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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떤 소리, 어떤 내음, 어떤 광경을 사랑하세요?

감각 조회수 : 3,785
작성일 : 2014-06-28 14:21:38

이상하게 야심한 밤, 혹은 새벽
텅빈 도로에 오토바이가 부왕~하며 크게 들렸다 멀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지면
왠지 좋으면서 아련한 기분이 들어요.
오천련 빙의인가...(천장지구 ㅋㅋ)

비내리는 밤 잠결에 창밖에 부딪히는 빗소리,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 잠을 설치면서도 희안하게 포근하고 잠을 푹 자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태풍이 오기전이나 비 오기전 바람이 세차게 불 때
숲속 나무의 나뭇잎이 일제히 흔들려 쏴~ 파도소리를 낼 때 그 모습과 소리가 너무 좋아 하염없이 바라봐요.

비 오고 난 후의 풀냄새가 정말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요리되어 질 때의 내음이 정말 좋아요.
특히 엄마가 해주는 어릴 때 부터 먹었던 요리들의 내음.

쌀쌀하거나 추운날인데 따사롭게 햇빛이 쏟아지는 날 강물이 햇빛에 반짝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석양이 질 때, 개와 늑대의 시간에 ㅎㅎ
하늘이 보랏빛, 분홍빛, 붉은빛의 각양각색을 내다가 컴컴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좋으면서도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날 것 같고 가슴이 시려요.

그냥요.
각박하게 여유없이 일하고 아이보고 그냥 내인생을 막 내달리다가
문득 느껴지고 보여지는 이런 모습들에 갑자기 정지가 되면서 감동을 느끼실 때 없으신가 해서요.
저는 유독 자연경관과 환경에 감동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도시살이가 별로 좋지는 않네요.ㅎㅎ
리스트의 피아노 곡 중 Le mal du pays라는 곡이 있는데
'전원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이라는 뜻이에요.
전원풍경은 때로는 슬프기도 때로는 감동스럽기도 한 것 같아요.

82님들 어떤 내음, 어떤 소리, 어떤 광경에 의미를 두고 뜻깊게 생각하시는지..
제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궁금해요~^^

IP : 125.177.xxx.38
6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6.28 2:22 PM (125.177.xxx.38)

    아까 올렸다가 수정한다고 한게 지워졌네요.
    이럴때 제일 허탈..ㅎㅎ 다시 올려요~^^

  • 2. 비, 바람
    '14.6.28 2:25 PM (203.142.xxx.231)

    비내리는 밤 잠결에 창밖에 부딪히는 빗소리,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 잠을 설치면서도 희안하게 포근하고 잠을 푹 자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비 오고 난 후의 풀냄새가 정말 좋아요




    추운 눈 온 다음날, 거실 창 바깥에 하얀 풍경이 좋구요.

  • 3. 쭈니
    '14.6.28 2:27 PM (211.58.xxx.67)

    전 낙엽 태우는 냄새 너무
    좋아해요
    아침에 환경미화분들이
    낙엽쓸고있으면
    그 태우는냄새 맡으려고
    가던길 멈추고 기다려요

  • 4. 빨간사탕
    '14.6.28 2:28 PM (119.198.xxx.217)

    님 표현이 정말 좋으신듯
    상상되네요. 저도 다 좋아하는 것들 ~

  • 5. 아참
    '14.6.28 2:29 PM (125.177.xxx.38)

    빼먹은게 있어요.
    어릴때요.
    이상하게 트럭 뒤꽁무니에서 나오는 매캐한 매연냄새가 너무 좋은거에요.
    과일트럭, 고등어트럭, 야채트럭 졸졸졸 쫓아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당최...왜 그랬는지~~~ㅋㅋㅋㅋ

  • 6. @@
    '14.6.28 2:29 PM (124.49.xxx.19) - 삭제된댓글

    아주 오래된 사찰가면 마음이 푸근해여, 새로 지은 세련된 사찰말구요,
    거기서 들려오는 스님의 불경소리랑 은은한 향내음이 너무 좋아요.

