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요일 점심으로 쇠고기 미역국

.... 조회수 : 1,748
작성일 : 2016-02-28 12:27:35
자취생이지만 집 밥 자주 해먹어요. 오늘 메뉴는 쇠고기 미역국에 김장김치. 엄마가 보내준 국거리 쇠고기로 국물 내고 거기 불린 미역 투하. 미역 좋아해서 냄비가 꽉차게 미역을 넣고 푹푹 끓이다 소금과 엄마 비법 맛소금 한 티스푼. 저희 집에선 간장을 안 넣어서, 혼자 끓일 때도 소금만 넣어요. 

일단 한 그릇 덜어내고 나머지에 물 좀 더 넣고 끓여놔요. 고양이가 냄새를 맡고 쇠고기 달라고 옵니다. 잘게 잘라서 몇 조각 주고 나머지는 내가 얌냠. 김장김치는 외숙모 김치를 엄마가 보내 준 건데, 김장인데도 생고추를 갈아넣은 것 같아요. 칼칼하고 달지 않은 맛있는 김치에요. 약간 시큼하게 맛이 들었는데 미역국과 같이 먹으면 개운하고 최고에요. 며칠 전에 어른 댁에 갔다가 사모님이 주신 고추 절임을 얻어왔는데 집에서 기른 고추를 절인 거라 그런지 너무나 맛있네요. 간장 남은 건 전을 찍어 먹으면 맛있어요. 설에 얻어온 전이 아주 조금 남았는데 팬에 바삭하게 다시 데워서 여기 찍어 먹어야 겠어요.

어릴 때 대가족 속에서 자랐었는데, 일요일 점심에는 국수나 라면 같은 걸 끓여서 푸르스름한 플라스틱 국수 그릇에 담고 모두 모여 같이 먹었어요. 아빠 박봉에 늘 7-8명이 같이 살아야 했으니 엄마는 참 고민이 많았을 거에요. 당시 엄마가 지금 제 나이 정도인데, 저는 혼자 끓여 먹는 것도 귀찮습니다. 어려서는 엄마 힘든 걸 잘 몰랐지요. 매 끼니 더운 밥에 늘 새로운 반찬 뭘 하나 궁리하시고. 돼지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왔고, 그나마 쇠고기 로스는 아주 가끔 먹는 음식이었지요. 이렇게 혼자 한우를 넣은 국을 끓여먹을 수 있게 되다니요.

다 먹은 미역국 그릇은 고양이가 반짝거리게 핥아놔요. 사람 음식이 그렇게 궁금할까. 

저녁 메뉴를 뭘로 할까, 나가서 사먹어볼까, 집에서 스파게티 소스 사 놓은 걸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일단 집을 마저 정리하고 운동을 한 뒤 결정해야겠어요.
IP : 118.32.xxx.11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예뻐요
    '16.2.28 12:37 PM (1.241.xxx.49)

    착하시다^^
    엄마가 걱정 하나도 안되실것같아요. 우리딸도 이래 살면 좋겠어요^^
    그런데 원글님 그릇을 고양이가 핥게 놔둬요?ㅠ 그건 좀...ㅜㅜ

  • 2. ,,,
    '16.2.28 12:37 PM (118.208.xxx.99)

    뭔가 평온하게 수필을 읽는 느낌이네요,, 글 참 잘 쓰세요,,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에요

  • 3. 알찬 젊은이
    '16.2.28 12:39 PM (118.219.xxx.147)

    행복하세요..항상..
    뭘해도 손끝 야물게 잘할거 같아요..

  • 4. ...
    '16.2.28 12:42 PM (211.202.xxx.3)

    젊어서 잘 챙겨먹어야 나이 들어 고생 안한다고 하던데

    지키기가 쉽지 않아요

    그나마 자식 남편 때문에 같이 먹는 거..

  • 5. 쭈글엄마
    '16.2.28 12:50 PM (223.62.xxx.239)

    이쁜아가씨네요 어머니까지 생각하시고

  • 6. ...
    '16.2.28 12:52 PM (118.32.xxx.113)

    아 저 나이 많은데;; 갑자기 아가씨 소리를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학부형 친구들도 많아요.
    하긴, 마음은 아직 스무살 대학 신입생입니다. 철이 없어요. 집을 떠나서 허전한 마음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는데.

