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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스승, 예를 다하는 제자

스윗길 조회수 : 971
작성일 : 2014-06-04 00:02:05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스승, 예를 다하는 제자

 

스승의 날이 가정의 달인 5월에 포함된 이유가 궁금했던 적은 없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스승 또한 ‘어버이’이시기 때문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어김없이 불렀던 ‘스승의 은혜’에도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는 노랫말이 있듯이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인지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인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좋은 스승은 제2의 부모라는 사실만은 확고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과거와는 다르게 교권과 아이들의 인권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는 작금의 시대에, 교권은 어쩌면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선생의 자격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 스승 또한 빛과 그림자가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임금도 스승 앞에서는 예를 다했다. 자신의 손에 백성과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도록 누군가의 조언과 간언이 필요했다. 정도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참다운 스승, 목에 칼이 들어올지라도 간언을 하고야 마는 충직한 신하. 그중 왕세자ㄹ로 있을 때 처음으로 만나는 스승은 평생의 은인이자 스승으로 남기도 한다.

 

 

왕의 스승, 국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당연한 이치다. 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태평성대를 이끄는 것도 임금이 바로서야 가능하다. 임금이 자신의 도를 알지 못하고 좌로나 우로 치우치거나 우유부단하면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그렇기에 임금에게도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돕는 스승 즉 국사가 필요하다. 왕이 지도자로서의 덕성과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자리이지, 스승이며 동시에 신하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 국사의 위치가 절대 편한 자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서경>에는 “먼저 왕을 바로잡고서 이 일을 바로잡겠다”하였고, 맹자는 “오직 대인이라야 임금의 그릇된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다”하였으니, 진실로 임금의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일마다 고치고 사람마다 버리더라도 장차 그 고치고 버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근자에 전하께서 언어로 표현하시는 것과 정사에 실시하시는 것을 보면, 모두가 다 지극히 바르고 공명한 가운데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으니, 어찌 전하의 마음속에 사정에 치우치는 것이 있음을 면치 못하여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번 두어 가지 일을 들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석간의 반좌죄는 온 나라 사람이 다 죽여야 한다고 하였으나 전하께서 윤허하지 않으시니, 이것은 전하의 마음이 고변하는 길이 혹 막힐까 염려하는 데에 지나치게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내노를 서쪽으로 보내야 한다는 요청은 온 나라의 공공한 논의인데도 전하께서 윤허하지 않으시니, 이는 전하의 마음이 내수사의 사유물에 치우치게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성상께서 스스로 현명하다고 여겨 대간의 말을 소홀히 여기는 점이 있는 것은 교만에 치우친 전하의 마음이며, 주의할 즈음에 아끼고 미워하는 흔적을 드러내는 것은 전하의 호오에 치우친 마음입니다. 임금이 이 중에 하나만 있어도 오히려 난리를 초래하고 망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인데, 더구나 전하께서는 겸하고 계시니 어떻다 하겠습니까. 이제부터라도 본원을 밝히는 일에 공력을 쏟으시고 사정에 치우치는 것을 근절시키는 일에 힘쓰시면서,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시고 스스로 지혜를 쓰면 작아진다는 말을 경계하셔서 더욱 유념하소서. 아, 신이 대인의 덕도 없으면서 임금의 그릇된 마음을 바로잡는 일을 본받고자 하니, 신의 어리석고 망령됨을 여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신의 관ㅅ직을 파척하도록 명하소서.(<동계집3권 보유>, 한국고전번역원, 조동영 역, 2000)

 

동계 정온(1569(선조2)~1641(인조19))이 대사헌으로 있을 때인 계유년(1633, 인조11)에 임금에게 올린 계사(임금에게 사실을 적어 올리던 서면)의 내용이다. 자신의 목이 달아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임금에게 간언할 수 있다는 것은 임금을 사랑함이요, 또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율곡 이이 선생은 그의 나이 40세에 완성한 <성학집요> 서문에서 선조를 향해 “남을 이기기 좋아하는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바른 말을 하는 이들을 등용하지 못한다”고 꼬집으며 왕의 장점과 단점을 고대의 제왕들에 견주어 조목조목 열거하고 대의를 세우고 성현이 될 것을 천명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샛길로 가고 있는 임금이 정도의 길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비록 신하의 자리에 있으나 그 마음은 어버이요 스승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배움 앞에서는 겸손으로

 

세종 대 이후로 왕세자나 왕세손으로 책봉된 사람들은 성균관에서 입학식을 거행했다.

<왕세자의 입학식(문학동네)>을 집필한 김문식 박사는 “왕세자란 장차 천하를 다스리게 될 국왕의 후계자로서 국왕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높고도 귀한 존재였다”며 “조선의 왕세자는 훌륭한 국왕이 되기 위해 책봉례, 관례, 가례, 성균관 입학례 같은 수많은 통과의례를 거쳐야 했다”고 전했다.

 

1421년(세종3) 10월27일 세종은 경복궁 인정전에서 원자 이향(훗날 문종)을 왕세자로 책봉하고 그의 나이가 여덟 살이므로 같은 해 12월 25일 성균관에서 입학례를 거행했다. 왕세자의 스승은 성균관 사성으로 있던 탁신이었다. 훗날 탁신이 사망하자 왕세자는 스승의 죽음을 애도하며 제문을 지었다. 스승으로서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인께서는 마음가짐이 곧고 미더웠으며 처신하는 것이 겸손하고 공손했습니다. 덕망은 재상의 지위에 합당했고 학문은 유학의 우두머리였습니다. 내가 입학하여 처음으로 공을 스승으로 했는데 강의하는 것이 적절했고 의리를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계발시키고 나의 어리석음을 열어주었으며 간절한 가르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문에 힘쓰게 했습니다…(후략)”

 

훗날 국왕이 될 존재이기에 더욱 이치를 깨우치고, 지혜와 지식을 겸비할 수 있도록 돕는 바로 스승의 역할이었다.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바라며 진실함으로 왕세자에게 가르침을 준 스승은 평생의 은인으로 남는다. 훗날 단종이 된 세종의 원손 이홍위 또한 국왕으로 즉위한 이후 스승에게 특별히 자신의 옷 한 벌을 하사했다. ‘스승을 높이고 예우하는 것이 제왕의 높은 다스림이라’는 대사헌 권준의 건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왕세자는 압학식을 거행할 때에 박사라고 불리는 스승에게 먼저 가르침을 청한 다음 스승의 허락을 받은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예물을 바쳤으며, 강의 시간에는 몸을 낮추어 가르침을 들어야 했다. 책상도 없이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었으니 이는 <국조오례의>의 규정이었다. 가르침을 받는 자로서의 예였다. 배움 앞에 겸손한 마음이 학생의 도리요,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지혜와 지식을 겸비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참다운 스승의 도리였다.

 

 

살신성인의 정신

 

참다운 스승은 제자를 위해, 후대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놓기까지 했다. 지난 4월 온 국민을, 대한민국을 울린 ‘세월호’ 사건에서도 우리는 제자들을 먼저 챙겼던 선생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무섭고 끔찍했던 순간, 살려는 본능보다 제자들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앞섰던 이들, 그것이 바로 스승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제자들을 먼저 챙긴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였으며 훗날 그 제자들이 왕처럼, 임금처럼 나라를 먼저 생각하며 정도의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부모가 있고, 참 되길 바라는 스승이 있다. 마치 조선시대 왕들의 스승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또한 왕 같은 사람들이다. 가르치는 자는 왕을 깨우치는 것처럼, 가르침을 받는 자는 왕의 스승을 대하듯 서로에게 예를 다하는 사제지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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