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2에 감사^^ - 영화 로마 보고왔어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조회수 : 2,590
작성일 : 2018-12-23 20:28:43
어제의 여운이 여진처럼 가슴에 남아 울리네요. 


어제 아침 경기도 아랫쪽에서 서해 바다를 따라 북쪽으로 달려 파주 명필름 아트센터로 갔습니다. 
남편과 두사람분 예약을 했다가 바다건너 온 대학생 아들래미가 합류하는 바람에 데이트에서 가족 나들이가 되었어요^^
두 남자에게 어떤 소감을 들을지 살짝 모험을 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서 질렀습니다 ㅎㅎ
파주 출판 단지의 현대적인 신축건물들과 토요일 아침이라 직장인들이 다 빠져 한산하다 못해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내가 낯선 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고 또 다른 낯설고 새로운 세계 - 영화 로마 - 로 들어가는 길을 준비시켜주는 듯 했어요. 


명필름 아트센터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로 제작한 영화 로마를 최적으로 구현하는 국내 유일한 극장이어서 다소 멀지만 나들이 삼아 가보기로 결정했어요. 
사방팔방 전후좌우 상하로 배치된 43개의 스피커 덕분에 영화보는 즐거움에 맘놓고 푸욱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소음, 골목 저 끝에서 외치는 소리, 멀리 앞에서 행진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의 소리, 스치고 지나가는 행상의 소리, 문 밖에서 들리는 개의 소리, 동네 끝에서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의 소멸될듯한 소리, 짜증날 정도로 큰 일상의 소음들, 사람을 잡아먹을듯한 파도소리,...
소리가 전부는 아니었지만 흑백으로 기억되는 과거 속으로 나도 들어간듯 몰입을 도와주었어요. 


영화를 본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자세히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못보신 분들도 계실테니 입꾹!의 예의를 지킬게요^^
영화는 흑백이었고 상영시간은 꽤 깁니다. 
그런데 저나 남편, 아들아이는 길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취향이나 즐거움의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니 이런 영화가 자신과 맞아떨어진다면 가슴이 무언가로 꽉차고, 휴식이며 힐링의 느낌도 받을 수 있는, 울림이 오래가는 좋은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흑백이지만 오히려 갓잡은 생선의 싱싱함이 느껴졌고, 뻔하고 흔한 일상과 인생사를 그렸는데 장면장면 내 가슴을 꾹꾹 누르고 지나가는 듯했고, 어떤 분들은 스토리도 클라이맥스도 없다고 느끼셨는데 저와 남편은 스토리로 꽉찬 영화로 느꼈습니다.
연기를 한번도 해본적 없는 여주인공의 연기는, 첫경험을 하는 사람만이 가지는 꾸밈없고 자연스움이 가득했고 그 눈빛이 맘에 크게 와닿았어요.
 

명필름 아트센터가 상업적인 목적의 공간이 아니어서인지 광고없이 영화로 바로 들어간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내내 동네 구석구석 자잘한 사람사는 소리들이 오래동안 잔잔하게 나열되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불켜질 때까지 감상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정말 영화를 보고 싶어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일년의 마지막달을 이런 좋은 영화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가족끼리 추억할 거리가 하나 더 생겼고요. 
한번씩 드라이브 겸 영화보러 오자고 남편이 이야기하더군요. 
남편은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고 어제도 오늘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요. 
이 영화를 소개시켜주신 82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모두 가는 해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과 웃음, 소망이 가득한 2019년 맞으시길 바랍니다^^







IP : 61.109.xxx.17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oso
    '18.12.23 8:43 PM (112.145.xxx.138) - 삭제된댓글

    저도 이런 잔잔하고 소소한 감상평을 올려주신 님같은분이 계셔 82를 찾게되네요. 감사합니다.

  • 2. 로마
    '18.12.23 8:43 PM (182.221.xxx.150)

    지난번에 로마 댓글 썼던 사람이에요
    가족이 함께 좋은 시간 보내셨다니 저도 기분 좋네요^^

  • 3. qpqp
    '18.12.23 9:11 PM (115.40.xxx.91) - 삭제된댓글

    저도 지난번에 댓글 썼던 사람이에요 222
    저는 이영화를 보고 힐링이 되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거든요.
    냉정하리만큼 침착한 영화였어요

  • 4. 다 좋다
    '18.12.23 9:26 PM (61.109.xxx.171)

    댓글로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죠? 흔한 일상사이고 누군가에겐 가슴아프고 머리아픈 일들이기도 한데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나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조이고 있던 것을 풀어놓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속한 한국이라는 나라, 사회, 온라인에서 느낀 각박함, 팍팍함, 정신없이 돌아가는 시청각적 피로감이 정화되고 누그러지는 시간이었어요.
    여운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점점 커지고 있네요.

  • 5. 보리
    '18.12.23 9:33 PM (180.224.xxx.186)

    원글님 후기 3번읽었어요..넘 좋아서 ㅜ.ㅜ
    요즘 영화같지않게 며칠을 바다씬이랑
    남친찾아가는씬 등등 생각이나서 먹먹했어요..

    저도 파주 명필름극장 꼭 가보고싶어요
    묘사해주신부분 머릿속으로 그려져서 행복합니다

  • 6. 넷플릭스로
    '18.12.23 9:35 PM (1.237.xxx.156)

    손바닥만한 화면으로 보고있어요.좀 지루하던 참인데 힘내서(?) 다시볼게요.