  • 7. 커피..
    '14.6.28 2:30 PM (101.117.xxx.133)

    아침이면 어딜가든 사방에서 풍기는 커피향(외국입니당)
    정신이 번쩍난다는 ^^
    글고 와인 나름 디켄딩한다고 와인잔에
    방치해놓고 한참있다 맡으면
    향긋~~황홀하네요

  • 8. 비오기 직전
    '14.6.28 2:31 PM (218.144.xxx.205)

    비 냄새가 너무 좋아요..

  • 9. 비오기 직전
    '14.6.28 2:32 PM (125.177.xxx.38)

    그 훈훈해지다 못해 텁텁? 더워지는 공기조차 사랑합니다.
    근데 반전은 비 오는날 돌아다니는건 싫어졌어요.ㅋㅋ
    집에 가만히 앉아 창밖의 모습과 소리를 듣는게 좋네요.^^

  • 10. 지나다가
    '14.6.28 2:34 PM (121.88.xxx.209)

    원글님요,


    님의 짧은 글, 한 편의 '동시'라구나 할까요.... . 광겁의 빛의 편린이, 가슴 한 켠 휙 지나가는 꿈을 꾼 듯요... . 만나고자 하지 않아도, 간혹 무쟈게 편안한 시간들이, 밤하늘 유성처럼 아주 짧게 꿈으로 스치기도 하쵸... .일진광풍살짜기ㅠㅠ.

  • 11. wee
    '14.6.28 2:35 PM (112.155.xxx.178)

    비 그치고 맑은 날 아침이 참 좋아요
    투명해보이는 거리하고 물기 머금은 나뭇잎에 햇빛이
    내려앉는 풍경도 좋아해요
    글고 작은 동네빵집의 빵굽는 냄새 좋아하구요

  • 12. ...
    '14.6.28 2:38 PM (211.245.xxx.11)

    여름철 풀베고 나면 나는 풋풋한 풀냄새 좋아해요.
    어릴적 소꼴베러 다니던 기억이 나요.

  • 13. ......
    '14.6.28 2:39 PM (211.244.xxx.99)

    소나기오기직전 흙냄새
    바싹마른 천연섬유의 햇빛냄새
    목욕시켜 옷갈아입힌 아기 냄새
    봄꽃 천리향 만리향 라일락
    시골부엌 가마솥에 밥냄새


    저는 냄새만...ㅎㅎ

  • 14.
    '14.6.28 2:45 PM (124.111.xxx.170)

    1. 어둑해질 무렵 골목 어귀에서 풍기는 밥짓는 냄새

    2. 가을에서 겨울로 바뀔 무렵 언뜻 느껴지는 청량한 겨울 냄새

    3. 밤새 태운 모기향 냄새가 배인 아침 방
    ㅡ 어린시절 여름방학의 여유가 좋았던 것일지도

  • 15. 지나다가
    '14.6.28 2:45 PM (121.88.xxx.209)

    그리꼬욤...., 다시,


    나는요, 한동안....


    천장지구 天長地久의 글자조합을 무진장 .....??했네요. ㅊ읍.

  • 16. 옐로우
    '14.6.28 2:51 PM (221.165.xxx.94)

    저녁밥짓기 시작할 무렵 거실 쇼파에서 깜빡 잠들었을때 먼듯,가까운듯 들리는 아파트앞 놀이터에서 아이들 떠드는소리요...
    아직 해는지지않았지만 하루는 이미 저물어가고 그옛날 어머니가 부억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 제각이 그부억을 향해 흩어지던 기억들이 소리로 들리는듯해서요

  • 17. 와..
    '14.6.28 2:51 PM (125.177.xxx.38)

    사랑합니다.
    댓글들 읽고 또 읽고 하고 있어요.
    너무 좋아요~~~^^
    휴..지나가다 님.
    만나고자 하지 않아도, 간혹 무쟈게 편안한 시간들이, 밤하늘 유성처럼 아주 짧게 꿈으로 스치기도 하쵸.
    와 닿았습니다.^^

  • 18.
    '14.6.28 2:53 PM (175.213.xxx.61)

