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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대학원에서 시험답안 작성할 때 궁금했던 점

777 조회수 : 1,089
작성일 : 2018-10-17 23:35:32
저는 학부와 석사는 이공계 전공했고
이번에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학 공부중인 만학도 입니다.
학부때부터 전공과목 이외에 나머지 학점은
학점 따기 쉽냐, 어렵냐 따지지 않고 평소 관심있는 분야를 
교양과목이나 타학과 전공을 일반선택해서 열심히 수강했습니다.

근데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문과 과목들은 시험답안 작성할 때 '서술형'으로 쓰라고 하더군요.

저는 공부할 때도 그렇고 답안작성할 때도 불필요한 서술어는 최대한 빼고
단답형으로 문제에 대한 핵심(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답)만 딱딱 정리해서 쓰고 싶은데,
예를 들면, 장점/단점을 구별하고 무언가에 대한 이유는 1번,2번, 3번... 번호 매겨서 나열하고
공통점/차이점을 쓰고 표나 그래프를 그려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던가. 
그런데 이렇게 답안을 쓰면 대부분 교수님들이 한숨을 쉬시더군요ㅋㅋㅋ
물론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모두 썼기 때문에 대놓고 점수를 깍지는 않으셨지만
뭔가 아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이공계 전공과목 시험들은 아무리 긴 증명과정을 적어내도
오류가 있거나 수식, 계산이 틀리거나 이유가 틀리면 당연히 감점하거나 점수가 없죠.
오히려 교수님들이 시험답안은 길게 쓰지 말고 핵심만 쓰라고 하셨음. 

문과와 이과의 학문적 특성이 다른 점이 있다는 건 알지만 
제가 이 차이를 가장 크게 느꼈을 때가 법학과에 개설된 법학입문 과목을 수강할 때였습니다.
중간시험에 딱 두 문제가 출제되고 8절 답안지에 서술하는 형식이었는데
그 중 한 문제가 "법이 왜 필요한가?' 이런 내용이었죠.
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론 중 성악설을 근거로 (어설프지만)판례까지 예시로 들어 답안을 작성했고
나머지 문제에 대한 답안까지 다 썼는데도 8절지 답안지의 한면만 채웠습니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오는데 제 앞자리에 앉았던 학생(법학과 였음)은 
한 장 다 쓰고 조교에게 답안지를 한 장 더 달라고 손을 들더군요.(헐~)
뭘 그렇게 쓸게 많을까, 나는 답안을 너무 짧게 썼나 걱정이 됐죠.
나중에 중간고사 시험점수가 나왔는데 그 학생보다 제 점수가 높게 나왔고 최종 성적은 A-였습니다. 
입문과목이니까 타과생에게도 넉넉하게 학점을 주셨다고 감사하게 생각했지만
문과 전공생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죠.

여하튼 세월이 흘러 학부/석사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를 요즘 공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교육대학원 중간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교육심리학 교수님이 따로 부르시더니 답안 내용은 좋았지만 앞으로는 '서술형'으로 답안을 쓰라고 얘기하시더군요.
솔직히 그 자리에서 '왜요?'라고 묻고 싶었지만(정말 궁금해서요) 
그렇게 물어보면 나잇값 못하는 바보될까봐 꾹 참고 '예~'라고 대답하고 나왔습니다.
근데 저는 아직도 궁금해요.ㅎㅎㅎ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42.xxx.25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18.10.17 11:40 PM (223.62.xxx.108) - 삭제된댓글

    시험 답안은 그 전공 논문처럼 쓰는 거죠 뭐
    사실 대학은 논문 만들려고(학문 하려고) 댕기는 거니까...
    근디 교양과목 취향 저랑 비슷하시네요 ㅋㅋ

  • 2. 777
    '18.10.17 11:43 PM (219.251.xxx.39)

    20대때 첫번째 석사할 때 대학원 면접보러 갔더니 교수님 한분이 제 성적증명서 보시고
    '자네 참 열심히 학교생활 했구먼'라고 칭찬(?)해주시더군요.
    학점도 좋았지만 전공과목 이외에 너무나 다양한 과목들을 수강해서 인상깊었다고 나중에 얘기해주심.ㅋㅋㅋ

  • 3. ㅇㅇ
    '18.10.17 11:44 PM (121.125.xxx.148) - 삭제된댓글

    수학애서 답만 쓰지말고 풀이과정도 써라하면 써야하는게 맞죠. 문과과목도 간혹 포인트만 써도되는 시험문제도 있어요. 포링트만보고 잎뒤 연결해서 알아서 이해해라말고 완전한 문장으로 설득하라는거죠. 미묘한 차이 있는거 아시죠?

