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린시절 아버지의 방치에 대한 미움이 자꾸 올라와요.

슬픈아이 조회수 : 1,612
작성일 : 2016-04-28 11:35:02
이제 50을 바라봅니다.

아버지는 곧 80이 되시고 엄마는 70이 조금 넘었습니다.
두 분은 임대아파트에 사시며 동생이 보내드리는 생활비로 지내십니다.

지금도 동생이 보내는 생활비가 며칠이라도 늦으면 직접 또는 어머니를 시켜 전화를 합니다. 
어려서 우리 등록금은 커녕 밥도 제 끼니에 먹여주지 않았으면서 며칠이라도 아파트 임대료 관리비
늦게 이체되면 큰일 난줄 아십니다.

제 기억의 아버지는 술마시고 화내고 일 안하고 외박하고 누군가를 때리고 우리도 때리고
고집 피우고 성격 불같고 입찬 소리 잘하고 여자 무시하고... 뻔뻔하고... 그렇습니다.

엄마는 돈 벌이 안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3남매 굶기지 않으려고
우리가 살던집 주인집 파출부에 학교 친구집 파출부, 식당일,
막노동까지 뭐든 했습니다.

그래도 굶기를 밥 먹듯이 했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설사를 하고 
밤이면 쌀집으로 뒷박 쌀을 사러
연탄 가게로 연탄 몇 장을 사러 심부름을 다녔습니다.
추운 겨울밤 장갑도 안낀 맨손을 눌렀던 새끼줄에 묶인 연탄의 무게는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저도 직장을 다니고 아버지도 잠깐 정신 차리고 일을 하면서
배를 곯는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남의 집 월세살이를 전전했습니다.

중간에 큰동생이 금융사고를 크게 쳐서 다시 어려움이 있었고
그 녀석은 10년이 넘도록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저는 19년의 결혼생활을 접고 별거를 지나 이혼한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부모님이 나름 좋은 분들이었지만 처음부터 시작된 시집살이의 스트레스도 있었고
뭣보다 무능하고 어린아이 같은 남편에게 의지가 되질 않았는다고 생각하면서 부터
남편을 무시하면서 불화는 커졌습니다.

이혼 후 그럭저럭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갱년기와 겹쳐서인지 우울감이 자주 찾아오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자꾸 솟구쳐 힘드네요.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식을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 흐믓한 것이 아니고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나옵니다.
엄마에 대한 애정 갈증은 없는데 아버지는 왜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제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할때도 딱 한마디
'네가 좀 더 잘하지...'였습니다.
나중에 저를 나무라더라도 그냥 그 순간만은 무조건 제 편을 들어줄 수는 없었을까 했어요.

최근에 제 안의 저를 들여다 봤어요.
제 안의 아이는 12살 초등생이예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동네 수퍼에서 파는 크리스마스 케익을 사오겠다고 약속한
아버지를 기다리는... 기다리다 지쳐 동네 친구집을 기웃거리던...그러다 추위와 배고픔
서러움에 지쳐 잠들던 아이...

지금도 아버지는 엄마와 다투면 이 집은 자기 집이니 엄마더러 나가라고 한답니다.
제가 임대 아파트 공고를 찾아서 장애인 엄마 혜택으로 들어간 집인데 말입니다.

비슷한 아버지를 뒀던 친구는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그립더라고 하는데
저는 도저히 그럴것 같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 미움 무시... 이런 감정들로 저는 주변의 남자들을 볼때
그 사람의 장점보다 찌질함을 먼저 보고 더 많이 봅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면을 발견하면 역시...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남편에게도 이런 감정들이 이입되어 남편으로 아이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시아버지도 가부장적이고 의처증까지 있던 분이라 만원 한장도 당신 손에서 직접 나가는 것이
당연했고 아들 며느리는 물론이고 할수만 있다면 딸까지도 끼고 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저는 남편이 아니고 시부모님의 아들과 20년을 살았습니다.
시아버지에게 굽히지 않으려 하면서도 결국엔 그 그늘 아래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남편이 점점 더 아이같이 느껴졌고 다른 문제들과 얽혀 남자로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장녀로 나름 독립적으로 자란 저에게는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요.
남편에게는 미움과 미안함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요즘 회사일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일주일에 4-5일씩 술을 마시다가 몸살이 왔고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 안의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다고... 그러려면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이해까지는 못하겠지만
더 키우지는 말아야 겠다고요.

솔직히 아버지를 이해는 못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다른 사람이 된것도 아니고 진행형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엄마때문에 아버지를 안보고 살수는 없고 그냥 여기서만 멈추고 싶습니다.

종교는 불교든 기독교든 그 말씀들이 와 닿질 않고
여행은 멀리는 아니어도 혼자도 다니고 친구들과도 다니고
주말마다 가까운 개천이라도 나갑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조언 부탁 드립니다.








IP : 125.7.xxx.1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사완
    '16.4.28 12:14 PM (14.63.xxx.146)

    과거는 엎지러진 물입니다.

    깨끗이 닦고 치우세요.

    그리고 돌아보지 마세요.

    지금 이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시고

    바로 그걸 하세요.

    현재를 제대로 살지 않으면

    미래도 지금처럼 후회만 하며 살게 됩니다.

