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디 털어놓을 데 없는 미투

me too 조회수 : 1,248
작성일 : 2018-02-28 12:23:20
요즘 미투를 보면서 용기 내 주신 피해자 분들에 힘입어 저도 그냥 가리고, 덮고 지나가려던 일을 털어놓으려고요.
저는 굉장히 가부장 적인 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 말씀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어야 했죠. 게다가 큰 도시에 사는 큰집이었던 관계로 삼촌들도 같이 살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말씀 잘 듣는게 최고라는 교육을 받았던 저는 시키는 대로 하고 칭찬받는 성격의 아이였어요. 어른이니까 다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중에 아버지 포함한 남자가족들은 '짓궂은 장난'이라며 저와 제 여동생, 사촌들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곤 했어요. 유아기를 지나면서 저희 사촌들은 기겁을 하며 피해다녔는데, 저는 피하지 않았어요. 2차성징이 올 때 까지, 아니 그 후에도 아버지는 엉덩이를 만지시곤 했어요. 어렸을 때는 도망가는 사촌들을 보며 바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예뻐서 만진다는데 대체 왜 도망을 가나, 말 잘듣는다고 칭찬 받는데 왜 저러나...했었던 것 같아요. 
대학을 가고 성적인 관계가 뭔지를 알게되면서도 가족들은 내가 예뻐서 그런걸 꺼야. 성적인 의미 전혀 없을꺼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들 장난식으로 낄낄거리며 만졌기에 성희롱이라면 공개적으로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단지 조그만 여자아이가 크는게 예뻐서 만져보고 싶었던 건지. 만약 남자가족들 모두 암묵적이거나 잠재적으로 성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저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왜 저는 도망가지 않았을까요. 지금 생각 해 보면 분명 언젠가부터 불편함을 느꼈는데 왜 나를 만지는게 불편하다 말하지 않았을까요. 어머니가 네가 예뻐서, 크는게 신기해서 만져보는거라고 했을 때 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는 불편하니 좀 막아달라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이해가 안되는건 저희 부모님은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데 굉장히 신경쓰신 분이고 다른 방면에서는 방패막이 뿐 아니라 좋은 모범을 보이신 분들이라는 거에요. 그분들 보기에는 이게 별 일 아니었을까요.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보니 부모님이 이해가 되질 않아요. 정말 몰랐을까요. 아니면 모르는 척 했을까요. 삼촌들도 일가 친척들도 다 장난중 일부인 척. 왜그랬을까요.

그들의 의도가 뭐였건 간에, 제가 저 행동들을 수용할 수 없다면 성추행인거겠죠. 아무때나 저 기억이 떠오르고 그 때 아무것도 못하고 불편하지만 참았던 답답한 제 자신이 계속 생각나면 저는 뭘 해야 할까요.
IP : 74.64.xxx.2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2.28 12:47 PM (1.224.xxx.86)

    한번은 시부가 사내녀석을 안을때랑 딸아이를 안을때랑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데
    기분이 별로더군요...별 말은 안했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예전에 윤도현이 딸아이랑 과한?뽀뽀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적도 있었죠
    저는 윤도현이 의식적으로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본인은 정말 딸이 좋아서 다른 스킨쉽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정서적 만족감이나 쾌감, 이성간 스킨쉽의 미묘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본인은 그저 그저 순수하게 딸아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스킨쉽이라고 착각한거 같았어요

    제 생각에 원글님 부모님도 그런 거 같아요
    의도적이라기 보다 그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착각했던것
    아기에게 하는 스킨쉽에서 느끼는 그 정서적인 느낌과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아이들의 몸에서 느끼는 스킨쉽의 정서적 만족감 분명히 다른데
    본인들은 같은거라고 덮고 넘어간거죠
    혹시라도 내가 조심해야해 라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더 부정적인거라고 인식했을것도 같구요
    우리사회의 제대로된 성교육이나 인식이 부족했던거죠 요즘말로 젠더감수성이 무뎠던거

    한마디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고 엄연히 그 스킨쉽은 단순한 자식에 대한 스킨쉽과는 다른거였지만
    본인들은 제대로 인식하는걸 무의식중에 거부했던것 같아요

  • 2. ...
    '18.2.28 3:14 PM (211.227.xxx.2)

    어리니까 성적인 행동으로 인식하지 못한거겠죠.
    또 그들이 부모고 친적이니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상상할 수도 없었을테고.
    그들도, 또한 그게 나쁜 것이라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않았을거에요.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우리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중에 하나죠.
    죄라는 것이, 그걸 죄라고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두가 이제 성폭력, 성희롱이 얼마나
    잘못된 범죄인지 알게되었고,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아마 했을거라고 생각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1987 살빼시고 싶은분들 4 단기간에 07:39:28 323
1741986 90년대로 돌아가면 뭐 하고 싶어요? 3 90 07:33:04 243
1741985 꿰맨 실밥을 안뽑으면? 5 ㅁㅁ 07:29:48 322
1741984 지귀연 휴가 갔답니다. 5 ... 07:24:27 765
1741983 서양화과 나오면 취업은 어디로 하나요 5 순수미술 07:20:40 537
1741982 금 목걸이가 끊어지는 꿈 .. 07:13:53 170
1741981 미국 씨티그룹 보고서 한국 관세 협상 평가 9 o o 07:08:02 1,129
1741980 조국혁신당, 이해민, 관세협상 타결, 고생했습니다. 지금부터가 .. ../.. 07:06:44 280
1741979 노란 봉투법 설명 부탁드려요 3 .... 07:03:38 391
1741978 혹시 이디야 아메리카노 카페인높나요 3 땅하늘 06:56:04 483
1741977 아이 데리고 해수욕장 갈때 점심은 7 점심 06:43:46 670
1741976 계단 오르기 하다가 무릎 안좋아지신 분 있나요 10 ㅇㅇ 06:37:15 1,411
1741975 50대초 싱글 재산 150억 있으면 뭘하시겟어요? 19 그냥 06:30:39 2,353
1741974 얼마 전 마당 한켠에 고등어 냥이가 새끼들을 낳았는데요 1 냥이 06:27:11 529
1741973 보톡스 내성을 극복하신분은 정녕 없으신가요 ㅠ 1 숙이 06:11:15 945
1741972 셀프효도를 꿈꾸는데 남편 방법없을까요 14 셀프 05:43:03 2,247
1741971 올해 할로윈 커스튬은 케데헌이겠네요 2 .... 05:19:26 765
1741970 뒤로넘어져도 코가깨지는 시기에.. 05:16:34 651
1741969 매달 250만원을 이자로 받는다면 6 이자 05:15:57 3,702
1741968 당근라페에 아보카드오일 5 당근라떼 05:15:36 663
1741967 에어컨 29도 설정인데 그냥 풀로 돌아갑니다 8 ㅁㅁ 05:02:01 3,176
1741966 현미밥으로 많이 드시나요? 4 04:34:54 863
1741965 결국,, 시어머니프사 뒷얘기 41 결국 03:30:16 5,725
1741964 독일 사시는 분 계실까요? 상황이 꼬였어요 도움좀요 13 독일 02:45:23 3,185
1741963 신축2년된 아파트.전세가 안나가요 5 임대인 02:45:00 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