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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럴 때는 어디까지 오지랍을 떨어도 될까요?

... 조회수 : 961
작성일 : 2015-08-07 12:08:09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정문앞에서 10년이상 오래 있다보니, 저희 고객이 아니어도 얼굴이 낯익은 주민들이 많지요.
어느날부터 어떤 아가씨가 저희 상가 주변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오랫동안 뭔가를 기다리듯, 관찰하듯 서있습니다.
처음에는 조사원 아르바이트나 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지났는데, 그러기를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 아가씨가 저희 가게에 들어와서 잠깐 있다 가도 되겠느냐고 하기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가보다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손님도 들락날락하니 그 아가씨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는데, 한 10여분 그러고 있다가 물 한잔 마시겠다고 하더니 물마시고 가더군요.
그런가 했는데, 그 다음날은 가게 문여는 시간 전부터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설마 우리 가게 문열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거니 했는데, 문열자마자 들어와서는 매우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을 구구하게 설명하기는 뭣하지만, 내용은 정신분열증에서 보이는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에 맞장구칠 수도 없었거니와,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더 들을 필요도 없고, 제 일에 방해가 되니, 나가달라고 했지만, 자꾸 저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며 나가지 않아서 결국 화를 내고 이러면 영업방해로 경찰을 부를 수 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나가더군요.
힐끗 쳐다보니, 옆 가게로 들어가서 사장님하고 또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보다 연배가 윗분이라 저처럼 정색하지 않고 계속 웃으면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걱정도 되고 이상하기도 하고 또 이런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스럽기도 해서 아파트 경비반장님을 찾아갔습니다. 경비반장님은 그 아가씨가 몇동 몇호 어느댁 아가씨인 줄도 알고 계시고, 최근에 근처를 계속 배회하고 있는 것도 알고 계시더군요.
다만, 입주민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으셨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는 금방 어떤 문제인지 아시더라구요.
말씀은 안하셨지만, 이런 정도의 물의는 여러차례 일으키긴 한 모양이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경비 반장님께서 당신이 신경써서 지켜보겠다고, 저더러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하기에 돌아왔습니다.
사실 저한테 무슨 해꼬지를 한것도, 사고를 친것도 아니라 크게 신경쓸만한 일은 아니지만, 왠지 자꾸 마음이 쓰였습니다.
돌아와 그 아가씨가 들어갔던 옆집 사장님께 여쭈어보았더니, 역시나 우리 가게에서와 똑같은 황당한 이야기로 계속 사장님을 괴롭혔더라구요. 결국 그 사장님도 경찰 이야기를 하고서야 나갔다고 하네요.

그 후에는 더이상 저희 가게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 상가 근처 여기저기에서 이 땡볕에 서있는 그 아가씨가 목격되곤 했어요. 경비반장님 말씀으로는 밤에도 배회한다고 하더라구요.

며칠 후 다시 그 아가씨가 저희 가게에서 또 한참을 앉았다 갔는데, 건너편 상가의 어떤 사장님이 뭘 사러 오셨다가 그 아가씨를 보셨나 봅니다. 그 아가씨가 나간 후에 다시 되돌아와서 저에게 묻더군요. 그 아가씨에 대해서...
저희 상가에만 배회하는게 아니라 온동네를 그렇게 배회하고 있나봐요.
온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사실 저는 모르는 척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아가씨 가늘가늘 힘도 없게 생겼고, 내성적이고 조용조용하고, 말 안하면, 참하게 얌전한 처자처럼 보이고, 게다가 딱히 사고치지도 않았고, 해꼬지하지도 않았고, 뭔 일이 있어도 제가 물리치지 못할 그런 상황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너무너무 걱정스럽습니다.
너무 많이 아픈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구조요청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에 계속 마음이 찜찜해요.
어머니랑 오빠가 같이 산다는데, 가족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건지...
어느날은 얼굴에 큰 상처가 나서 나타났는데, 묻지도 않았는데, 넘어져 생긴 상처라고 말하는데, 절대 넘어져서 상처생길 자리가 아니었거든요. 어디서 폭행을 당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더욱 이상한 건, 집이 코앞인데,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요.
상가와 경비실에 와서 씼겠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저희 상가와 그댁은 직선거리 50미터도 안되요.
집에 가서 씼으면 되는데 왜 밖에서 그럴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래야 기껏 경비반장님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걱정을 전하는 일밖에는 없지요.
그런데 지금 이 아가씨의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위험해보이지만, 정신병을 의심하는 건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말을 전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게다가 제가 잘 아는 손님이면 말해볼 용기를 내보겠지만, 사실 저는 얼굴만 아는 사람인데다가, 딱히 저한테 사고친 것도 아닌거라 말하기도 애매하구요.

저희 옆가게 사장님도 저와 비슷한 의견이라서 그 아가씨가 뭐라도 사고를 치면 그걸 빌미로 저랑 둘이 가족한테 말할 수 있겠다 했는데, 딱히 사고도 안치니, 이도저도 할 수도 없는 입장이구요.
저야 이 상태로 그냥 있으면 제일 속편하긴 한데, 자꾸 그 아가씨가 걱정이 되서 머리 뒷꼭지에서 뭐가 자꾸 잡아당기는 것 같아요.
사실 비 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도 그 아가씨 중증이예요. 진작에 치료했어야 하는......

