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반복되는 역사의 '희극적 비극' feat. 보배사건

전우용글 펌 조회수 : 1,036
작성일 : 2018-09-10 11:16:39

1. 중세 유럽 어느 자치도시에서 여성 모욕죄 재판이 열렸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증언이 일관되게 엇갈렸고 뚜렷한 증거도 없었으나, 판사는 원고의 주장만 수용하고 피고에게는 ‘뉘우치지 않는 죄’까지 덧붙여 전례 없는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드디어 정의가 승리했다고 환호했고, 어떤 사람은 유죄라도 형이 너무 과하다고 봤으며, 어떤 사람은 2심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어떤 사람은 판결이 너무 부당하다고 분노했습니다. 판사를 응징하기 위해 시장에게 민원을 넣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곧 시청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줄 서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서 항의하는데도 시장이 판사를 징계하지 않는 건 판사와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또 외쳤습니다. “우리와 함께 줄 서지 않고 구경만 하는 자들도 판사와 똑같은 자들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줄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쌍욕을 
퍼부었습니다. 줄 밖에 있다가 졸지에 봉변을 당한 사람들도 그에 맞섰고, 이윽고 돌이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싸움에 휘말리기 싫은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를 피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법 사건은 이렇게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했고, 도시 주민들은 서로 자기들만이 정의롭다고 믿는 두 패로 확연히 분열했습니다. 이 도시의 자치권을 빼앗으려 노리던 왕은 이 상황을 무척 반겼습니다.


 



2. 중세 아시아 어느 시골에서 마을 재판이 열렸습니다. 여러 죄목으로 고발당한 피고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죽도록 때린 뒤 즉시 추방해야 한다고 단정했습니다. 일부는 유죄의 심증은 있으나 마을에서 추방할 죄까지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부는 사실 관계가 확실해진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일부는 피고가 무죄라고 믿었습니다. 주민들이 두런두런 의견을 주고받는 중에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저놈을 당장 매질해서 쫓아내는 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또 외쳤습니다. “저놈을 쫓아내는 데 주저하는 자들은 옛날부터 저놈과 한패였던 놈들이다. 저놈과 한패인 나쁜 놈들도 마을에서 다 쫓아내야 한다.” 몇 사람은 자기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마을 광장은 졸지에 싸움판이 돼버렸습니다. 한심한 작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 일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 다른 사람들까지 죄인으로 몰았던 자들도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갔지만, 싸움은 밤새 계속됐습니다. 이 싸움으로 감정이 상한 사람들은 그 뒤로도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습니다. 오랫동안 농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 ‘나쁜 놈’으로 지목받자, 지주는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


 


몇 걸음 떨어져서 보거나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한심한 일이지만, 당장 당시에는 거기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사람은 언제나 있습니다. 역사에서 ‘희극적 비극’이 반복되는 건, 옛날에도 자기와 똑같이 어리석은 짓을 한 인간이 수없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전우용 글 펌 






IP : 202.7.xxx.7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9.10 11:37 AM (117.123.xxx.188)

    전우용......이 냥반.......
    날이 갈수록 말이 길어요

  • 2. 이젠
    '18.9.10 11:48 AM (175.193.xxx.150)

    믿고 거르는 전우용.

  • 3. 역시
    '18.9.10 1:18 PM (58.120.xxx.6)

    글도 재미있고 비유도 딱이네요.

  • 4. ..
    '18.9.10 1:43 PM (59.6.xxx.219) - 삭제된댓글

    참.. 너무 나가는 사람 싫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5443 숙명여대 참 아기자기한 학교더라고요 푸른 20:35:06 135
1805442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68층 계단 오르기하면 미친년 소리 들을.. 2 ... 20:30:57 255
1805441 들기름 즉석구이김 어디에 보관해요? 2 .. 20:27:07 78
1805440 고깃집에서 삼겹살 주문할때 뼈없는데로 달라고 해도 돼요? 5 ㅁㅁ 20:25:30 211
1805439 최화정 스텐팬 괜찮나요? 3 ... 20:21:56 358
1805438 빤빤스런 박성재 2 빤빤스런 박.. 20:20:46 264
1805437 하이닉스 고시 11 공대생 20:18:24 858
1805436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11 .. 20:12:56 1,736
1805435 유부남 된 지인들 1 오해인가 20:11:52 495
1805434 몸을 자꾸 치는 사람 6 ㅠㅠ 20:09:29 470
1805433 이번주 결혼식 하객룩 2 .. 20:09:12 368
1805432 금고 어떤거 쓰세요? 1 ㅎㅎ 20:09:03 123
1805431 근육 때문에 콜라겐 드시는 분 계신가요.  4 .. 20:08:28 266
1805430 깍두기가 짠데 어떡할까요? 3 .. 20:05:55 182
1805429 딸이 친정에 집사주는건 되고 22 ㅇㅇ 20:04:38 1,212
1805428 평생 마른분들은 2 먹어도 20:02:32 536
1805427 대학생 보증보험 가입할수 있나요? 7 급해요 19:56:33 176
1805426 랜틸콩이 맛있군요? 1 ... 19:56:09 438
1805425 교도관 "녹취록 틀어도 되나요?" 4 3분부터 19:51:45 799
1805424 ㅡ이렇게ㆍ쓰는ㆍ사람이ㆍ있어요ㅡ 7 글자를 19:49:09 474
1805423 얼굴인증이 계속 실패해요 4 ㅇㅇ 19:48:50 319
1805422 재미있다 하면 떠오르는 책 있으세요? 3 ㅇㅇ 19:45:22 472
1805421 예전에 집안 어르신이 외조부 문상에 가는것에 대해 뭐라고 말을 .. 5 ........ 19:43:48 467
1805420 신현송, 영국 국적 딸 한국인인 척 '불법 전입신고' 논란 11 ㅇㅇ 19:36:24 1,078
1805419 추락의 해부 보신 분 5 범인 19:28:46 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