    비가 후두둑 떨어지면서 마른땅에 부딪힐때 나는 마른흙냄새랑..
    해질무렵 어슴프레하게 나는 냄새
    겨울냄새
    쨍쨍한 햇볕에 마른 빨래냄새
    갓 목욕시키고 말려서 새옷입은 아가냄새

  • 19. 쐬주반병
    '14.6.28 3:00 PM (115.86.xxx.14)

    저기요....저는....지하실 냄새...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좋아요 ㅡ,ㅡ

    비올 때 현관문 열어 놓으면, 현관 위에 아크릴 덮개(?)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구요.

  • 20. 부끄럽게도
    '14.6.28 3:00 PM (203.142.xxx.231)

    전 어릴적에 연막 소독 차량 냄새가 좋았어요.
    뿌연 연기속에
    신선놀이 하면서 막 따라갔답니다.

  • 21. ^^
    '14.6.28 3:04 PM (58.226.xxx.38)

    비오기전 땅 냄새..
    흙냄새...



    가을 오는 냄새.


    추운 겨울 새벽 냄새.


    ^^

    생각하니 좋네요......

  • 22. ...
    '14.6.28 3:05 PM (121.254.xxx.70)

    전 봄에 산에 나무들이 초록이 되기전 연두빛일때 그 풍경이 너무 좋아요..

  • 23. 그런데
    '14.6.28 3:06 PM (58.226.xxx.38)

    석양 지는 모습은 참 슬프지 않던가요??

    저는 그래서 해질녘 시간때엔 항상 울적해요........

  • 24. 엄마
    '14.6.28 3:12 PM (223.62.xxx.125)

    비 내리는날
    빗소리 부대끼는 나뭇잎소리
    비오는날 밤에 아스팔트를 지나는 차소리
    아침에 새소리
    나무냄새, 비냄새, 아기냄새

    맞아요
    추운겨울 새벽냄새
    아아 돈주고 사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

  • 25. ..
    '14.6.28 3:13 PM (1.229.xxx.106)

    열한시정도 맑은날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빛 좋구요
    해 질녘 도시풍경도 예쁘죠
    그리고 다들 잠든 새벽 2시정도의 적막속에서 라디오나 음악 듣는 것도 좋아요

  • 26. ㅎㅎ
    '14.6.28 3:15 PM (125.177.xxx.38)

    공통된 의견이 있네요.
    비오기 전, 비오고 난 후, 빗소리 등..
    비와 관련된....

  • 27. 저두
    '14.6.28 3:20 PM (211.209.xxx.73)

    비슷한 분들이 많네요.

    비온 후 나무나 풀,공기에서 나는 흙냄새 섞인 냄새.

    4,5월 정도 아직 짙은 색이 되기 전 나무로 둘러싸인 산의 풍경.

    길 가다 커피점에서 풍기는 커피 냄새.

    집에서 빵이 다 구워지며 나는 고소한 냄새.

  • 28. ...
    '14.6.28 3:25 PM (118.38.xxx.27)

    도로에서 보는 산자락 에 번지는 석양 과 노을
    아름드리 가로수 사이의 신작로 , 그곳을 거니는 소년/소녀 들

    회색 하늘과 구름이 낮게 깔리는 비오기전의 어둑한 회색빛 공간

  • 29. 아..
    '14.6.28 3:27 PM (125.177.xxx.38)

    더 듣고 상상하고 싶은데
    글이 밀리는게 안타까울 지경이네요..ㅋㅋ
    예쁘고 아름다운 댓글들 진심 감사합니다.^_^

  • 30. 지나다가
    '14.6.28 3:28 PM (121.88.xxx.209)

    편안한 어떤 것 말고도요, 실은......, 철들자 이별의 어떤 것들도요......, 한움큼씩, 뼈저리는, 감내하는... 실사하는 디지털사진 같은 광폭의 고통??, ... 인내하는 어떤 것들도요.... .