    힘내세요.

  • 2. 그럴 때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16.4.28 12:15 PM (61.106.xxx.44) - 삭제된댓글

    안 보고 사시면 됩니다.
    다른거 다 소용없습니다.
    인연 끊고 안 보시면 안 듣고 살다보면 미움도 사라지고 원망도 사그라들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종교나 상담으로 마음을 다스려요?
    개뿔.
    그런 노력은 그냥 구정물통(아시죠?)에 쏟아부운 음식물 쓰레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과 다를바 없는 상태로 만들 뿐입니다.
    겉보기는 그저 흐린 물밖에 안 보이니 잠시동안은 이제는 괜찮은가 보다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갑자기 구정물통이 흔들리게 되면 바닥에 가라앉았던 오물들이 다시 솟구칩니다.
    마음에 쌓인 미움과 원망이라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내 마음이라는 구정물통이 아닌 밖으로 내다버려야만 사라지는 겁니다.

  • 3. 그럴 때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16.4.28 12:15 PM (61.106.xxx.44)

    안 보고 사시면 됩니다.
    다른거 다 소용없습니다.
    인연 끊은채 안 보고 안 듣고 살다보면 미움도 사라지고 원망도 사그라들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종교나 상담으로 마음을 다스려요?
    개뿔.
    그런 노력은 그냥 구정물통(아시죠?)에 쏟아부운 음식물 쓰레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과 다를바 없는 상태로 만들 뿐입니다.
    겉보기는 그저 흐린 물밖에 안 보이니 잠시동안은 이제는 괜찮은가 보다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갑자기 구정물통이 흔들리게 되면 바닥에 가라앉았던 오물들이 다시 솟구칩니다.
    마음에 쌓인 미움과 원망이라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내 마음이라는 구정물통이 아닌 밖으로 내다버려야만 사라지는 겁니다.

  • 4. 나를 위해서
    '16.4.28 12:34 PM (115.41.xxx.181)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019477&page=1&searchType=sear...

  • 5. 아이고
    '16.4.28 5:17 PM (220.76.xxx.44)

    61.106 님의글에 감동합니다 표현이 아주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런가족 안보고 다내려놓고
    포기하고산 세월이 긴대도 가끔씩 그구정물이 나를 괴롭혀요
    원글님은 우리형제들보다는 더나은삶을 살앗어요 여기에한번도 글써보진 않앗지만
    지난어릴때 삶을 생각하면 용캐도 살앗다싶고 왜죽지 살앗나 하는생각이 지금도 세월이지났는데도
    스멀스멀 올라오면 다시잊어버리려고 다른생각을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9315 민소매 원피스 지금 시기엔 좀 이를까요? 10 ..... 2016/05/19 2,644
559314 여자로 살아보니... 2 2016/05/19 1,451
559313 아이가 취미학원에서 유급되었는데 2 슬퍼 2016/05/19 1,016
559312 스페인 기타 배우고 싶은데요 2 기타 관심자.. 2016/05/19 962
559311 남편이 제가 쪽팔린대요 28 ㅇㅇ 2016/05/19 26,436
559310 고등 딸 첫 시험성적표를 받고... 6 우주 2016/05/19 3,229
559309 원두커피 핸드드립하는데 맛있어요. 5 커피좋아 2016/05/19 1,610
559308 아마존에서 지난번 산 물건을 두번째 구입할때 카드번호입력 안해도.. 1 직구초보 2016/05/19 693
559307 이사람과 만날까요 말까요? 20 중년의 소개.. 2016/05/19 3,315
559306 노안 오기전에 라섹했어요 18 다돌려놔 2016/05/19 4,483
559305 초등4 클라리넷 괜찮나요? 3 클라리 2016/05/19 1,305
559304 두뇌영양공급에 필요한 탄수화물로 믹스커피 설탕 괜찮겠죠? 6 저기요 2016/05/19 1,834
559303 여기 혹시 피아노 고수님들 계신가요? 6 피아노 2016/05/19 1,264
559302 매실고추장이요!! 샬를루 2016/05/19 754
559301 왜 여유있는 집 애들이 공부를 잘하는걸까요 14 ㅇㅇ 2016/05/19 5,816
559300 네이버,다음에 움직이는 음란광고 6 .. 2016/05/19 940
559299 오정연 아나운서 연기 잘하네요 5 모모 2016/05/19 3,930
559298 인터넷 전화 외국에 가져가서 쓸수 있나요? 8 마이마이 2016/05/19 941
559297 전세 재계약해서 살다가 빨리 이사갈 경우 2 전세 2016/05/19 1,169
559296 달라졌어요만 보면 복장터져죽을듯 !! 1 돌겠다 2016/05/19 1,881
559295 당선되고 노래 부르기 바뿌신 김경수 의원 13 김해 2016/05/19 1,906
559294 반복되는 집안일 나는 뭔가 싶고 5 40중반 2016/05/19 1,907
559293 땀이 많은데.. 회색바지 무릴까요? 9 땀땀 2016/05/19 6,394
559292 성북구 동물병원 추천 부탁드립니다 6 부탁드립니다.. 2016/05/19 1,268
559291 다같이 못생겨야 속이 시원한 82 28 ... 2016/05/19 4,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