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의 사춘기

갱스브르 조회수 : 1,583
작성일 : 2014-09-10 18:08:41

사춘기는 한번 앓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성장의 내성이 혹독할수록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해서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내면의 "손님"이 낯설어

변덕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자학이겠지 했다

아마 나이값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다

어른이란 그렇게 참고 또 참고 일관된 의식을 가져야 폼도 나고 성숙해지는 거란 자기 믿음에 갇히는 거다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가 아니구나..하는 때가 온다

나이 먹어도 늙어 꼬부라져도 맛있는 건 맛있다

여자 냄새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고 젊음을 의식하는 순간 또 안다

늙었다는 것을...

저마다의 나이테가 다르다 보니 한줄 한줄 채우고 그 칸을 바꿀 때마다 맘의 요란한 부침을 겪는다

변덕과 집착이 고마움과 사랑이 어울리지 않는 조화를 부리며 정신을 어지럽게 한다

그렇게 이쁘고 욕심나던 옷이 어느 날 너무나 후지고 신경질이 난다

옷이 무슨 죄...

새옷을 입어도 몸에 돈을 갖다뿌려도 맘이 초췌하니 위로가 안 된다

그런 자기 위안을 빌미로 쓸어담은 온갖 빛나는 물질들은 오래지 않아 너덜너덜해지거나

방구석 서랍 끄트머리에서 굴러다니기 일쑤다

연휴가 지루하기도 했지만 막상 오늘이 끝이라 생각하니 별 특별한 일을 계획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일상의 팍팍한 바람이 부는 것만 같은 답답함이 온다

나이의 어느 고비를 넘고 있는가 보다

두서도 이유도 불분명한 화가 치밀고 그런 자신의 권태에 자조한다

생리전후 증후근이라는 이유도 밑천이 다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맘에 여유가 없으니 명상을 해보라는 것도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됐다

알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무기력증이다

또렷하게 의식을 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우르르...

일가친척들이 빠져나간 주방엔 설거지가 쌓여있고

마루며 방이며 남의 머리카락과 먼지가 굴러다닌다

씩씩거리며 걸레질하고 지겹다고 혼잣말 하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뭉게구름이 듬성듬성...

하늘은 너무나 다정하고 가볍다

미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고 후회도 하고 발광도 하는 걸 자책하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든다

늘상 그런 것은 아니니까

보고 싶었던 가족들이 돌아갔다고 홀가분해하는 건 그들이 미워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조렇게 이쁜 구름이 먹구름이 돼 하늘도 가끔 우르르 꽝꽝 성질내니 말이다

바람 한결에도 울고 웃는 사람의 마음을 가진 이상

울긋불긋한 사춘기는 어느 때고 또 찾아올 것이다

사춘기라는 이름을 풀어놔야 겠다

IP : 115.161.xxx.20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도
    '14.9.10 6:09 PM (115.21.xxx.39)

    잘 쓰네...

  • 2. 명문이로세...
    '14.9.10 7:17 PM (110.14.xxx.144)

    '늙었다느것을...'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1236 카카오 주식 다 팔고나니 허무해요 2 .. 11:58:43 189
1771235 이런것까지 의약분업하는건 진짜 아니죠. 2 no이해 11:56:44 108
1771234 이런 경우 누가 더 잘못이 큰가요? 4 ..... 11:56:26 81
1771233 국회의원 이준석 쓰레기통보다 심한 의원실 집무책상 4 세상에 11:54:49 224
1771232 공부 못하던 놈이 운이 좋아서 4 기억 11:53:16 354
1771231 "나라 망신 레전드 찍었다" 대한 적십자회장.. 아.. 11:50:59 367
1771230 주식 엇박자.. 4 ㅇㅇ 11:49:55 402
1771229 남편이 재워줘야 잤던 나 5 갱년기 11:49:27 368
1771228 어제 처음으로 etf 사봤는데 3 .. 11:48:56 409
1771227 강화도에 3 ... 11:47:48 168
1771226 남편의 기도... 3 ........ 11:47:30 332
1771225 09년생어머니, 혹은 고교학점제 잘아시는분이요.. 1 큰일난건가요.. 11:47:17 70
1771224 조선 ETF 사려고 하는데요. 1 dd 11:46:24 256
1771223 아버지 친구분이 예전에 판사했었던분인데... 3 ........ 11:44:20 505
1771222 국민연금, 국내 주식 매수 한도 꽉 찼다. (기사) 4 .... 11:40:42 481
1771221 HLB 와우 나락가네요 2 ..... 11:39:30 654
1771220 잼프 ,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한 검사들 기소되서 수사 받고 있나.. 3 .. 11:38:40 261
1771219 노브랜드 올리브유 별로인가요? 2 ㅇㅇ 11:37:19 118
1771218 역대급 국토부장관.. 7 어안이 벙벙.. 11:34:59 846
1771217 mmf ~~~ 11:34:50 133
1771216 수능 최저가 목표인 예비고3...아이와 함께봅니다 5 .. 11:31:52 281
1771215 이병철, 왜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남편을 싫어하게 될까 8 인간관계 11:30:36 950
1771214 한강에 뜬 중국인들 칼각…군복 행진에 "선 넘었다&qu.. 11 .. 11:29:30 620
1771213 일하면서 가끔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이 드는데 3 ㅇㅇ 11:26:49 369
1771212 현대카드 즉당 3 11:23:36 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