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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한 발자국 뒤에서 살기

오늘을사는 조회수 : 1,613
작성일 : 2018-11-22 11:55:05

저는 원래 관리형 인간이 아니라

집안 관리도 못하고-,.-

보통때는 그냥 너저분하게 있고

딱 기본만 해요.

나 하나 겨우 건사하고 살아요

그리고 인생 모토도 내 삶을 잘 살자 라서..

지금도 공부하고 봉사하고 운동하고 즐겁게 살아요.


애들은 둘인데요

모든 일에 내적인 동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이건 반은 진실이고, 반은 관리형 인간이 아닌 자의 변명-

공부고, 뭐고 좀 멀찍이 떨어져서 보려해요.

큰 애 중2인데 시험 끝나면

대충 몇 점이라고,,,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애가 얘기하면

오,, 그래..잘했구나..아,,예상보다 안나온 과목이 있네..

점수가 못나온게 있으면 둘이 엄청 웃어요..

넌 엄마아빠가 전공이 **인데 그걸 젤 못하네 하고요.

뭐 이정도 이야기 하고 성적표도 온라인에서 확인 안해요

애가 얘기 한거랑 같겠지 싶어서요.


첫애는 여태껏 예체능 빼고 사교육 한 번 받아본 적 없고

한글, 수학 델꼬 가르친 적 없는데

상위권이고, 얼마전부터 집 앞 독서실 끊어달라 해서

그렇게 해줬더니 열심히 해요.

요번 기말 목표는 평균 97이래요.

자기 진로도..특목고까지 고루 고려중인데

제가 설레발 치면 아이가 더 의욕 없어 하고 뻐팅기는 거 같아서

뒤에서 있다가 한 번씩 엉덩이나 밀어줘요.

아이가 요새 적극적으로 홈피도 들어가보고 하나봐요

넌 뭐든 야무지게 적극적으로 잘한다..인생 잘 살겠구나 해줬어요.


나이 차이 나는 초등 1학년 둘째는요,

더더더더더 자유분방한 아이라서

아침에 방에 들어가보고 깜놀..

쟈켓이 4-5개 바닥에 널부러지심

치워줄까 하다가 아,,애가 불편해하지 않으면 일단 두자 싶어

바닥만 좀 진공청소기 돌리고 나왔어요

있다 오면 방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을것 같니 대화 좀 해보려고요.


안타깝게도,

반에서 한글이고 수학이고 젤 못하는 편에 속해요.

3년 가까이 외국서 살았는데

따로 안가르치고 외국 커리 그대로 따라갔더니

한글도 겨우 떠듬떠듬하고, 수학은 뭐 개념정리도 안되어있...

혹시 관계에 문제가 생길까봐 좀 염려되어

받아쓰기 전 써보고 했더니 좀 나아졌는데

ㅎㅎㅎ여전히 뭐.


오늘 받아쓰기 날인데 어젯밤 깜빡잊고 준비 안해서

아침에 얼른 깨워 막 다그치고 싶은거 겨우 참고

너 어떻게 하고 싶니, 빨리 해보고 갈래 그냥 갈래

네가 결정해라..했더니

첨엔 자기 문방구 뭐 사러 가야 한다고 그냥 많이 틀릴래 ..하더니만

가기 전 맘 바꿔서 한 번 해보겠다고 하네요.

기특해요 철부지고 망나니스러운데

그래도 자기꺼 하나씩 조금식 나아지는거 보면요.

넌 배우는 자세가 참 좋다...잘하고 싶은 맘이 있구나..엄청 칭찬해 줬어요.


전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잔소리 안한 편이에요.

오빠한테만 신경쓰셨죠.

어려서 100점 맞은 적 많지 않고

초등때 공부 못한 편이에요.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서 해볼까..하는 맘 들면서

좋은 대학 갔고, 유학도 갔고

지금 40중반에 다시 박사과정이에요

제 주위 공부 좀 했던 친구들 봐도

저처럼 아직까지 배우기 좋아하는 사람,,많지 않아요.


