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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친구들은 여름에만 만나는 걸로 ㅎㅎㅎ

지니니 조회수 : 8,059
작성일 : 2015-01-14 11:29:26
며칠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어요. 어쩌다보니 친구들이 다들 엄청 부자에요. 고등학교 때 교실에서 공부하고 학교앞에서 떡볶이 사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대학교 가면서부터 격차가 확확 나더라구요. 대학 다닐 때는 밥 한끼 먹을 때 들어가는 돈도 아까워서 모임에 빠지고 그랬어요. 그러다 다들 결혼하고 애 낳고 외국도 갔다오느라 시간이 흘렀고, 연락이 끊어지진 않은 덕에 또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죠.
근데 정말 옷장을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뭐 걸칠 게 없더라구요. ㅎㅎㅎ 걸칠 것도 없고 들고 갈 것도 없고 신고 갈 것도 없는 이 신세 -.- 저 얼마전까지 외국에서 살다왔는데 그 나라에서는 코트 따위는 입을 일이 없었어요. 누가 봐줄 사람도 없고 말이죠. 무조건 패딩점퍼만 입고 다녔거든요. 한국에 와서보니 그나마 입던 패딩도 너~~~무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어서 안그래도 한달 전쯤, 큰 맘 먹고 코트 한 벌 사야겠다고 맘 먹었지요. 그러놔!!!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너무너무 비쌌고, 저는 아직도 옷값으로 10만원 이상 넘어가면 손이 벌벌 떨리기에, 결국 백화점 아울렛 순례를 마치고 아무 것도 사지 못한 채 겨울이 얼추 다 지나가게 된 거에요. (이제 강추위는 없다죠?? ㅋ) 
여튼 간만에 친구들이 모인다고 연락이 왔고, 흠, 정말 입을 옷이 없긴 했으나 다행히 그날은 너무 추워서 무조건 패딩을 입어야할 날씨였으므로 크게 고민 안하고 우리 남편도 맞을 법한 큼직한 패딩을 입고 나갔지요. (그 옷이 제일 따뜻했거든요.) 원래는 남들 뭐 입는지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닌데 제가 한창 코트를 사려고 보고 다닌 뒤라 그런지 애들 옷이 막 한눈에 읽히는 거에요. 어찌나 코트 털이 한올한올 살아있는지. 백화점 마네킹들이 부티나게 입고 있던 옷을 진짜 입으면 요래 되는구나 싶더군요. 전 언제부터인가 벗어날 수 없는 유혹, 에코백을 들고 갔는데 (이게 가벼워서 보통 중독이 아닌데다가 오는 길에 장도 봐야해서 진짜 아무 생각없이 들고 갔지 뭐에요) 얘들은 뭐 에르메스에 뭐에...(글자 써진 에르메스밖에 알아보지 못하는 내 비루한 눈.... ) 

즐겁게 잘 놀다 오긴 했어요. 다들 못생기고 뚱뚱했던 동지들인데 지금은 다들 용 됐어요.ㅎㅎ 같이 헛짓하던 시절 얘기하니 정말 고향에 온 것 같고 좋더라구요. 한편으로 앞으로 겨울에는 만나지 말아야겠다, ㅋㅋ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왔답니다. 여름옷은 뭐 괜찮은게 있냐하면, 고건 또 아니구요, 몸매가 괜찮으니 좀 벗으면 괜찮겠, 쿨럭...
그래도 나이드는게 참 많은 걸 둥글둥글하게 해주네요. 한 때는 내 가난이 읽힐까 노심초사 했었는데, 지금은 뭐, 야, 사는게 다 그렇지. 내가 원래 없이 살았잖니, 하하, 하고 넘어갈 여유도 생겼어요. 정말정말 없이 살면서, 그래도 자식교육 멋지게 시키겠다고 그 돈 많은 아이들 소굴에 저를 멋모르고 밀어넣었던 부모님 덕에 이래저래 생각이 넓어졌으니, 우리 부모님 자식교육은 과연 성공한 걸까요?? ㅋㅋ 
IP : 222.237.xxx.5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5.1.14 11:35 AM (223.62.xxx.54)

    님 부모님 성공 하셨습니다.
    교육이 별건가요 바른인성이 최고지요.
    언젠가 이 얘기도 추억이되어서 웃음지을날이 있을거에요.