    부엉이, 팽목항, 바람에 나부끼는 군집의 노란리본, 빛이 광폭으로 운집하는 팽목 앞바다, 부서지는 빛의 파열음 같은 사랑의 시기...... 등등등... 요근래 많아찌네염........ .ㅆ읍.

  • 31. **
    '14.6.28 3:38 PM (124.52.xxx.4)

    멀리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과
    마른 풀 냄새 좋아요.

  • 32. **
    '14.6.28 3:40 PM (124.52.xxx.4)

    밥짓는 연기...
    밥먹어라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 소리
    이제 이런 풍경은 보기 힘든 세상이죠?

  • 33. 그래서
    '14.6.28 3:41 PM (203.226.xxx.245)

    영화 오만과 편견
    현대 자동차 광고를 좋아해요

  • 34. 저는요
    '14.6.28 3:41 PM (219.248.xxx.153)

    눈 내리는 겨울밤이 너무 그리워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베란다에 나가보니
    눈이 소리도 없이 사락사락..
    뜻밖에 만난 반가움으로 와락 문을 열면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골목, 지붕, 나무들 위에 그리움처럼 앉아있는 눈자락들..
    끝도 없이 내리는 눈들이 모든 소리를 덮어서
    동네 가득 울리는 정적감..
    정말 그대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요.

    그리고 저는 우리집 강쥐 냄새가 그렇게도 좋아요.
    스트레스 쌓이면 털 수북한 가슴팍에 한참을
    얼굴 묻고 있어요.

  • 35. 오~~
    '14.6.28 3:53 PM (59.21.xxx.69)

    듣고보니...
    태풍불기 전이나 비오기 전 쏴~~바람부는 소리
    특히 태풍 오기전에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이는 나무들 바람소리...
    그 서늘하면서 약간 무섭기도 하고
    또 시원하기 한 그 느낌이 좋아요.
    어릴 때 그런때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느낌이 기억나요.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을냄새...

    전 이런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게 참 어려워요^^

  • 36. 나야나
    '14.6.28 4:05 PM (112.161.xxx.33)

    전 새벽에 오토바이가 부왕~하고 지나가면 승질이 확나는데 ㅎㅎ 초봄 봄냄새랑 빵굽는냄새 커피집 커피냄새 좋고 7살아들 음식씹는소리 참 좋아합니당

  • 37. ...
    '14.6.28 4:17 PM (223.33.xxx.113)

    사랑하는 사람과 안고난 뒤 혼자 있을때 내머리칼에 남은 그사람의 스킨냄새....

  • 38. ...
    '14.6.28 4:27 PM (27.1.xxx.64)

    서정적인 원글과 댓글들...
    와중에 죄송한데 전 유한락스 냄새요. -_-;

  • 39. 윤마미
    '14.6.28 4:40 PM (175.223.xxx.166)

    저는~~ 여섯살 우리딸 오이 씹는 소리가 좋아요.
    아그작아그작...
    우리 아기 머리에 머릴 기대고 그 소릴 들을때
    넘 귀여워요.

  • 40. 어릴쩍
    '14.6.28 4:49 PM (87.109.xxx.61)

    전 군단위 읍에서 살았구요..봄방학쯤 면단위애 있는 바닷가 산마을 외할머니네 갈때 만행버스??인가를 타고 해안도로를 구비돌아 가요. 그래봐야 30분 정도 거리지만.. 늦봄 보리타작하고 보리밭에 불을 붙여 마른 보릿대를 태우면 그 향이 너무 좋았어요. 시골버스 안에서 그때 박학기 노래인가 들국화란 제목의 노래가 흘러나왔었는데 반짝거리던 바닷물과 보릿대 태우는 내음 아련한 노랫소리 지금도 꿈결처럼 그리워요.

  • 41. 으음~
    '14.6.28 4:56 PM (115.136.xxx.176)

    댓글을 읽고 있자니 기분좋은 향기와 소리들이 배어나오는듯해요...

