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작년 수능

조회수 : 863
작성일 : 2016-11-17 10:23:59

저희 작은애가 97년생으로 작년에 수능을 봤어요.

자라오면서 특별히 애먹이지 않고 컸는데 사춘기라고 틱틱거리는 말투는 좀 하더라고요.

고3 되고 참 자주 울더라고요.

어떤때는 샤워를 너무 오래해서 욕실앞에서 귀 기울여 보면 흐느끼며 울고 눈이 빨개져서 나오곤 했어요.

그저 우는 어깨나 등을 슬그머니 쓰다듬는다든지, 아예 모른채 하든지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뭐라 할말이 없더라고요.

어찌 되어도 괜찮으니 걱정말아라.. 이게 해줄수 있는 말의 전부였던거 같아요.


수능날, 평소 먹던대로 도시락을 싸주고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출근을 했었어요.

일을 해도, 쉬어도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겠는걸 큰아이 2번의 수능으로 이미 알기에 말예요.

수능 시간표를 보고 또 보면서 기도 하고 기도하고...

시험장 앞이 혼잡할테니 근처 카페를 정해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서니 아이가 등을 보이고 앉아있더라구요.

마주앉아 얼굴을 보니....이미 너무 울어서 얼굴이 온통 빨간거예요.

한산한 카페였지만 몇몇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자리를 피해주더라고요.

카페 주인은 티슈 듬뿍과 따뜻한 물을 더 갖다 주면서 괜찮다고 눈짓하시고...ㅠㅠ

지금 생각해도 고맙더라고요.

평소보다 못보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발표수업이니 뭐니 하며 바쁘게 지내요.


출근길에 교통경찰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오늘이 수능이더라고요.

내자식 전부 수능 마쳤다고 이젠 잊고 사네요.

이런 저런거 다 잊고 살아도 세월호는 못잊겠어요. 잊어서도 안되고요.

온 가방에 노란 리본 달고 다니는 우리 딸을 보면 더 그래요.


오늘 수능수험생 두신 부모님들..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울어도, 웃어도 그 누구보다 아이가 제일 힘들테니까요.

오늘 하루 기도 많이 할게요.^^




IP : 211.227.xxx.7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1.17 10:51 AM (1.224.xxx.44)

    에휴 ...샤워하면서 울었다는 대목에서 짠하네요ㅠ
    그래요..당사자인 아이들만 하겠어요.
    다들 무탈하게 잘 치길 저도 기도 할게요.
    근데 따님이 세월호 아이들이랑 동갑이네요. 좀 더 남달랐겠어요.

  • 2. 아이 기다리며
    '16.11.17 11:11 AM (211.217.xxx.196)

    눈물이 찔끔 납니다

  • 3.
    '16.11.17 11:46 AM (211.227.xxx.76)

    세월호 아이들이랑 동갑이라 더 그런지 몰라도 주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힘들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하게 먼저간 아이들이나 곧 만나게 될줄 알고 기다리다 남겨진 아이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슬퍼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18810 오늘 수학능력시험에서 가장 많은 응시생이 정답을 맞힌 문제는 7 꺾은붓 2016/11/17 2,508
618809 진짜 잘먹는 분들 계세요? 10 - 2016/11/17 1,807
618808 ‘조선(朝鮮)’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논객 '복면가왕'.. 1 하루 2016/11/17 625
618807 경북대....김무성...오늘! 17 로맨틱 2016/11/17 3,789
618806 삼치가 이렇게나 비싼가용 7 ㅡㅡ 2016/11/17 1,680
618805 백만으로 대세가 바뀌었으니 ... 2016/11/17 447
618804 계약직 공중파 아나운서들은 계약 끝나면 뭐하나요? 2 .. 2016/11/17 1,675
618803 세월호아이들에게 보내는 3 #1111 2016/11/17 567
618802 이 와중에 죄송한데 커피 유통기한 2 ㅇㅇ 2016/11/17 485
618801 이사할때 사다리차가 좋나요? 4 .. 2016/11/17 875
618800 이 정도 되면 탄핵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2016/11/17 378
618799 근소세 20조 돌파한 뒤 불과 3년만에 30조 돌파 2 기막혀 2016/11/17 612
618798 특검법안 보실 분.보셔요~ 3 0 0 2016/11/17 448
618797 재단법인) 박싫엄모 박근혜를 싫어하는 엄마들의 모임 없나요 1 Tt 2016/11/17 559
618796 세월호 에어포켓에 유독성공기주입했대요 11 통탄 2016/11/17 3,799
618795 수능 가채점이 힘든데 논술 어찌해야 하나요 ㅠ 3 수능 가채점.. 2016/11/17 1,659
618794 청와대 정유라 친구 민원까지 해결 대단하다 2016/11/17 1,776
618793 도배하시는 분들 물 외에 어떻게 챙겨드리나요? 4 되배 2016/11/17 930
618792 불수능이네요. 31 예상 2016/11/17 7,237
618791 한민구 국방장관을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 서명 18 긴급 2016/11/17 1,194
618790 과메기 해외배송 가능한데 있을까요? 2 이 와중에 .. 2016/11/17 913
618789 탱자가 누구에요? 27 탱자 2016/11/17 2,864
618788 전화하면 항상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해서 통화하는 친구,,, 11 zz00 2016/11/17 4,351
618787 뉴스룸 여자 아나운서 의상협찬 어딘지 아세요? 10 뉴스룸 2016/11/17 7,636
618786 새누리 반대로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 중지 실패 8 슈가부 2016/11/17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