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전 얘긴데요, 20대 초반,
천리안, 하이텔 시절 벙개로 한 남자를 만났어요.
만나기로 한 날 약속장소에서 전화로 처음 목소리 듣고
목소리가 너무 이상해서 도망갈까하다 오랜기간 채팅했던
사인데 얼굴이라도 보고 관두자 싶어 만났어요.
그 남자는 제게 첫눈에 반한 듯 했고 저는 매너 빼고는
그저 그랬던...
남자는 제게 더 다가오려 했지만 저는 그런 끌림도 없고
동갑이니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자고 선을 긋고
있었어요.
사실 제겐 오래 짝사랑하던 상대도 있던터라...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고백하고
차이고선 그 속상함을 참 못됐던게 그 아이와 풀었어요.
술에 취해 그 아이와 제 생애 첫키스를 그만...
그런데 술이 깨고 난 뒤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따뜻하고 좋았던 기억이... 그래서 그 날을 1일로 사귀게
되었어요.
친구였을 때도 잘했지만 사귀기 시작하니 더욱
지극정성으로 잘 하고 저에게 다 맞춰줬어요.
제가 좀 외모가 됐던 탓에(쿨럭;;) 어떤 모임이든
절 데려가려 했고 심지어는 당시엔 친구가 된 옛여친에게까지
절 소개 하더군요.
그리고 만나면 제가 절대 돈을 못 쓰게 했어요.
저한테 쓰고 절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과외 늘려서 하는거라고
자기 노력 무시하지 말라는 투로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매일 얼굴 보기를 원했어요. 뭐 제가 혼자 시간 갖고 싶어,
또는 단짝과 둘만 만나고 싶어 할 때는 그러라했지만
거의 365일 만났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남자(서성한)는
서울대 출신 누나에게 컴플렉스가 있었고 누나가 사귀는
남자가 누나에게 그렇게 하는게 좋아보였는지 제게 똑같이
그랬던 거예요.
울 엄마가 저 대학 들어가자마자 돌아가셨는데
그 남자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어요.
친정엄마가 없으면 결혼해서 무시당할 수 있는데
나나 울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또 제가 화장실 간 사이 제 가방도 몇번 뒤진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1년 넘게 사귀고 남자가 군에 입대하게 돼서
훈련소까지 따라가면서 그 남자 엄마와 첫 인사도 했고요.
가입대 기간인가 그 기간엔 편지도 전화도 못 하잖아요.
그런데 그 기간동안 매일 저희 집으로 그 남자 편지가 왔어요.
마치 영화 '편지'에서 죽은 박신양이 최진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알고 보니 그 남자 엄마가 남자 부탁받고
그랬던... 이 때까지만 해도 가슴이 아리고 보고싶어
눈물 찔끔 할 때도 있었는데...
훈련소에서 유급되고 힘들다고 연락할 때마다 징징대는데
당시 강원도 양구 최전방에서 의젓하게 근무 중인
남동생이 떠오르며 한순간에 정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그 뒤로 좋아했던 감정이 싹 사라지고 제가 냉랭하게
대하면서 멀어졌어요.
하루는 제가 사는 집을 맞은편 상가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보고 그린 듯한 그림이 저희 집 우편함에 꽂혀있더라고요.
십몇년이 지나고 친구의 친구 통해서 그 남자가 반포에서
젤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힘든건 아니지만 금전적으로 좀 더 여유 있음 좋겠다 하는 요즘
가끔 생각나요.
이 남자는 좋은 남자였나,
아님 한번씩 느꼈던 컴플렉스와 의처증 있는 남자였던 걸까..
결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쓰다 보니 참 길어졌네요.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 남자를 계속 만나고 결혼까지 했다면 어땠을까요?
천일동안 조회수 : 3,470
작성일 : 2019-01-10 00:09:27
IP : 223.38.xxx.11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9.1.10 12:13 AM (221.157.xxx.127)남자 뭔가 찌질하네요 잘헤어지셨음 비싼아파트가 부러우신건 아니죠~?
2. 원글이
'19.1.10 12:15 AM (223.38.xxx.195)ㅎㅎㅎ 솔직히 비싼 아파트 부러워요ㅎㅎ
3. ...
'19.1.10 12:16 AM (59.15.xxx.61)인연은 따로 있다잖아요.
님 남편이 님의 인연이지요.4. ...
'19.1.10 12:16 AM (221.151.xxx.109)남의 가방을 뒤진데서 아웃...
뭐하는 짓이죠5. 그시절이면
'19.1.10 12:18 AM (39.113.xxx.112) - 삭제된댓글군에서 매일 편지 보냈으면 군사우편으로 보냈을텐데 엄마가 보낼수 있나요?
6. ㅇㅇㅇ
'19.1.10 12:19 AM (175.223.xxx.65) - 삭제된댓글집요해서 피곤할듯 해요
그의 돈만 쏙 빼오고 싶은 심정인거죠?
두마리토끼 못잡아요7. 누구나
'19.1.10 12:21 AM (211.36.xxx.44)누구나 그런생각 한번쯤은 하죠.
헌데 남자분은 살면서 은근 여자 들들볶고
의존적?인 스탈일듯해요
누가 시키지도않앗는데 헌신과봉사 하며 난리치면서
결국은 그에 걸맞는 보상과 댓가를 바라는 찌질남..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남죠
지금남편이 채우지 못한건 그가 채워줬을수도있고..
그가 채우지못했던건 현재 내 남편이 채워줬을수도..
저도 사귄 남자중
진짜 절절하게 저를 좋아해주고
자상했던 옛 애인 생각 가끔 나는데..
그와 결혼했으면 겁나게 무능하고 속썩였을거라는
현실적인 생각이드니 정신이 들더라구요..8. 흠
'19.1.10 12:52 AM (49.167.xxx.131)나이어릴때쟎아요 ㅋ
9. 헉
'19.1.10 3:13 AM (59.12.xxx.139)소름 끼치는데요..?
10. 나쁜남자는
'19.1.10 5:31 AM (175.123.xxx.2)아닌거 같은데요.님이 그 사람 별로 안좋아하니 나쁘게 보였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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