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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스런 것 중에...

갱스브르 조회수 : 2,161
작성일 : 2014-07-16 18:43:54

우울함을 껴안아주는 영화를 만나고 싶을 땐 일본영화를 본다

누가 지어낸는진 모르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

너무나 많은 의미와 상징이 함축된 적절한 괴리감이다

두세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일본 가전제품이며 일제면 다 최고라 치던 그 시절

친구들이 보여준 잡지 속 일본 여자들의 뽀얀 얼굴과 특유의 분위기에 끌려

이름도 모르는 어느 여자 모델의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녔다

'요술공주 밍키"와 "캔디"의 나라 일본을 무척 동경했다

이야기는 다채롭고 무궁무진했으며 아시아권이라는 공통 분모 외에 뭐 하나 공존하기엔 불가능해보이는 나라

DNA에 박힌 과거에 대한 상처는 별개로 다다미방과 오밀조밀한 그림자가 내려앉은 집

지나치게 깔끔하고 조곤조곤한 사람들

내 일본 여행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른 아침 까마귀 우는 소리가 알람처럼 들리기까지 적응이 쉽진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퇴폐와 고상한 기개가 속을 알 수 없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 신비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참을 일본 영화에 빠져 그 지루하고 담백한 대사를 맘속에 담아두고 곱씹기도 했다

연보라색 니트에 꽃무늬 치마를 입고 손님을 맞았던 할머니

일흔을 훌쩍 넘긴 그 연세에 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야사시하게 웃으셨다

20여 년 전이니 아무리 장수국가라 해도 지금은...

가면인지 화장인지 모를 얼굴과 청초하다 못해 청승맞은 차림의 여자들

올망졸망한 남자들의 걸음걸이

듣도 보도 못한 갖가지 탈취제들...

냄새에 유독 민감한 여기 사람들의 에티켓은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배려한다

습기와 바람과 비가 그리고 언제 덮칠지 모를 지진에 순응하는 사람들

처음 지축이 흔들렸을 때 정신이 혼미해진 나와는 달리 기둥을 붙잡고 연신 대화를 이어가는 그 초연함과 침착함

엎어진 물잔 바꿔주고 쓰러진 탁자 바로 세우고 영업은 계속됐다

카드 결제를 하고나서야 내가 살아있구나 실감했다

여름 햇빛이 강할수록 맘이 축축해지는 때가 있다

언제나 한 톤 다운된 일본 영화의 영상을 보노라면 그 심심함에 빠져 숨이 죽는다

잘 절여진 배추처럼...

절제와 오버가 하나라는 걸 알게된다

극우 극단이 활개를 치는 이유도 말이다

불안이다

치매걸린 정치인들의 망발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베의 정신없는 소리와 어느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편지

우린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에게 일본은 여전히 궁금하고 보고 싶은 곳이다

신주쿠의 화려한 불빛보다

잿빛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다

IP : 115.161.xxx.10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6 7:22 PM (121.183.xxx.216)

    글을 잘쓰시네요

    집중해 읽을만큼..

  • 2. 일본 싫어요...
    '14.7.16 7:58 PM (182.227.xxx.225)

    위정자들은 너무나 뻔뻔하고...
    국민들은 너무나 비겁하고...

  • 3. 카모메 식당
    '14.7.16 8:25 PM (220.89.xxx.148)

    아루이떼.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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