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깡패 고양이와 마음

.... 조회수 : 1,227
작성일 : 2015-07-18 20:16:22
고양이는 기분이 가끔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기본적으로 숨기는 것 없고 솔직한 성격입니다.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더 달라고 야옹야옹 울면서 조릅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분명히 의사를 표시합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거실에서 혼자 잡니다. 그를 위해 거실에 놓을 크고 동그란 도넛 모양 쿠션을 사왔어요. 사실 대부분은 기분이 좋고 그럴 때는 몸의 최대 면적을 저와 밀착하고 침대에서 잡니다. 몇 시간이나 계속 골골 그루루루룩 합니다. 지금도 컴퓨터 위에서 불편하게 누워 자고 있습니다. 제 옆에 있어야 하니까요.

며칠 전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잘 자리잡고 일하고 있습니다. 수 년 만에 다들 만난 터에, 업무 분야도 아주 달라서 서로 직장 이야기도 시원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를 해도 주변인들의 귀에 들어갈까 하는 걱정이 없어서, 서로 직장과 인간관계의 열받는 사정을 격정 토로했네요. 

무슨 말을 하다가 제가 뉴욕은 너무 건물이 높고 사람도 많아서 피곤하다고 했더니, 친구 하나가 정색을 하며 너 뉴욕 언제 왔었냐는 겁니다. 그래서 언제 언제 갔었지, 했더니 아니 왔으면서 왜 연락을 안 했냐고 하네요. 저는 친구가 직장과 가정 일로 너무나 바쁜 것을 알아서(한 2년은 매일 새벽에 집에 들어갔다고), 일부러 연락을 안 했어요. 페이스북을 보고 있어서, 근교에 집을 산 것도 알고 아들 둘이 잘 크고 있는 것도 알았지만, 제가 가서 묵으면 친구가 신경쓰고 그러면 민폐가 될까봐서요. 그런데 친구는 제가 연락도 안 하고 안 들른 게 거의 믿어지지 않는 일 같았어요. 왔으면 당연히 연락할 줄 알았나봐요.

저는 사람들한테 거리를 두는 편이고 겉보기와 달리 매우 눈치를 살피고 내성적이라, 남의 집이 편하지 않고, 또 친구한테 민폐 될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였는데. 사실 이 친구는 저한테 스스럼없이 작은 일을 부탁하고 또 저는 잘 도와줍니다. 하지만 제가 부탁하는 입장이 되는 건 부담스러워서 어지간한 일은 혼자 해결하고 말아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가끔 직장에 보이는데, 저는 알아볼 수 있지요. 

또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갔는데 지금 만나니 매우 건강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었어요. 커리어도 시원하게 잘 끌어나가고 있었고,  또 그 친구의 직관에 새겨 들을 부분이 있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욕심이 매우 많았고 그래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 다시 만나보니 말을 무척 예쁘게 하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좋아할 만한 성격이네요. 

저는 기분이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에서 자란 편이라서 (가정과 직장이 공히 매우 보수적인 문화임) 가끔 제 진짜 감정이 무언지 잘 모르겠어요. 책임감이나 배려가 너무 우선하다보니 제 행복을 찾기가 어려워요. 항상 뭔가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차 있어요. 안 해도 그만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나봐요. 고양이와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하루였어요.
IP : 118.32.xxx.11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7.18 8:26 PM (59.6.xxx.224) - 삭제된댓글

    잘은 모르겠지만 참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분같아..^.^

  • 2. ...
    '15.7.18 9:23 PM (180.230.xxx.90)

    제가 좋아하는 깡패 고양이와 그 집사님~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 같다는 생각을 글 읽을 때 마다 합니다.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며 사셔도 될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짧고 아쉬운 게 인생입니다. 좀 더 즐거운 일을 많이 하시고 많이 누리고 사시길 바라요. 아마도 제 딸과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네요. 제 딸도 혼자 일하면서 예쁜 고양이와 멀리서 살거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80535 혹시 종이신문 보시는분 계세요? 종이신문 22:42:35 7
1780534 한의사 & 약사 & 수의사 1 ㆍㆍ 22:38:55 85
1780533 스타벅스 샌드위치 당일 판매? 도대체 22:36:05 114
1780532 현장체험 학습 목적지 변경해도 될까요 ^^ 22:34:33 49
1780531 이마트 양념소불고기와 트레이더스 양념소불고기 맛이 동일한가요 여쭤봅니다 22:34:26 60
1780530 쌀국수사장님 도와주고 바게뜨빵 받아왔어요. 5 ... 22:33:35 214
1780529 그 시절 가족오락관 ........ 22:29:55 103
1780528 sk텔레콤 사용자라면 운 테스트 해보세요 5 시도 22:28:40 270
1780527 법 왜곡죄는 반드시 통과되어야한다 3 22:27:48 84
1780526 타임지 표지인물로 케데헌 헌트릭스 ... 22:27:18 161
1780525 주재원 다녀온 친구 미국타령 6 .... 22:26:36 746
1780524 적당히 좀 하지 너무 지겹네요 3 ㅇㅇ 22:20:50 1,093
1780523 역대 최대 보상금 터졌다..비리제보 보상금 "18억 .. 3 그냥3333.. 22:16:17 941
1780522 노상원이 자기도 모르게 계엄준비 인정 6 진실을 이길.. 22:09:54 976
1780521 유치한 인간 어떻게 할까요? 2 음음 22:08:43 284
1780520 고등)급식검수 안가면 어떻게 되나요? 3 ㅇㅇㅇ 22:08:20 255
1780519 조진웅 배우건을 보면서...... 10 아정 22:07:31 970
1780518 4등급대 대학 맛보기 3 맛보기 22:07:18 730
1780517 10시 [ 정준희의 논] 쿠팡ㆍ넷플릭스 등 온라인 플랫폼이 .. 같이봅시다 .. 22:04:53 121
1780516 장영란은 기쎄고 똑똑하네요 14 .. 21:55:20 2,281
1780515 유시민, 평산책방TV에 등판 1 ㅁㅁ 21:48:53 713
1780514 저는 실손보험 하루 통원진료비가 10만원이네요 바꿔야겠어요. 14 ........ 21:46:48 1,251
1780513 성동구 구청장 일잘하네요 1 부럽다 21:45:45 538
1780512 혈압약 처음먹고 150 안떨어지는데 4 21:44:54 528
1780511 양털 깔창을 아시나요 3 오오 21:44:18 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