  • 4. ㅇㅇ
    '18.10.17 11:46 PM (121.125.xxx.148) - 삭제된댓글

    수학에서 답만 쓰지말고 풀이과정도 써라하면 써야하는게 맞죠. 문과과목도 간혹 포인트만 써도되는 시험도 있죠. 포인트만보고 앞뒤 연결해서 알아서 이해해라말고 완전한 문장으로 설득하라는거죠. 미묘한 차이 있는거 아시죠?

  • 5. ㅎㅎ
    '18.10.17 11:47 PM (175.193.xxx.150)

    저도 교양과목 시험이 정말 힘들었어요.
    1.2.3 이렇게 쓰는데 다른 과 애들은 뭘 그렇게 길게 쓰던지.....

  • 6. 777
    '18.10.17 11:51 PM (219.251.xxx.39)

    제가 채점하는 입장이라면 구구절절 길게 쓰지 말고
    문제에 대한 핵심만 딱딱 쓴 답안이 더 채점하기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제 생각이겠죠?
    이공계 전공과목은 정말 칼같이 채점해서 필요한 내용이 없거나 틀리면 감점하고 부분점수 나왔거든요.
    근데 논문쓸 때는 서술형으로 쓰는 형식이 전혀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없었어요.
    문과 공부에 대해 좀더 적응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 7. ....
    '18.10.18 12:56 AM (211.44.xxx.42)

    채점하는 입장입니다.
    일목요연 구체적 예시가 가장 좋습니다.
    소위 elaborating하라는 이유는 서술/논술형 답의 경우 논리적 비약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문과 출신이고 지금 이공박사중인데, 수식 증명 / 도표만으로 정리되는 문제가 있지만, 이째서 도출되는지 논리과정이 중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좋은 논문은 반드시 그렇죠....

  • 8. 질문
    '18.10.18 7:09 AM (218.48.xxx.68)

    글과는 관련없는 실례되는 질문인데요
    교육대학원은 학비가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저도 영어학전공이라 영교과 교육대학원 가려고
    오래전부터 생각 중인데 요즘 수입이 많이 줄어서
    몇년 째 망설이고 있어요 ㅠ

  • 9. ㅇㅇ
    '18.10.18 10:57 AM (211.206.xxx.52)

    서술하라는건 문제에 답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이나 의견이 있어야하는건데 답만 써서 그런거 같아요

  • 10. 777
    '18.10.18 3:28 PM (219.251.xxx.39)

    학비 물어보신 분께, 서울 소재 사립대 교육대학원이고 학기당 6백만원 정도 입니다.

  • 11. 777
    '18.10.18 3:31 PM (219.251.xxx.39)

    답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다른 데서 선뜻 말하기 부담스러운 내용이었는데 글쓰고 나니 마음이 편하네요.

  • 12. ㅋㅋ
    '19.8.27 8:00 AM (223.62.xxx.176)

    일 년 전 글인데 답을 달아 봅니다.
    뭐 검색하다가 이 글을 봤는데요.
    문과 전공하고 이과 관련 일을 하는 입장에서...

    원글님은
    ‘문제를 푸는’ 식으로 시험문제를 대하니 서술형이 왜 필요한가 생각하시는 겁니다. 수학 문제 풀이하듯 생각하는 거죠.
    반면에 문과 교수님들은 짧은 논문을 원합니다. 논문이라는 말이 거창하지만 말 그대로 논리적인 글을 작성해 제출하길 원하는 거죠. 서론 본론 결론, 정확한 문장 구조와 어휘와 논리를 사용하여 자기 생각을 시작-전개-마무리하는 실력까지 종합 평가하는 건데 ‘소재는 이거, 주제는 이것임’
    하고 글은 안 써 버리니...; 점수 주기는 난감할 겁니다.
    짧은 글짓기를 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아 지금은 이미 학위 받으셨는지도 모르겠지만. 백일장에 나가서 핵심만 쓰고 제출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비슷한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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