 되고 여드름이 살짝 나기는 했지만 수려한 얼굴에
끼던 안경을 벗으니 선하고 초롱초롱한 눈에다가
분위기는 또 얼마나 좋은 지.
목소리도 우렁우렁 울리는게 일반 사람 목소리랑 다르네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예전 그 소년과 매치가 안되었어요.
예전에는 어딘가 우울해보이고 자신감도 없어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늠름한 청년이 되었던걸요.
어느날인가는 여자친구랑 같이 지나가는 것도 봤는데
여자친구도 얼마나 착하게 이쁘게 생겼든지(나중에 들으니 간호학과 학생이라네요)
그 어렸던 아이가 저렇게 이쁘게 커서 저런 이쁜 여자친구를 사귀었네싶으니
제가 다 뿌듯하더라구요.
어제 할머니랑 손주랑 같이 에레베터에서 만났길래
이런 늠름한 손주를 두셔서 얼마나 든든하세요...했더니
글쎄..사람들이..다들... 그러긴하는데...난 몰러~ 하시네요.
지금도 여전히 착하고 수줍어하는 그 청년이
앞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오지랍 넓은 아줌마의 쓸데없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