  • 42. 쓸개코
    '14.6.28 5:18 PM (122.36.xxx.111)

    봄밤, 여름밤 냄새는 더 달큰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좋고요.
    제가 사는 곳이 경기도인데 저녁 6시즈음부터 어디선가에선 나무태우는 냄새가 나요.
    그냄새가 상당히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정겨웁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등산가서 주위에 아무도 없을때요..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들이 차르르 떨면서 소리를 낼때.
    참 청량감 있어 더 좋고요.
    예전 직장생활할때 아침 출근하면 지하철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소리..
    한곳을 향해 가니 어떨땐 군대군화발소리처럼 리듬감있게 들리거든요. 어떤 생동감도 느껴지고
    잠시 숙연해집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고.. 잠시요 잠시 ㅋ 그이후 왕짜증;

  • 43. 쓸개코
    '14.6.28 5:19 PM (122.36.xxx.111)

    위에 락스얘길하시니.. 저는 가끔 페인트나 신나냄새가 왜 그리 시원한가요 =3=3

  • 44. 양철지붕에
    '14.6.28 5:32 PM (221.143.xxx.203) - 삭제된댓글

    타닥 타닥.빗방울 떨어지는소리.
    장작불 타는.소리....
    대나무숲에 바람소리
    산사의 풍경소리....
    눈밟을때 나는 뽀드득.소리

    셀프주유소에서 기름 넣을때 나는 휘발유 냄새 ㅋㅋ
    갓지은 밥냄새
    비오는 날.부침개 냄새

  • 45. 저는
    '14.6.28 6:08 PM (122.34.xxx.34)

    비가 오는 날 해가지고 어두운데
    아스팔트 길가에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고 그 물위로 건물과 자동차 빛이 반사되는걸 바라보는게 너무너무 좋아요

    그다음 눈이 내리는것도 좋지만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한걸 보게 되는게 너무너무 좋아요
    그냥 겨울 어느날 밖에 있는데 뭐가 어른해서 좀 큰 먼지인가 그러는데 다시 저쪽도 뭐가 어른해서
    뭐지 하고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쳐다보면 하나씩 둘씩 자그맣게 날리기 시작하는 눈들
    이건 타이밍을 맞춰야 해서 일년에 한번도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그걸 목격하는 날은 정말 기분이 날라가게
    좋아요 .막 설레임

    그리고 아주 시퍼런게 아니지만 너무 연한 연두색도 아닌 신록이 우거진 나무가 너무너무 좋아요
    예전에 대학교때 어떤 남자선배와의 섬씽때문에 3-4월 내내 우거지상을 하고 우울하게 보낸적이 있는데
    어느날 고개를 돌려보니 모든 나무에 신록에 돋아 이파리가 무성한 이쁜 나무들이 됐더라구요
    갑자기 기분이 좋아 그선배와의 실연의 아픔도 다 실어 보내고 그냥 막 기운이 났어요
    나중에 친구가 대체 무슨 일이 있어 그렇게 돌변했냐고 ? 다시 만나는 거냐 다른 남자 생겼냐? 그래서
    나무를 보니 기운이 난다 하니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냐는 표정을 하더군요 ㅎㅎ

    그외에 너른 잔디밭을 다 깍는 날이 있는데 그날 풀밭에서 나는 풀냄새 ..진짜 신선해요

    잘 닦은 원목 마루 바닥을 어두운 쪽에서 바라보면 밝은 쪽으로 서서히 더 환해지며 바닥에 거울바닥처럼
    빛이 비추어 보여요 .그 바닥을 보는게 좋아요
    여름밤 그 바닥위에 탁자를 놓고 음악을 들으면 좋아요
    여름이라는 싱그러운 느낌이 막 밀려와요

    아침에 해가 아직 안떴을때 베란다 쪽은 좀 밝지만 거실 안쪽으로는 어둑어둑 한데
    더듬더듬 캡슐머신으로 커피를 뽑아요
    기계에서 정적을 깨는 거친 소리가 나며 커피가 쭈룩쭈룩 나오는데 그 소리가 참 좋아요

  • 46. coralpink
    '14.6.28 6:27 PM (39.119.xxx.59)