전 그게,

부모님이 저를  달달 볶지 않고 그냥 내뒀던 덕분에

(집이 우환이 있었어서 더 그런 것도 있어요)

배움에 정이 안떨어져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늘, 딱 하고 싶은만큼만 했어요.

조금만 더 힘내고 야무지게 욕심내면 확 올라갈 수도 있었겠죠.

내적 동기가 생기는 시점이 있었던 것,,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쫓아가본 경험..

수많은 실패 경험,

그래도 지금 나쁘지 않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내적평안.


이런 요인들 때문에

조바심이 덜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유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해주고,

좋아하는 것을 쫓아가게..그게 세상의 시간표와 조금 다르더라도..

그렇게 해주고 싶어요.


딱 애들 뒤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고 너무 탈선하지 않도록 한번씩 잡아주고

엉덩이 밀어주고,

돌아올 수 있는 든든한 베이스 캠프 되어주기

실수해도 또 다른 기회가 온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기..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이 사실 치열하네요^^;;;;;;

늘 타협해야하나,,,더 용기내어야 하나..고민하게 되는 현실에 사니깐요.


결론:

어느정도는 무관심했고 적당히 나를 실패하도록 놓아준 부모님께 감사

집안이 이혼 재혼으로 엉망진창이었는데

지금은 이제 원망도 미움도 다 놓았어요..

전 제 지금의 소박한 인생이 좋습니다









IP : 180.69.xxx.2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긁이
    '18.11.22 12:03 PM (180.69.xxx.24)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는데
    제가 관리형 인간이 아니라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관리해줄
    엄두가 안나서 몇 년째 참고 있어요.
    잘했죠?

  • 2. 소리나그네
    '18.11.22 12:21 PM (211.192.xxx.76)

    저도 그래요. 한발짝 뒤에 살짝 물러서 있어요. 아이가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그러나 이것도 꽤 에너지가 소모되네요. 저도 저의 소박한 인생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3. ...
    '18.11.22 12:43 PM (121.190.xxx.131)

    저는 소박한 인생에 크게 만족하지는 않지만 천성적으로 누굴 챙기고 간섭하는걸 못해서 애들도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기를 주로했는데 .
    고맙게도 자기할일 알아서 잘하는 애들로 커주었어요

  • 4. 원글님
    '18.11.22 12:43 PM (218.237.xxx.3)

    전 맘이 아프네요. 핸드폰 쥐어준 이후로는 아이들이 핸폰에 빠져서 책보다 핸폰 좋아하니 다 엄마의 잘못이지요...

  • 5. 원글님
    '18.11.22 7:23 PM (84.227.xxx.158)

    제 멘토로 삼고 싶네요. 개인적인 학업과 성취도, 자녀 양육에서 할 말 많아도 딱 할 말만 하시는 점 배우고 싶어요.
    저도 관리형 인간이 아니라 어려선 학원 다니면 점수가 나오는 편이었고 지금은 딱 할 일만 미루지 않고 애들 밥 제때 먹이며 사는 게 전부예요;;; 이 글 잘 기억해 놓을게요. 원글님 가정의 행복 기원합니다!

  • 6. 익명의원글자
    '18.11.23 12:05 PM (180.69.xxx.24)

    같이 이야기 나누어주신 댓글님들 감사해요^^
    저 역시 기본 모토는 저렇지만
    늘, 더러운 인성과 살고싶은 이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요..^^

    근데, 딱 분명한건요
    제가 애들 대하는 관점이 달라지면
    애들이 정말 금방 알아채요...어린 애일수록 더욱 빨리.
    내가 애들을 신뢰하고, 수용적으로 받아줄수록
    애들이 더 부드럽고 유연하고 소통이 되더라고요

    근데 제가 불안해서 채근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카오스의 시작..모든 게 엉망진창 고성과 비난이 난무하고..ㅎㅎㅎ

    우리 모두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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