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이토록 은밀한, 그들의 ‘학종’/황수정 논설위원

이게펙트 조회수 : 840
작성일 : 2017-08-02 08:45:05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81&aid=0002842236

요약하자면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수월해질 것은 앞으로도 없다. 더 용의주도해지고, 더 은밀해질 것. 입시의 완전 대세로 굳어진 학종의 대처 요령만 삼엄해졌을 뿐이다. 교육부는 겨우 신발끈을 묶고 있는데, 사교육은 이렇게 100m를 주파하고 숨고르는 중이다.

컨설턴트는 10월까지 학생부 컨설팅 상담 예약이 꽉 찼다는 말을 중간에 슬쩍 흘렸다. 엄마들이 그의 전화번호가 얼마나 궁금해졌을지 짐작할 수 있다. 입시 컨설턴트가 별 게 아니다. 학생부를 개별 맞춤형으로 깨알 관리해 주는 ‘학생부 디자이너’다. 치명적으로 달콤한 사교육의 유혹을 견디기가 보통의 엄마들에게는 고역이다. 이게 현실이다.

내년도 서울 소재 대학의 수시 모집 인원 56% 정도가 학종으로 선발된다. 상위권 15개 대학은 그 비율이 61%나 된다. 이런 추세는 해마다 확대일로다.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의 폭이 커져 변별력을 잃으면 잃을수록 학종의 비중은 그만큼 더 커진다. 변별력 없는 수능 탓에 정시 폐지는 시간문제라는 예측이 거의 정설이다.

사교육 최소화와 학업 부담 줄이기가 학종의 근본 취지였다. 끔찍하게 걱정스럽다. 멀쩡한 명분을 둘렀을 뿐 학종은 속이 이미 곪은 눈속임 당의정이다. 어떤 조사에서도 학부모의 70~80%는 학생부 전형이 상류계층에 유리하다고 답한다. 어지간한 학부모라면 학생부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부모의 관심과 자본이 ‘투자’된 만큼 정확히 풍성해지는 것이 지금의 학생부다. 요지경 학생부의 생리를 알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공교육 정상화로 형식만 둔갑됐을 뿐 내용은 반칙과 불평등의 경계에서 야바위놀음이다. 주기적 상담으로 컨설팅 업체는 학생의 독서 목록과 분량까지 일일이 챙겨 준다. 희망 진로가 없으면 억지로라도 정해서 학기 초에는 반드시 가입하거나 자발적으로 조직해야 할 동아리 이름을 짚어 준다. 학생부의 주요 항목인 과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관리는 물론이다. 어느 과목 시간에 무슨 활동을 해서 담당 선생님이 어떻게 적도록 유도하라고도 일러 준다. 학생부에 의도했던 특정 표현이 빠지면 구체적인 묘사를 요청해 수정하라는 살뜰한 귀띔까지. 이러니 입시가 어떻게 개편되더라도 학종이 대세라면 컨설팅 시장은 이미 난공불락이다.

언제나 진심으로 궁금하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매끈하게 이가 딱딱 들어맞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그저 감탄만 하는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합격시키고 탈락시키는지. 이런 허점투성이 학종은 어째서 수술대에 오르지 않는지, 승승장구 눈먼 질주만 하는지.

학종의 존재 방식이 계속 이렇다면 상류층 학부모들은 계속 웃을 수 있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결과는 정의롭지 않으니, 강력한 특혜의 수단은 그들끼리 언제까지나 공유 가능하다. 지난달 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증언이다. 서울대 재학생의 70% 이상이 가구 소득 9분위 이상의 고소득층 자녀다. 학종이 본격화한 것이 2015년 입시부터였고, 일관되게 학종의 최전선에 섰던 곳이 서울대다. 간이 쫄깃하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본의는 아니었더라도 학종은 기득권을 차곡차곡 대물림해 주는 장치가 돼 있다. 손을 쓸 수 없는 사회 병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외고·자사고 없애자는 논의는 차라리 한가하다.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겠다는 국가교육회의는 학종의 부품과 엔진부터 뜯어 손봐야 한다. 학종 확대 정책을 고수하겠다면, 거꾸로 뒤집어 털어도 먼지가 안 날 만큼.
IP : 223.38.xxx.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죽하면
    '17.8.2 9:51 AM (61.74.xxx.240)

    학부모종합전형 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85449 동네맘관계가 멀어진 뒤, 오늘 모임이에요 2 .. 13:54:06 94
1785448 숭실대 붙었는데.. 축하받기가 좀 민망해요 9 ㅇㅇ 13:49:07 439
1785447 이과 남학생 성공회대 vs 수원대 2 ㅇㅇ 13:48:36 96
1785446 예금 해지하고 변경할까요? 말까요? 지금 13:48:33 108
1785445 미래에셋 지점 찾기 욕나옵니다 4 욕나옴 13:45:04 248
1785444 그랑블루 영화 ost 넘 좋네요! 2 오잉 13:43:45 90
1785443 이대통령한테 연하장 받은 민경욱ㅋ 3 설렜? 13:41:40 406
1785442 명주 솜 이불 아시는 분 1 모카 13:40:03 77
1785441 경유 비행기 이용시, 수화물 수취 및 재수속이라면... 궁금 13:36:08 74
1785440 우크라이나에 보낼 이불 추천바랍니다. 4 평화 13:33:37 358
1785439 집값이 오르면 임금도 올라야 하지 않나요 9 ㅁㄶㅈ 13:31:03 377
1785438 비싼 '로켓배송' 강요까지.. 2 아아 13:30:37 306
1785437 삼성전자 HBM4, 브로드컴 검증 통과…차세대 구글 AI반도체 .. ㅇㅇ 13:30:13 297
1785436 오늘 초등 아이 졸업식… 4 눈물만흐른다.. 13:25:45 409
1785435 쿠팡이 한국 농락하는 걸 보면 현대판 신미양요같네요 3 ㅇㅇ 13:20:15 449
1785434 대학생아이 전세구하면요 6 만약에 13:16:21 449
1785433 계약 기간 내에 월세 인상 문제 문의드려요 4 happ 13:14:38 235
1785432 구독 뭐 하시나요??? 공유해요~~ 20 ..... 13:10:54 1,003
1785431 인스타에 백만명이 넘는 일반인 팔로워 ㅇoo 13:09:47 373
1785430 서울 원룸 구해야 하는데 도와주세요. 4 .. 13:08:23 378
1785429 구스다운 어떤거 살까요? 1 베베 13:06:39 348
1785428 조계종 총무원장 연임 폐지와 직선제 도입 필요성 1 직선제 13:05:31 112
1785427 한동훈 "이호선 조작발표, 민주당 돕는 의도 의심 .... 3 아아 13:01:22 662
1785426 왜 그럴까요? 2 궁금 12:58:50 180
1785425 노동장관 "노동부 공무원들, 쿠팡 이직한 전 공무원과 .. 2 ㅇㅇ 12:58:39 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