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화 '변호인'을 다시 보았습니다(부제:만원의 효도)

해피벤 조회수 : 1,238
작성일 : 2013-12-31 10:22:10
지방에 살고 계시는 엄마가 연말 가족모임차 올라 오셨습니다.
뭐 엄마랑 할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얼마전 보았던 영화 '변호인' 생각이 나서
일단 가까운 극장에 예매를 해놓고 엄마한테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속으로는 귀찮다고, 귀가 잘 안들리시니까 너나 봐라 하지않으실까, 난 일찍자야한다 하시지
않으실까 걱정을 했었는데 흔쾌히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녁8시...이렇게 늦은 밤(?)에 엄마랑 외출을 해본것도 굉장히 오랫만이었는데 엄마는
아기처럼 좋아하셨고 덧붙여 '내가 너랑 영화를 본게 몇십년 된것 같다' 하셨는데...
생각해보니 엄마랑 영화를 본게 언제쯤이었는지 생각도 잘 안나서 미안한 맘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20년쯤 전에 게리올드만이 주연한 '드라큘라'를 봤었던가...
영화 시작전에 혹시 귀가 어두우셔서 뭔가를 물어보실때 큰소리가 나지않을까 미리 말씀도
해드리고 손수건도 쥐어 드리고...핸드폰도 꺼드리고...
영화를 보는내내 엄마는 가끔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으시는걸 제외하고는 미동도 안하시고
계셨습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엄마! 영화 어땠어?'라고 묻는 딸내미에게 '내 평생 이렇게 감동적인
영화는 처음이구나, 정말 고맙다, 내 딸'하시는데 아...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나이드셨다고, 귀가 예전만큼 잘 안들리신다고, 초저녁잠이 많으시다고 그동안 나는 얼마나
엄마와의 시간을 핑계대며 미뤄왔던가...참으로 죄송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노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가셨을때 '우리 언제 거기 한번 같이 가보자' 하셨을때도 '엄만, 거기까지
얼마나 먼데...' 했던 것이 이렇게 두고두고 가슴을 치게 되는 후회로 남을줄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친한 동생이 흔쾌히 보여 준 영화 '변호인'...영화를 다 본후에 두 손 잡고 흐느끼고 가슴쳤었던 영화였고
또다시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은 영화...또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게 전화를 걸어 같이 보자는 영화...
세상에 나를 잊지않는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을 새삼 알려준 고마운 영화입니다.

날씨가 좀 따스해지면  엄마 손 꼭 잡고 봉하마을에 한 번 다녀올까 합니다. 


IP : 183.98.xxx.1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3.12.31 10:32 AM (110.47.xxx.109)

    덩달아 눈물이...
    제작년겨울에 모자쓰고 마스크쓰고 패딩입고 어그신고...완전무장하고 봉하다녀온기억이 나네요
    그당시 부산에 친척결혼식가면서 날잡아 봉하까지 다녀왔지요
    저도 2014년 봄이 오면 봉하에 다시가봐야겠네요

  • 2. 소망
    '13.12.31 1:10 PM (180.227.xxx.92)

    전 내일 모레 보러 갈건데, 노대통령님 너무 보고싶고, 그리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7982 영어고수님들~최고의 보카(어휘/단어)책은요? 18 도와주삼 2014/01/30 3,679
347981 명란젓 구제방법이 없을까요? 3 젖갈미워.... 2014/01/30 3,619
347980 명치부근이 두근두근 대는데 2 그리고 2014/01/30 7,211
347979 '젊은 느티나무' 읽어보신 분 18 패랭이꽃 2014/01/30 3,375
347978 오늘 라디오스타는 뭐하자는건지 7 ㅜㅜ 2014/01/30 3,899
347977 [논문] 질적 연구 해보신 분 조언 부탁드려요! 1 연구 2014/01/29 1,311
347976 서울에선 구급차가 지나가는데도 안비켜주네요. 31 시민의식실종.. 2014/01/29 2,795
347975 오늘 도민준이 예전만큼 멋지지 못한건 저만 느끼는걸까요? 23 사람 2014/01/29 7,347
347974 명절보너스 1년이상다닌사람들만 준다네요 4 눈꽃 2014/01/29 1,949
347973 유머는 어떻게 배우나요.푼수같기도 하고 싹싹하고 말잘하고 유쾌.. 3 2014/01/29 2,078
347972 사이즈문의요 알려주세요... 2014/01/29 463
347971 짝보고 있다가 15 2014/01/29 3,710
347970 30여년전 종로구 적선동 근처 떡볶이집 아시는분! 6 추억속으로 2014/01/29 1,881
347969 영화 타워 보고있어요. 남편은 끊임없이 궁시렁궁시렁ㅋㅋ 1 ㅇㅇ 2014/01/29 1,122
347968 식혜에 앙금 넣어도 돼는거예요? 10 ㅡㅡ 2014/01/29 3,510
347967 이제 부부싸움 안하려구요 4 새마음 2014/01/29 3,281
347966 15개 은행에서 고객몰래 돈 자동인출...탈탈 털리네요 6 진홍주 2014/01/29 4,616
347965 짝 남자3호 ㅋㅋㅋㅋ 5 ㅍㅍㅍ 2014/01/29 2,264
347964 검정 패딩 드라이 줬더니 ///// 2014/01/29 2,111
347963 60대초반 부모님 어떤 영화가 재미있을까요? 11 겨울왕국?수.. 2014/01/29 1,266
347962 가나인사아트센터근처 맛집 좀 알려주세요 1 한식집 2014/01/29 1,070
347961 명절 전날 롯데월드 4 고정점넷 2014/01/29 1,080
347960 큰어머니의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으면 저도 부조하는게 맞나요? 7 .. 2014/01/29 1,715
347959 공인인증서로 뭘 확인할 수 있을까요 꼭.. 2014/01/29 990
347958 이남자 결혼조건 어떤가요? 20 2014/01/29 6,735