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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과 가정을 둘 다 가질 수 없을까요.

나옹 조회수 : 1,647
작성일 : 2018-12-10 18:11:14

지난주부터 우연히 가입하게 된 미국 메일링 서비스가 있는데 꽤 볼만한 글이 날아 오길래 짧은 영어 실력을 늘려볼까해서 계속 받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클릭했더니 앞으로 받으려면 매달 5달러를 내라고 하더군요. 그냥 닫으려다가 제목 하나 때문에 5달러 결제까지 했네요. 바로 아래의 글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여성이 경력단절 되는 건 아이때문이 아닙니다. 아빠때문이죠. 
- 워킹대디들이 만든 문제 때문에 워킹맘들은 일터에서 쓸모가 없다고 비난하지 마세요. 
Jessica Valenti, 


모성애에 대해서 흔히 하는 말들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말은. '아이를 갖는 순간 여성의 경력은 끝난다' 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여성에게 일과 아이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여성은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절을 위태로운 곡예를 하며 보낼 것이라고요. 

곡예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편에 서서 좀 다른 관점으로 봅시다. 여성의 경력과 개인적인 성취가 단절되는 것은 모성애나 아이 때문이 아닙니다. 그건 응당 해야할 의무를 거부하는 남자들 때문입니다. 

워킹맘이 매일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일을 매일 워킹대디가 집에서 한다면, 여성의 경력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머니들의 일터에서의 고민을 일과 가정의 '균형'문제로 프레임에 가둘 것이 아니라, 아버지들의 가정에 대한 무관심 때문은 아닌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남성들이 과거보다는 육아를 많이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버지들은 일주일에 8시간을 육아를 위해 사용하고 이는 1965년보다 3배나 많습니다. (이 자료는 아버지들이 스스로 작성한 것이고, 남자들이 가사와 육아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대해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자료는 일단 접어 둡시다. ) 남자들은 과거보다는 가사와 육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미국 어머니들은 남자들보다 거의 두배의 시간인 일주일에 14시간을 육아를 위해 사용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양육노동이 눈에 보이고 양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를 갖는 것은 정신적인 노동이고 종종 그보다 더한 것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도시락을 싸고, 아침에 아이옷을 입히는 걸 누가 할 지 나누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언제 학교소풍때문에 도시락을 싸야 할지, 언제 새 속옷과 신발을 사야 할지 항상 체크해야 합니다. 자기 아이의 정확한 신발 사이즈를 알고 있는 아버지가 얼마나 될까요? 

보이지 않는 노동은 언제나 여성의 몫이고, 그게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영향을 끼치는 지는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머리속이 저녁거리 장보기나, 치과 예약같은 걸로 복잡하지 않다면, 일에 대한 생산적인 생각과 열정을 더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엄마들에게 생각할 자유는 사치이자 특권입니다. 

연구결과는 아빠들은 과거와 똑같이 엄마들보다 확실히 많은 여가시간을 가지며, 그 여가 시간에 취미와 휴식을 취하지만, 엄마들은 여가시간 대부분을 허드렛일과 아이 돌보기에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커리어에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더 많은 레저시간을 갖고 창의적인 활동을 한 사람들이 일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육아 핸디캡'은 일터에 확실히 존재하며, 남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엄마들은 비혼여성에 비해서 고용율이 낮으며, 아이를 갖게 되면 임금 수준은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2017년의 연구결과에 따라 일부의 분석가들은 임금 격차가 거의 전적으로 육아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에 아이가 있는 남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킹맘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조적인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공공영역에서 여성이 성취를 이루는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차별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며, 결국 다들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겁니다. 
'남자가 양육에 덜 기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비난하지는 않는다.' 