    온갖 나무들이 새순을 틔우고 산벚꽃 피기 시작해
    갖가지 연둣빛으로 몽글몽글한 4월의 산
    모내기할 물 받은 논들 덕분에 윤기나는 농촌 풍경
    아까시꽃 향기 섞여 뜨뜻 달큰한 밤공기의 봄밤
    맑은 날 바람에 방울소리 내는듯 반짝이며 흔들리는
    미류나무 잎사귀들
    바람에 풍성한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모습
    천둥 번개 치며 거센 소나기 쏟아질 때 집 안에 있는 시간
    콤콤하고 들큰한 책냄새

  • 47. 아침
    '14.6.28 6:32 PM (178.191.xxx.42)

    커피 끓는 소리와 향기.

  • 48. 또 있어요 ㅎ
    '14.6.28 6:36 PM (39.119.xxx.59)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은하수 가로지르는 밤하늘
    달빛이 너무나 밝아 구름 그림자 지나는 것도
    먼산 능선도 다 보이던 시골의 숨막히게 아름다운 밤
    여름 끝자락 풀벌레 소리 들으며 얇은 이불을
    폭 덮어도 덥지 않은 새벽 시간
    강아지의 오동통 분홍빛 발바닥
    아기들의 솜털머리와 연민이 느껴지는 뽀얀 뒷덜미
    아참.. 쓰다보니 좋은 순간이 넘 많네요.
    요즘 이런저런 불만으로 맘이 좀 삐딱선 타고 있었는데
    힐링이 좀 되는 듯요..

  • 49. 치히로
    '14.6.28 6:42 PM (183.106.xxx.17)

    지금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인데 장작태우는 냄새요ㅋ
    저녁 해질 무렵 논두렁 태우는 냄새ㅎ 엄마의 도마소리
    도시에서 막 네온사인과 가로등 하나둘씩 켜지는 시간
    봄 저녁에 불어오는 따뜻하고 설레는 바람
    막 목욕하고 난 아기의 몽실몽실한 촉감 냄새
    새벽에 창가에 들리는 빗소리와 라디오
    아 생각만 해도 좋으네요^^

  • 50. 지나다가
    '14.6.28 7:47 PM (121.88.xxx.6)

    4. ......핍진한 쐬주 여섯 잔, 김이 퍼지는 뜨거운 붉은 궁물도.... 흐흐ㅡ흥ㅎㅎㅎㅎㅎ기부니조아져부러ㅎㅎㅎ

  • 51. ..
    '14.6.28 8:07 PM (222.107.xxx.147)

    비 오는 날 차 몰고 나갈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빗소리

  • 52. 어머나..
    '14.6.28 8:54 PM (125.182.xxx.154)

    글 읽으며 격하게 공감..
    자연에 많이 감동하는 편인데
    시골서 자란 환경때문일런지 모르겠네요
    석양질 무렵 노을빛이 너무 멋지고
    드라이브하며 멋진 음악을 듣고 있으면 배가 됩니다

    어릴 땐 아침에 잠결에 들려오는
    엄마의 식사준비하는 도마 위에서 나는 소리가 듣기 좋았어요

    아들 어릴 적엔 아기 젖내음
    쎄근쎄근 가녀린 숨소리
    젖 빨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눈 맞추는 모습
    지금 생각해도 아득하고 기분좋아져요

    비 오는 따뜻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빗소리 들으며 책을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노래 따라 불러도 넘 좋아요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비 오는 날 마시는 커피는 너무 향기로와요

    비가 막 쏟아질 때 나는 흙먼지 냄새

  • 53. 친친
    '14.6.28 8:59 PM (223.62.xxx.105)

    락스냄새 말씀 들으니 저도 생각났어요
    전 수영장 냄새가 좋아서 들어설때
    큰숨 한번씩 들이마시곤 했어요
    그리고 어렸을적 늦은 저녁
    퇴근하시던 아버지 외투에서 나던
    찬바람 냄새를 참 좋아했었네요
    원글 댓글 읽으며 냄새들 풍경들이 막 상상하고 떠올리며
    막 힐링되는 것 같아요 ~^^

  • 54. 다시한번
    '14.6.28 9:56 PM (58.226.xxx.38)

    어릴때
    일요일에 낮잠에서 깨어날 무렵
    해는 지고 있고
    저녁준비하고 있는 엄마의 도마소리 들으면

    꼬마인데도
    정말 울적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 천성이 우울한 아이인가봐요.....