  • 7. 쭈글엄마
    '16.2.28 12:54 PM (223.62.xxx.239)

    어머!자취하신다고하셔서---죄송해요

  • 8. ....
    '16.2.28 12:56 PM (118.32.xxx.113)

    에고, 저는 감사하다는 뜻이었어요. 이젠 마트 가도 아가씨 소리는 못 듣거든요^^

  • 9. 맞아요
    '16.2.28 2:44 PM (220.76.xxx.115)

    삼시세끼니 정말 힘들고 지겨워요 그래도 먹어야하니 어쩔수없이 해서먹네요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우리두부부가 날마다 점심을 무엇을 해먹을까가 각정입니다
    어제점심은 칼국수 오늘점심은 팥죽끓여먹고 또내일점심은 라면 그다음은 만두국
    그다음날은 빈대떡 사다먹고 먹는전쟁이 따로없어요 점심은 아무일안하면 안먹어야 하는데

  • 10. ...
    '16.2.28 4:30 PM (118.32.xxx.113)

    저희 부모님도 늘 세 끼 차려 드시기가 귀찮다고 하셔서
    최근에 소셜커머스에서 간식거리와 식사 대용으로 드실 것 이것 저것 보내드렸어요.

    혹시 귀찮으실 때 참고 되실까 해서,
    무첨가 두유,
    감동란(간간하고 부드럽게 삶은 계란),
    허니로스트피넛,
    클램차우더 통조림(엄마가 좋아하시는데, 짜면 물이나 우유 넣고 데워 드심),
    반건오징어,
    햇반

    이런 거 보내드렸어요.

  • 11. ...
    '16.2.29 2:15 AM (210.97.xxx.128) - 삭제된댓글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대가족 속에서 사랑받고 자란 분 같네요
    정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사시는걸 보니요

  • 12. ...
    '16.2.29 2:18 AM (210.97.xxx.128)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대가족 속에서 사랑받고 자란 분 같네요
    정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사시는걸 보니요
    저도 어릴때 잔칫상만한 커다랗고 길다란 상에서 대가족이 모여 아침상 먹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저희는 살만했는지 반찬이 갈치구이였던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3268 일본 여행 안전할까요 16 ㅇㅇ 2016/03/30 2,968
543267 투표 용지 인쇄 당겨져…다급해진 단일화 2 ... 2016/03/30 759
543266 중1 아이 입학하고 엄마인 제가 너무 불안한맘이 생겨요 12 그냥 2016/03/30 2,555
543265 새로 시집간 엄마가 찾아온 아들 찔렀다는 글 보고 생각나서.. 7 베스트글 읽.. 2016/03/30 3,838
543264 서울시향사태 누군가 뒤에서 조정한걸까요? 9 pd수첩 2016/03/30 2,823
543263 초5 딸 쫄바지 링크 좀 부탹드려요! 4 ... 2016/03/30 676
543262 이사짐센터 소개 부탁드려요. 2 이사 2016/03/30 1,013
543261 막걸리가 갑자기 폭발해서 반이 날아갔네요 8 오마이갓 2016/03/29 2,188
543260 이 시간에 맥주한잔 안주 한개 사오는 주부 6 .. 2016/03/29 3,663
543259 40중반인데 암보험 추천 좀 해주세요 7 고민 2016/03/29 1,616
543258 경주 맛집 4 궁금 2016/03/29 1,816
543257 어제 뉴스에 지방대 추가모집이 나오던데... 10 초록맘 2016/03/29 3,091
543256 책 사면서 영업사원한테 엄마의 알뜰한 가계부인가 그런 경제동화책.. 1 귀여워라 2016/03/29 962
543255 시아버님 돌아가신후 생신상은 어떻게 10 잘몰라요 2016/03/29 7,642
543254 한명숙 VS 오세훈 ㅎㅎㅎㅎ 4 ㅇㅇ 2016/03/29 1,408
543253 판교 현대 백화점 식품 매장 먹거리 추천 좀 해주세요 2 ㅇㅇ 2016/03/29 1,840
543252 사장되는 재능도 많을듯 10 2016/03/29 1,713
543251 안산 피부과 잘하는데 없나요? 2 오십대.. 2016/03/29 8,294
543250 여름방학 일본여행 10 누구나 그러.. 2016/03/29 1,769
543249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동시에 등재된 교수가 누군지 아시나요? 5 교수님 2016/03/29 1,868
543248 전문직들은 불안감 없을까요 6 ㄷㄷ 2016/03/29 4,300
543247 콘도 회원권 : 회원이 예약하고 다른 사람이 가도 되나요? 11 휴가 2016/03/29 2,264
543246 버니 샌더스가 알려주는 국민연금 3가지 거짓말 3 코크형제 2016/03/29 2,412
543245 아이들 언제부터 혼자 잤나요? 9 .... 2016/03/29 2,393
543244 지금 드라마 대박 보셨어요? 9 기가막혀 2016/03/29 6,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