  • 2. 여름도
    '15.1.14 11:36 AM (175.196.xxx.202)

    만만찮아요
    일단 얼굴 벌개서 땀흘리고 약속장소 가면 이것들은 땀 한방울 안 흘리고 나와앉아있고
    선글라스 샌들이 비싼데다 매니큐어 패디큐어 삐까번쩍...
    가난하고 재채기는 못 숨긴다지만
    부유함도 감춰지지 않는것 같아요

  • 3. ,,,
    '15.1.14 11:44 AM (175.113.xxx.99)

    진짜 여름도 만만치는 않죠....... 님부모님 딴건 모르겟지만 인성교육은 성공하신것 같은데요... 그렇게 다들 사는거죠... 동글동글... 질투.열폭에 쩌어 사는거 보다는 비교도 안될만큼 보기 좋아요...

  • 4. 원글
    '15.1.14 11:46 AM (222.237.xxx.54)

    인성은 성공까진 아니고, 초월의 미를 배웠달까요. 하긴 여름도 마찬가지겠네요. 선글은 십달러짜리 하나 있고 신발은 크록스 뿐인데 ㅎㅎ

  • 5. 마리
    '15.1.14 11:57 AM (14.53.xxx.231)

    원글님 그런데 글에 원글님 원만한 성격이 묻어나와요^^
    참 좋아보입니다.

  • 6. ㅎㅎ
    '15.1.14 12:09 PM (211.219.xxx.101)

    여름엔 몸매가 다하는데 저는 차라리 겨울이 나아요 ㅎㅎ
    사는게 다 그렇지요
    내가 가진거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보이더라구요
    나이 드니 좋은 면도 있더라구요

  • 7. 님좀짱
    '15.1.14 12:11 PM (61.253.xxx.65)

    전 님이 더 대단해보이네요^^
    저도 같은 경험있는데 전 한없이 작아졌거든요
    저도 요즘 패딩하나 사야는데 가격의 압박이ㅠㅠ

  • 8. 원글
    '15.1.14 12:22 PM (222.237.xxx.54)

    저도 어릴 땐 여러 생각이 많았구요 ㅎㅎ 없는거 탐하는 거보다 그냥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좋더라구요. 부자 친구가 나한테 용돈주는 것도 아닌데 뭘 쫄아, 이런 마음이랄까. 근데 저도 맵시나는 패딩하나는 사고 싶어요..친구가 입고 온거 눈에 확 들길래 보니 몽ㅋ 그거더라구요. 아 이 비싼 건 귀신같이 알아보는 내눈 어쩔 ㅋㅋㅋ

  • 9. ......
    '15.1.14 12:31 PM (1.219.xxx.57) - 삭제된댓글

    사람사는거 거기서거기예요

  • 10. ..
    '15.1.14 1:27 PM (118.37.xxx.138) - 삭제된댓글

    부를 뽐내려던 사람도 원글님 앞에선 기죽을꺼 같아요.
    원글님은 사랑스러운 여자~

  • 11.
    '15.1.14 1:57 PM (117.111.xxx.74)

    글너무잘쓰셨어요~~

  • 12. ㅎㅎㅎ
    '15.1.14 2:36 PM (211.221.xxx.227)

    저는 친구들 만날땐 그냥 깔끔하게만 하고 나가요, 비싼거 걸치고 가면 혹시라도 친구 속상할까봐요. 그러니깐 님도 친구들 배려해서 소박하게 입은걸로~^^

  • 13. dd
    '15.1.14 2:48 PM (211.199.xxx.129)

    .누구나 살면서 한번씩 느껴봤음직한..마음을 ..꾸밈없이 ..소탈하게 잘 표현하셔서 ..

    라디오에 사연 고대로 올리면 왠지 당첨 될거 같은 .스멜이 ^^

    원글님 말처럼..초월의 미 를 터득하신거면 완전 득도 하신거 같은데요..그러분이 제 주변에 한명 있으면

    참 좋을거 같네요 ^^ ..

  • 14. 원글
    '15.1.14 4:22 PM (222.237.xxx.54)

    ㅎㅎ 맞아요 집에 누런색 황금 반지에 정말 점처럼 찍힌 다이아도 하나 있어요. 다이아 있는데도 애들 기죽을까봐 안하고 나가는거죠 ㅋㅋㅋ 하긴 예전 결혼초에 하고 다니니 누가 웃으며 진짜 이런 걸 어디서 골랐냐고..
    (어디긴. 시골 역전 보화당, 울 시엄니 단골) 혹 라디오에 사연보내면 허리 잘룩 들어간 여성스런 패딩 상품권 받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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