  • 55. ...
    '14.6.28 10:07 PM (116.37.xxx.138)

    여름밤 냄새

    풀냄새 가득 실린 여름밤 냄새요.

  • 56. 언제나봄날
    '14.6.28 11:07 PM (223.62.xxx.43)

    어느 여름밤 하동가는 버스 밖으로 보이던 흰 달빛과 푸른 보리밭.. 평생 못잊을것 같아요~

  • 57. 패랭이꽃
    '14.6.29 1:22 AM (190.231.xxx.228)

    저 윗분처럼 4월말 산에 벚꽃이 져가면서 나무들에 하나 둘 연둣빛 신록이 오를 때를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5,6월 경 논두렁에 피는 흰 찔레꽃, 보라색 붓꽃, 주황색 나리꽃, 비오기 직전의 어둠컴컴한 하늘과 바람,구름, 부활절 주간 제가 사는 동네에 골목골목마다 아지랭이처럼 맴돌아가는 빵굽는 냄새와 석류꽃, 찌는 듯한 한 여름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지켜보는 미류나무 언덕, 봄날 복숭아꽃으로 물든 과수원, 시골집 마당 앞에 나른하게 잠들어 있는 흰색 백구, 시골집의 토담벽,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합창을 하는 여름 밤 논...너무 많네요. ㅎㅎㅎ

  • 58. 기억
    '14.6.29 1:40 AM (88.74.xxx.132)

    1. 봄 밤 냄새. 아카시아가 필 무렵 야자끝나고 버스창 열고 가면 밤에 아카시아향 가득한 바람이 들어오던 그 밤의 바람향기, 자두맛사탕이랑 똑같은 후박나무향.
    2. 안개가 낀 날 나는 아침냄새. 6/7쯤.
    3. 신랑이 머리 안 감아서 나는 쿰쿰한 냄새.ㅋ
    4. 중저음의 남자들이 만드는 수다소리.
    5. 흰구름이 낮게 떠있는 낮풍경 혹은 노을과 구름이 있는 맑은 하늘. 그 오묘한 색의 향연이란,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는.
    6. 소녀인지 소년인지 구분안가는 나이대의 아이들의 맑은 얼굴로 웃는 모습.

  • 59. 제가 좋아하는 것들
    '14.6.29 1:46 PM (125.177.xxx.190)

    어릴때 해질녘 골목 지날때 된장찌개 냄새가 너무 좋았어요.
    우리엄마는 일을 하셔서 그 때 집에 아무도 없었는데 그래서 그 집 된장찌개 냄새가 엄마에 대한 그리움?처럼 떠올라요.

    비가 막 쏟아질때 집안에서 편안한 안도감으로 그 소리를 즐겨요.

    아주 쨍쨍 맑은 날 하늘과 구름을 한참 올려다보면 왜 그리 슬픈지 모르겠어요.
    내가 사는 세상은 찰나와 같고 언젠가는 죽어서 저 하늘위로 날라가겠지.. 뭐 그런 생각하네요.

    멀리 보이는 산을 한참 바라보면 저 산 뒤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싶으면서 외로워져요.
    도시의 야경을 한참 바라봐도 외롭구요.
    저 위 어느 분처럼 저도 외로움을 타고 난 사람 같아요.

    건물 공사현장 지날때 거기서 나는 원목재와 페이트 냄새도 좋아요.
    킁킁거리면서 지나간답니다.ㅎㅎ

  • 60. 여유~
    '14.6.30 3:37 PM (1.254.xxx.88)

    아련하고 모호한 느낌들을 어찌이리 표현을 잘하시는지
    글솜씨들이 부럽습니다

  • 61. 지금 비내려요
    '14.7.2 10:23 PM (14.39.xxx.206)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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