장담하건데, 딸에게 머리끈이 필요하다거나, 발이 커져서 새 샌들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는 데에는 누구도 성취감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기저귀를 갈거나 조그마한 손톱을 자르는 일에서는 아무런 기쁨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부부중에 여자가 그런 일에 좀 더 관심을 많이 쓴다면, 그건 아이들이 1인치도 넘게 긴 손톱을 하고 발이 아픈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을 때 눈총을 받는 사람이 아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여성들이 원해서 양육을 주도한다는 믿음을 버려야 합니다. 여성들이 양육을 주도하는 것은 사회가 그러길 기대하기 때문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 여성이 사회로부터 심판을 받기 때문이며, 양육을 동등하게 하는 남성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그들의 모성애탓이라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일하기 어렵게 되는 것은 '부모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도, 우리의 아이 때문도 아닙니다. 가정에서의 평등이 없는 한 직장에서의 평등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둘다 가질 수 없어야 하는 것은 여자가 아니며, 혼자만 둘 다 가지는 것을 남자가 멈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경력단절로 인한 임금하락은 환상일뿐이라는 사람들과 한동안 남초게시판에서 논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워킹맘의 힘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둘 다 가지려는 건 네 욕심이다라는 사람들에게 그럼 왜 워킹 대디는 둘 다 가지는 거냐는 제 물음에는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더군요. 챗바퀴같은 논쟁에 지쳐 요새는 그런 글은 클릭도 하지 않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더 난리인 것 같더군요. 페미니즘을 악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저같은 양성평등 주의자들은 더욱 더 말할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듯해서 힘들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바뀔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IP : 223.62.xxx.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구구절절
    '18.12.10 6:16 PM (221.140.xxx.126)

    맞는 말이고

    제가 그나마 평등한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인 말단 공무원인데
    집안일 적극 분담하는 남자들의 공치사와 수다는
    여자의 두배 입니다.

  • 2. 전문직이면
    '18.12.10 6:31 PM (223.38.xxx.21)

    여자가 전문직이면 베이비시터 쓰고 입주도우미 써서 다 해결되더군요.

  • 3. 둘다
    '18.12.10 6:35 PM (112.186.xxx.45)

    둘다 가질수 있죠.
    남자들이 일과 가정 둘중에 하나만 선택하던가요??
    왜 여자는 그래야 하죠?

    일단 일과 가정을 다 가지고 싶으면 집안일을 함께 나누는 남편을 얻어야죠.
    그리고 일과 가정 둘중의 하나만 선택한 여자보다는 힘든 길이겠지만
    나중에 보면 둘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더 행복할거라 봐요.

  • 4. ..
    '18.12.10 6:57 PM (223.62.xxx.210)

    둘 다 가지세요.

  • 5. 감사합니다.
    '18.12.10 7:02 PM (218.234.xxx.23)

    좋은 글 번역해서 게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성이 경력단절되는 건 아이때문이 아니라
    아이아빠가 육아에 동등하게 참여하지 않기때문이다.
    격하게 동의합니다.

  • 6. dooi
    '18.12.10 7:05 PM (1.226.xxx.20)

    아이가 하나냐 둘이냐,
    엄마가 육휴 출산휴가를 1, 2년씩 자유롭게 쓸 수 있느냐,
    친정엄마든 시엄마든 믿을만한 사람이 늦게까지 봐줄수 있느냐 없느냐
    남편이 칼퇴 및 휴가가 가능한 직종인가
    변수가 너무나 다양하죠

    저는 십년을 두시간 거리로 일을 다녔어요
    쌍둥이였고
    주변 도움도 여기저기 받았죠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고생은 다해본 기분이랄까요

    아이하나면서, 공무원처럼 휴가가 있거나, 전문직이라 고액연봉에 시간 조절되고, 조부모가 근처 살아서 언제든지 맡길 수 있고, 남편이 가사나 육아에 적극 동참하고, 청소나 식사는 도우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남편 탓은 아니고요
    그냥 저런 조건이 상당히 힘들고, 저 중 몇개만 충족해도 어찌어찌 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아이죠
    엄마 없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학원에 잘 적응하고 친구관계도 잘 맞고 자기 할 일을 잘하고 나아가 공부도 잘 한다면 좋겠지만 꼭 뭐가 터지고 그게 엄마가 수습해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 7. ...
    '18.12.10 7:12 PM (210.105.xxx.89)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아무리 베이비시터 가사도우미 있어도 엄미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주위 보니 그나마 아빠들이 학습 분야를 어느 정도 관심가지고 함께 해주면 그나마 수월하더라구요. 하지만 그런 아빠들은 극소수...

  • 8. 바람
    '18.12.10 8:14 PM (124.49.xxx.239)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부가 함꺼 해야할 일을 엄마 혼자 전담해서 생기는 문제들을 그저 제 무능력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 9. ㅇㅁ
    '18.12.10 10:44 PM (61.254.xxx.91) - 삭제된댓글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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