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월급쟁이 남편이랑 결혼해서 결혼하자마자 아이들 둘 낳아키우느라 청춘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살았네요.
2년터울 두 아이 모유수유 하고, 천기저귀 쓰면서 결혼하고 7년만에 제대로된 새 옷을 백화점에서 사봤어요.
남편 월급이 점점 올라서 지금이야 여유있는 편이지만 그땐 정말 어려웠는데,
그래도 젊은 시절이라 대출금 있고, 생활비 빠듯해도 꾸미는걸 좋아해서 샤텔백을 두개나 샀었어요.
하나는 동생이 결혼한다고 엄마가 주신 돈에 좀 보태서, 또 하나는 남편 연말 상여금 나오는거에서 떼어서.
사실 그때도 새거는 500만원도 넘을때라 맘카페에서 좋은분에게 새컨디션 중고를 산거죠.
둘다 클래식 숄더인데, 하나는 에나멜 재질에 은장, 하나는 램스킨인데 좀 흐물거리고 스티치 들어간 금장으로.
처음 한 3년은 너무 행복했어요.
그 클래식 백이 사고싶어서 헐리웃 셀러브리티 착장 사진을 몇장이나 스크랩 했는지...ㅎㅎ
산다면 난 컬러는, 사이즈는, 금장? 은장? 애기들 재워놓고 모니터 보며 고민하는게 즐거웠어요.
그래서 결국 샀는데 ... 살림하다보니 정말 일년에 한두번도 메고 나갈 곳이 없어서 장농에 모셔뒀죠.
그래도 한 3년은 밤에 잠안올때 꺼내서 만져보고, 메보고 그럼 참 뿌듯하고 행복했는데,
그 세월도 지나니 참 덧없네요.
아까 몇년만에 정말 그 샤넬을 꺼내서 매어보니...
왜이리 촌스럽던지요.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에 그 쪼끄맣고 각잡힌 에나멜 백은 정말 유치하다못해 민망할 지경이더라구요.
키도 크고 나름 처녀떄 몸무게 그대로이고 그런데도...유행이 지나 촌스러운지, 나이들어 초라한 겉모습이 그 에나멜 백을 받쳐주질 못하는건지...
멋내는 것도 좋아하고 아직도 예쁜옷 보면 입어보고 싶고, 비싸지 않은 구두도 계절마다 사고 그러지만
샤넬이 더이상 저를 기쁘게 하지 않더라구요.ㅎㅎㅎ
잠 못이루는 밤 넋두리 올려 봅니다.
좋은 꿈 꾸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