저 오지랍떨고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는게 낫겠죠?
저의 이 상황을 무시하는 행동이 제발 그 아가씨의 구조신호를 모른척 한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요 며칠은 안보이니 마음이 편한게 아니라 더 걱정이 되요. 아후....
IP : 220.72.xxx.16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라
    '15.8.7 12:15 PM (118.221.xxx.214)

    아가씨일은 잘 모르겠지만 원글님 마음이 참 따뜻하신분이라 복 받으실꺼에요.

  • 2. ...
    '15.8.7 12:26 PM (116.39.xxx.29)

    근데 제 짐작으론 만약에 뭔 일이 있다면 그 원인이 집안(가족)에게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원래 건강했든 아팠든간에 그 아가씨에게 오래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학대한 결과 집에 들어가길 겁내는..그렇다면 가족에게 알리는 건 문제가 더 심해질 것 같은데요(사실을 부인하거나 은폐할 빌미 제공, 원글님에게 당신이 뭔데 하며 따짐, 아가씨를 더 다그침). 경찰 개입이 차라리 나은데 지금은 조사할 명분이 없네요. 본인이 폭행당했다고 신고하거나 다친 것 치료하러 병원가서 의사가 폭행사건으로 신고하면 모를까.
    심증은 가지만 뭐라 참..
    잘 달래고 구슬러서 가족들이 아가씨를 학대하진 않는지 알아보고 경찰 도움을 받게 하라고 말씀드리자니 이거야말로 제가 생업에 바쁜 원글님에게 오지랍이 되겠네요.

  • 3. ...
    '15.8.7 12:37 PM (220.72.xxx.168)

    위에 점셋님, 저나 다른 사장님들이 걱정하는게 딱 지적해주신 그 점이예요.
    문제가 집안에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그래서 가족에게 알리는 것도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더 높고 쓸데없는 일만 키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사실 그렇게 나설 명분도 없는 상황이고...

    경찰이나 다른 기관에 알리기에도 너무 아는게 없어서 나설 수도 없어요.
    그리고 그 아가씨 상태가 구슬러서 현재상태를 제대로 말할만한 상태가 아니어요.
    정말 허공에 뜬 이상한 말만 하거든요. 근데 그 말을 너무 조리있게 조곤조곤 잘해서 진짜같다는....ㅠㅠ

  • 4. 제 생각에는
    '15.8.7 12:49 PM (211.200.xxx.75)

    SBS의 궁금한이야기 Y? 에 제보를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 5. ..
    '15.8.7 12:55 PM (118.46.xxx.9)

    그 아가씨한테 82 소개시켜주고
    하고싶은 말 있으면 사이트에 글 올리라고 하세요

  • 6. ...
    '15.8.7 12:57 PM (116.39.xxx.29)

    일단 경찰이 개입돼야 정신감정이든 뭐든 받아서 알아낼 수 있을텐데요. 적절한 언어로 의사표현이나 소통이 힘든 아이나 장애인의 경우, 그림카드나 놀이활동 등으로 내면상태를 알아내기도 하거든요. 수사를 할 때 장애특성을 고려해서 방법을 강구하도록 법에도 있고.
    문제는 그런 조사과정도 가족의 동의가 필요할건데, 그 가족이 가해자일 수 있으니 참..저도 안타깝고 걱정되고 그렇네요ㅜㅜ
    저라면 어떡할까..생각중인데, 동네 경찰 지구대에 비공식적으로 문의 한번 해보시는건? 이런 아가씨가 있고 주위 사람 모두 비슷한 심증을 갖고 걱정돼서 와봤다. 요새 뉴스를 보면 가족들이 가해자인 경우도 많은 것 같고, 그게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맞고 다니는데 본인상태는 그렇고...등등.

  • 7. ...
    '15.8.7 1:14 PM (110.70.xxx.158)

    또다시 점셋님, 감사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할 수있는 마지막 방법이 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일 듯 싶네요.
    저 운동하는데 오시는 경찰관분께 넌지시 여쭤봐야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그 후에 또 생각해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8. ...
    '15.8.7 1:32 PM (116.39.xxx.29)

    아, 그리고 혹시요.
    사시는 지역에 여성장애인단체에도 함 알아보세요.
    여성장애인연합(연합 아니면 연대일거예요).
    오래전에 거기서 나온 분에게서 강의를 들었는데 그런 단체에서 장애인이 범죄를 당했을 때 수사과정에 같이 참관,개입해서 피해여성을 도와주는 일을 한대요.
    제가 들었던 사례는 주로 성폭행;;;사건이고 실제로 그 단체가 성범죄만 맡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분들이 장애인들과 경찰서로 법원으로 같이 다니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자들이니까 우리끼리 얘기하기 보단 훨 나을듯해요.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그 아가씨가 어떤 일을 어디까지 겪고 있을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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