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50년전 군대 동기를 찾았어요

.. 조회수 : 2,497
작성일 : 2014-10-24 22:29:34

아버지가 귀촌하신지 십년 가까이 되셨는데, 한달에 한번 정도 서울에 일이 있으면 저희 집(딸)에 오세요.

아버지와 남편과 저녁을 같이 먹다가

군대 얘기가 나왔어요. 추억 얘기를 하시는데 듣기 좋더라고요.

그 시절 일부러 전방을 가려고 애썼는데도, 후방에서도 아주 편한데 있었다며.

담당했던 일이 특수했던 일이라, 그때 기껏해야 두명 세명이 같은 막사에서 생활했다고.

그러니 지금처럼 왕따니 그런게 있었겠냐고. 그냥 가족같았다고.

나는 일병이고, 그는 상병이었는데 다림질을 못하는 내 바지까지 고참이 다려줬을 정도로

그렇게 계급관계 없이 친했다고. 순박하고 착했던 그 분이 보고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고향이 어디이고, 이름이 무엇인데, 꼭 한번 보고싶다고 말하는 표정이 좋아서

검색창에 그분 이름과 고향을 쳐봤는데

무슨 카페에 가입을 하느라고

이름과 전화번호 나이가 써 있더라고요.

나이가 차이가 나긴 했지만, 만으로 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혹시 찾는 그분이 아니어도 그정도 연배가 되신 어른들이니 이해를 해주시지 않을까 해서

아버지가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누구씨 맞느냐, 혹시 고향이 어디 아니냐 했더니

맞는데요. 하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그때부터 떨리더라고요.

목소리가 조금 올라가더니 그럼 혹시 미사일부대 있지 않았냐고 하니

맞다고 하니까. 대번에 본인 이름을 대면서 그런 사람 아느냐 물었고

그럼 알지요, 하는 소리에 울컥 하시면서 나 누구다, 너무 반갑다 하는데

옆에서 보던 저와 남편도 찡하고 감격하고 그랬어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면서, 아 반갑다 정말 반갑다 혼잣말을 큰소리로 하시고

그분도 주무실라고 누웠다가 생각지도 못한 반가움에 어떨떨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전해지더라고요.

아버지가 우리 딸 고맙다며 제게 악수를 건네시는데, 평소같으면 어색해서 피했을 일인데

손한번 꽉 잡아드렸어요.

그냥. 이 기분을 누구와라도 나누고 싶어서요 ^^

IP : 1.236.xxx.1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다가
    '14.10.24 10:35 PM (123.123.xxx.84)

    얘기를 들으니
    너무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 2.
    '14.10.24 10:39 PM (118.139.xxx.16)

    저도 코끝이 찡해지네요...
    이럴땐 인터넷의 발달이 고맙네요...

  • 3. 저도 뭉클
    '14.10.24 10:42 PM (115.93.xxx.59)

    그렇게 수십년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분을 찾아주셨네요.....
    제가 다 뭉클하네요

  • 4. ..
    '14.10.24 10:52 PM (59.23.xxx.203)

    글을 잘 쓰시네요. 두 분의 전화 통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고 훈훈해져요.

  • 5.
    '14.10.24 11:49 PM (211.219.xxx.151)

    저 가끔씩 요즘 옛날식 생활방식 주장하면서 통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면 누가 요즘 그렇게 농경시대처럼 사냐고 타박하는데, 실은 저도 가끔은 옛날 그 포용력, 그 순박하게 살아도 위험하지 않았던 그 환경이 문득문득 그립습니다.

    님 아버지도 아마 그 분과의 관계에서 그런 회상하셨을 듯.

    옷, 감격스럽네요, 남의 일인데도...

  • 6. baraemi
    '14.10.25 12:09 AM (223.62.xxx.8)

    그럼알지요 부분에서 울컥. 이 이야기엔 좋은분들만 등장하네요. 행복하세요.

  • 7. 사탕별
    '14.10.25 1:12 AM (124.51.xxx.140)

    짝짝짝~~~
    축하해 드리고 싶어요
    글 읽으면서 찡하면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정말 ..
    나중에 아버지가 그분 만나시면 글 올려주세요


    전 아버지가 어릴때 돌아가셔서 그런지 요즘 더욱 더 아버지 글 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나네요
    늙었나,,,, ㅜㅜ

  • 8. 감동
    '14.10.25 6:59 AM (118.220.xxx.31)

    감동적이에요 ㅠㅠ
    얼마나 좋으셨을까 생각하니 찡..

  • 9. qwerasdf
    '14.10.25 11:22 AM (203.226.xxx.108)

    문득 태극기휘날리며에서 형제가 재회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ㅜㅜ

    코끝이 찡...주말 아침부터 감동입니다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3291 "시신의 5% 돌려주고 장례 치르라니.." 2 원전의 참상.. 2014/11/07 1,706
433290 1200칼로리 섭취가 극도의 기아상태는 아니에요 5 dd 2014/11/07 1,649
433289 윤선생영어 스마트기기와 씨디 중 어떤것이 학습적으로 좋나요? 초등2학년 2014/11/07 547
433288 틱장애로 병원방문 시 기록에 남을까요 27 괜찮아 2014/11/07 3,602
433287 부모님 연말 선물로 히트텍 구매했어요^^ 1 쏘양ㅎ 2014/11/07 973
433286 동북고등학교 2 고등 2014/11/07 1,276
433285 유치원지원없으면 보통 얼마하나요? 8 ㄹㄹ 2014/11/07 1,837
433284 방금 일어난 일인데요 30 방금 2014/11/07 14,904
433283 자기 얘기만 하고 남 얘기는 안 듣고 중간에 자르고 다른 화제로.. 7 감사 2014/11/07 1,890
433282 노트북 좀 추천해주세요 7 유리 2014/11/07 1,103
433281 아이 키우기 원래 힘든가요? 11 에고 2014/11/07 1,367
433280 복직 후 , 짜증이 1000000배 늘어버린 21개월 아들 5 삐리리 2014/11/07 2,327
433279 책이 배달 되어왔습니다. 7 박씨난정기 2014/11/07 1,238
433278 소아정신과에 아이를 데려가야하는데.. 6 .. 2014/11/07 1,929
433277 보험하시는 분들께 여쭤봐요~~~ 3 온유하기 2014/11/07 513
433276 유두습진에대해서 아시는분ᆢ 6 2014/11/07 2,053
433275 11월 7일, 퇴근 전에 기사 몇 개 남기고 갑니다. 6 세우실 2014/11/07 1,678
433274 [속보]세월호특별법 참사 205일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 19 세월호 2014/11/07 1,574
433273 동네에서 만나는 사인데 얼굴 보자마자 옷 못입었다고 뭐라고하면 .. 28 동네 2014/11/07 5,666
433272 남편분들 퇴근해 오시면 수고했다고 말해주세요 1 에휴 2014/11/07 1,056
433271 수능보는 친구 딸에게 보낼 선물 뭐가 좋을까요? 5 ^^ 2014/11/07 1,326
433270 세월호 특별법 통과 2 땡땡기자 2014/11/07 396
433269 적게 먹어도 살이 안빠지면 섭식장애일까요? 20 다이어트 2014/11/07 2,946
433268 아이가 외고에 지원하고 싶다는 군요. 12 ... 2014/11/07 2,476
433267 저도 세례명 추천 부탁드릴께요 17 세례명 2014/11/07 2,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