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9월 29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878
작성일 : 2014-09-29 07:37:54

_:*:_:*:_:*:_:*:_:*:_:*:_:*:_:*:_:*:_:*:_:*:_:*:_:*:_:*:_:*:_:*:_:*:_:*:_:*:_:*:_:*:_:*:_:*:_

잘 못 꾼 꿈이 지워진 거예요 마음이 시끄럽네요 쮸릿, 쮸릿, 칫, 칫 물이 끓고 있나요?

머릿속을 지우개로 박박 지웠더니 보글보글 구름이 생겼어요 요리에 앞서 별표 3개라는 걸 잊지 마세요 너무 많이 문지르면 검게 비구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럼 한쪽으로 쓸어버려야 하죠 쓸려나간 구름은 어디선가는 필요로 하거든요 아픈 배 문지르던 엄마의 손길로 잘못 디딘 첫발을 지워봐요 뒷걸음질치며 구름이 송골송골 피어날 테니까요

일단은 지나가는 뜬구름 낚아채 통째로 집어넣어야만 해요 낚아챌 때는 빠른 감각, 두꺼비 혀의 본능이 중요해요 토끼 기린 강아지 오빠 엄마 물고기 할머니 얼굴로 수시로 변하거든요 강아지가 싫으면 절대로 피해야 하니까요 오빠와 엄마를 요리하고 싶으면 적절할 때 낚아서 납득시킬만한 꺼리가 필요해요 잘못하면 당신이 설득 당할 테니까요 할머니에겐 안개구름 한 소반 선물해 봐요 그럼 그 속에 감춰진 추억을 하나하나 따내며 끄덕끄덕 하시겠죠 그리고는 겹겹이 포개진 뭉게구름 동강동강 썰어야 해요 구름의 남쪽, 비늘구름 잡아 당겨 살점만 떠 넣고요 다시 제 위치에 걸어놓아야 해요 요리는 늘어놓고 하면 곤란해요 제 살점을 잃은 구름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른 형상으로 변해 떠나가버려요하악, 그새 악어가 입 딱 벌리고 급 하강하는 줄 알았어요! 간이 철렁했죠 긴 꼬리를 끌며 지나간 뒤에 간을 보니 싱거워요 소금을 좀 더 넣어야겠네요

요리를 하다 보면 알게 되죠 구름을 절대 새총으로 쏘아 잡으면 안 돼요 조리법에 어긋나는 일이죠 빗맞기라도 하면 냄비에 구멍이 나요 조루처럼 빵빵 뚫린 구멍으로 빗줄기가 쏟아질테니까요 조리법에 의하면 그 총탄자국은 밤에만 보인다지요 그것은 인간들이 쏘아댄 빗나간 꿈이에요, 별들의 실체라고도 해요요리가 다 됐나요? 새털구름이 하늘 가득 웃자라 피었어요 여러 빛깔로 아롱진 꽃구름이 피었어요 배추흰나비가 노루귀 꽃잎에 앉았어요 지나가던 바람 배추흰나비 날개깃에 머무네요

요리는 다 되었나요, 꽃구름?


                 - 심명수,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 -

* 부산일보 2010년 신춘문예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9월 29일 경향그림마당
※ 김용민 화백 해외출장으로 ‘그림마당’은 당분간 쉽니다

2014년 9월 29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9월 29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7261.html


 

 

다시 보고 또 봐도 그저 불쌍하고 또한 안쓰러울 뿐이다.

 

 


 
―――――――――――――――――――――――――――――――――――――――――――――――――――――――――――――――――――――――――――――――――――――

”거짓이 난무할 때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혁명이다.”

              - 조지 오웰 -

―――――――――――――――――――――――――――――――――――――――――――――――――――――――――――――――――――――――――――――――――――――

IP : 202.76.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님!
    '14.9.29 9:43 AM (59.14.xxx.9)

    반가워요!
    바쁜 일은 한 숨 돌리셨나요?
    매일 아침마다 올려주신 시와 만평 편하게 잘 봐 왔는데~~
    안 오시는 동안 새삼 그 수고스러움이 고맙고 미안했네요.

  • 2. 세우실
    '14.9.29 10:42 AM (202.76.xxx.5)

    옙! 사람 미치도록 혹사시키던 프로젝트도 끝났고, 당직 근무도 끝났고, 여름 휴가도 끝났고, 새 팀으로 오면서 인수인계 문제도 끝났고... ^^;;; 한꺼번에 몰려왔던 바빴던 일들이 다 잘 끝났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7526 이 3가지 중 제일 따뜻한 이불솜 좀 골라주세요 7 , 2014/10/15 2,600
427525 지금은 ㅇㅇ 2014/10/15 379
427524 편안하더이다.네덕내탓.. 2 네덕내탓 2014/10/15 886
427523 얼굴에 쎄타필 로션 발라도 될까요??? 16 화장품 2014/10/15 12,589
427522 러버덕 그리고 카페베네 다음시간 2014/10/15 942
427521 중1 통계문제 1문제 모르겠어요. 5 부탁드려요... 2014/10/15 617
427520 차 바꾸기 대장 남편 어쩔까요 10 ㄱㄷㄱㄷ 2014/10/15 3,112
427519 씽크대안 식기건조기 질문요 1 닉넴 고갈 2014/10/15 1,362
427518 종로에춘원당한의원 10 fsfsdf.. 2014/10/15 2,608
427517 공원에서 아이가 토끼한테 물렸는데 괜찮을까요? 2 찝찝 2014/10/15 1,004
427516 락*락 밥 보관용기 써보신 분들께 문의 드려요 3 ... 2014/10/15 952
427515 구스이불쓰시는분들 알려주세요 4 ,,, 2014/10/15 1,616
427514 우체국 착불택배비 보낸사람에게 부과가능할까요 2 방법이 있을.. 2014/10/15 1,354
427513 코스피 금리인하에도 낙폭확대, 원화약세에 외인 매도 2 에휴 2014/10/15 1,013
427512 초기감기에 병원가세요? 3 ㅁㅁ 2014/10/15 844
427511 양도소득세 잘아시는분 도움 부탁드려요 1 양도소득세 2014/10/15 638
427510 숙소? 4 과천 여행 2014/10/15 524
427509 발걸음 가벼운 공주님 9 나이뽀~ 2014/10/15 1,446
427508 신생아신발 어떤걸사야할까요? 1 가나다라 2014/10/15 784
427507 남자친구가 소아당뇨래요.. 12 ABCDEF.. 2014/10/15 5,459
427506 부모님 모시고 제주 대명리조트 2박3일 일정으로 갈건데 어디 코.. 2 ,,, 2014/10/15 1,440
427505 꽃게 튀기면 정말 껍질채 먹는게 가능한가요? 9 ;;;;;;.. 2014/10/15 4,885
427504 남편의 장점.단점,심각한가요 22 삶이란 2014/10/15 3,632
427503 서태지 크리스말로윈 노래 가사 보셨어요? 44 ... 2014/10/15 4,761
427502 셀프로 몰딩만 페인트칠할까 하는데... 문짝이나 싱크대가 월넛이.. 1 SJSJS 2014/10/15 1,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