  • 7. 보리님~
    '18.12.23 9:45 PM (61.109.xxx.171)

    보리님 글보고 제 구미가 확 당겨서 ㅎㅎ 간거니 보리님께도 감사드려야 겠네요^^
    그렇죠?
    자꾸 더 생각나고 더 얘기하고 싶고...
    간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고 울렁거림이네요.
    바다씬은 저에게 공포로 시작해서 세례의 씻김으로 회복되고 되살아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죠.
    남편도 그 부분을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았어요.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마음은 왠지 따뜻하고 평온하네요.

  • 8. 보리아니고쌀임
    '18.12.23 9:53 PM (180.224.xxx.186)

    아이고~들켰네요^^;
    저는 영화보고 벅찬마음에 추천드렸는데
    좋다는분들도 계셨지만,
    어떤분들은 시간아까웠다하시기에
    "아이고..괜한 오지랖으로 추천을..." 자괴감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감상평써주시니 저도 두배로 힐링됩니다

  • 9. 그린 티
    '18.12.23 10:36 PM (39.115.xxx.14)

    전 씨네큐브에서 봤어요.
    흑백영화인데다가 소소한 생활 내음이 섞여서
    더 좋았던 영화였고요,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버스 2번 환승해서 보고 왔어요.
    원글님 영화평 보니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

  • 10. 다 좋다
    '18.12.23 11:09 PM (61.109.xxx.171)

    넷플릭스님,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은? 좋은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그린 티님,
    역시 귀한 것은 쉽게 주어지지 않죠? ㅠㅠ
    그래도 2번 환승해서라도 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영화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다시 보고 싶어요 ㅠㅠ

  • 11. . . .
    '18.12.24 12:07 AM (59.12.xxx.242)

    영화ㅡ로마ㅡ감상평 감사합니다
    남편과 보러 가야겠어요

  • 12. ...
    '18.12.24 1:09 AM (118.35.xxx.149) - 삭제된댓글

    저도 보리님 덕분에 영화본 1인^^
    지방이라 한 곳 뿐이고 마지막날이었어요
    그 극장 찾아가느라 고생도 좀 하구요
    평일이라 저혼자 보겠거니 했는데 관객이 좀 있어서 의외(?)였어요
    가끔씩 우느라 훌쩍거리는 소리에 저도 따라 동요될까봐 애쓰다(장면보면 더 울까봐 다른 곳 봤어요ㅠㅠ) 정작 하일라이트 장면을 놓친게 제일 아깝네요
    저도 좋은 영화 보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13. 필름클럽
    '18.12.24 4:45 AM (14.43.xxx.51) - 삭제된댓글

    김혜리기자가
    사운드 좋은 곳에서 볼 것
    넷플릭스로 볼 경우 끊임없이 한번에 볼 것
    아주 많이 추천했어요.
    감독이 직접 65미리디지털로 찍은거라더군요

  • 14. 일산맘
    '18.12.24 6:35 AM (112.152.xxx.154)

    가까와서 명필름센타 가끔가는데요.
    로마..남편이 보고싶다했는데
    저는 혹 너무 우울하진않을까 고민했어서요.
    원글님글 읽어보니 봐야겠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99539 가장 부패한 대한민국 경찰서가 버닝썬 사건 지구대라네요 17 눈팅코팅 2019/01/30 5,045
899538 식단을 공유해봅시다 4 식단공유 2019/01/30 2,466
899537 삶과 죽음...이게 도대체 뭘까요? 27 밤이니하는말.. 2019/01/30 8,156
899536 요양원에서 소변줄을 하고 계신데요 12 조언 부탁드.. 2019/01/30 6,775
899535 홈쇼핑 무섭네요 39 /./ 2019/01/30 28,062
899534 타이타닉 주제가 부른 셀린 디온 어디 아픈거 아닐까요? 5 음... 2019/01/30 4,174
899533 지금 전복 2키로 손질 다 끝내고 왔어요..완전 힘드네요. 16 .... 2019/01/30 4,149
899532 시댁 안가니 세상 좋네요 6 ... 2019/01/30 5,247
899531 스텐팬은 어떻게 세척하세요? 7 ㅇㅇ 2019/01/30 4,675
899530 우아한 거짓말 1 .. 2019/01/30 1,845
899529 19) ㅠㅠ 5 ㅇㅇ 2019/01/29 11,385
899528 11분20초 이후에 나오는 네 젊은이 누구죠? 2 스캐 종방연.. 2019/01/29 1,863
899527 잠적한 a씨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신청했었다ㅋㅋ 7 kkk 2019/01/29 2,505
899526 정시 질문드려요.. 6 느티나무 2019/01/29 1,414
899525 프로폴리스 원액 추천해주세요~ 3 궁금이 2019/01/29 1,824
899524 네이버댓글 수준 왜 저래요? 39 어이쿠 2019/01/29 5,353
899523 발가락티눈;;; 5 cc 2019/01/29 2,012
899522 2월말에 엄마랑 부산 여행 가려고 하는데요 7 0707 2019/01/29 1,881
899521 .. 28 모모 2019/01/29 6,005
899520 해품달에서 여진구 8 ㅇㅇ 2019/01/29 2,896
899519 존중해주지 않는데 솔직할필요 없죠? 7 ㅇㅇ 2019/01/29 2,217
899518 비지니스 라면 줘요? 22 2019/01/29 5,876
899517 후라이팬으로 피자(도우) 만드는거 가능한가요 ?? 4 PZ 2019/01/29 1,640
899516 ...... 18 .... 2019/01/29 5,283
899515 사오십대분등 속옷 어디서 사입으세요?? 9 란제리 2019/01/29 4,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